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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희 GTB PD

 

 
일 년 전, 2006년 초여름의 한국 방송은 오로지 월드컵 主神과 월드컵 現身을 위한 伸展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아름다운 실패’는 차라리 잘 된 일 같다. 2002년의 기적에 가려 타 종목과 첨예한 사회문제에의 관심이 적어진 것은 ‘대~ 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쉬운 월드컵에 대한 반사작용이었을까, 아니면 2002년의 기적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는 현실감이 이제서야 작용했기 때문일까? 다시 사람들은 축구는 축구대로 즐기는 한편, 배구에 야구에 농구에 골프에 그리고 다시 여러 종목에서 빚어진 값진 성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또한 포스트 2006 월드컵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2002년 기적에 맞먹는 꿈을 볼 수 있게 했다. 정말 폼은 나지만 결코 한국인 선수를 발견할 수 없었던 스포츠 필드, 피겨 스케이팅과 수영. ‘국민동생’이니 뭐니 하는 호들갑스러운 수식어만큼 한국인은 대체 ‘어느 별에서 온 것인지’ 의심스러운 소년소녀에게 열광했다. 성장기는 채 끝난 것일까 조차도 궁금한 그야말로 ‘쿨’한 소년소녀들. 김연아와 박태환.

 

일본은 거대한 자본력으로 몇 십 년 투자와 육성을 반복한 끝에 겨우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중국은 13억 인민이라는 인구에서 최고의 체육 엘리트만을 선별해왔어도 이루기 어려웠던 부문이 수영과 피겨 스케이트다. 그런데 어느 날 실내수영장도 실내 빙상장도 부족하기 짝이 없는 한국에서 문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두 슈퍼스타 소년소녀가 등장,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니 한국인을 더욱 놀라게 했다.

 

내게 그들이 그리도 멋진 이유는 그들이 한국인 최초로 수영과 피겨 스케이트의 에베레스트에 등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호들갑스럽기로 세계제일인 우리 언론이 “아쉬운 동메달, 안타까운 결선 진출 좌절”등의 선정적인 표제로 이미 그들이 일구어낸 꿈의 기록을 애써 아쉬워할 때 ‘쿨’한 소년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첫 메달이라서 기쁘다”(김연아,2007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동메달에 그친 것이 안타깝지 않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자랑스럽다”(박태환, 2007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자유형400m금메달, 200m동메달. 2관왕 혹은 3관왕을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 멋진 두 소년소녀들에게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일까? 마치 우리가 태고이래 피겨와 수영강국이었던 것처럼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박태환에게는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이 당연한 것이라 기대했던 것일까? 물론, 8~90년대 스포츠 스타라면 아니 2006년의 ‘태극전사’들이라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성원해 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라는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청춘을 감내한 시간이 결코 ‘국민’만을 위해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뻔한 대답으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기보다,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대견함으로 갈음할 수 밖에.

 

마지막으로 김연아의 멋진 모습 하나 더. 피겨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와 환한 미소로 기쁘게 포응했다. 우리 언론이 주장하는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

 

그러나 정작 김연아는 일본 TV의 특집 토크쇼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사다 마오는 라이벌이 아니라 친한 동료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두 멋진 소년소녀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다.

 

“지방 소도시의 초등학교 체육시간에도 피겨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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