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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미국 측과 한국 측의 입장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서울 디지털포럼(주최 SBS) 개막 전날인 29일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한-미 FTA가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 측 인사들은 “별 영향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반면 한국 측 인사들은 “폐해 우려와 대책 마련”을 지적한 것.

 

이날 세미나에는 엘리 노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 경제학과 교수, 필립 에반스 보스톤 컨설팅 그룹(BCG) 수석 부사장이 각각 기조연설과 특별연설을 진행했으며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오지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전규찬 한-미FTA 저지 시청각 미디어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 29일 서울 디지털 포럼 개막 전날 ‘한-미 FTA가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 SBS

한미FTA 영향 별로 없을 것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엘리 노엄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FTA 무역협약으로 미디어, 통신 분야는 타 분야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리노엄 교수는 미국 미디어 산업을 콘텐츠, 배급, 장비 등으로 나눠 분석한 뒤 “콘텐츠와 장비에서는 미국 시장이 이미 대부분 개방돼왔다”며 “국제 시장은 개방세에 있기 때문에 한미FTA로 개방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조연설을 맡은 엘리 노엄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SBS


또한 엘리 노엄 교수는 “콘텐츠와 관련해서도 한국은 이미 쿼터가 축소됐고, 한류 등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수출국인 것은 물론 배급망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립 에반스 보스톤 컨설팅 그룹 수석 부사장 역시 “한미FTA로 미디어 산업은 글로벌 우위의 경쟁관계에 있는 분야에만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유통과 배급이 중요하며 세계적으로 관세 철폐가 끝났기 때문에 자유무역이 이뤄지면 글로벌 우위에 따라 경쟁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FTA로 전반적인 미디어 산업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필립 에반스 부사장은 현재 미디어 산업의 흐름에 대해 가상공간 웹사이트인 ‘세컨드 라이프’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세계적인 비디오 게임 콘텐츠 비용이 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세계 각국에 있는 모든 수용자들이 세컨드라이프 상의 같은 세상에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이 원한다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곳이 미국이냐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사용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 생성이 대규모 기업이 아니라 청중들이 콘텐츠를 생산 소비하고 있다”고 필립 에반스 부사장은 강조했다.

 

 

한미FTA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이에 대해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미FTA가 산업적인 측면의 효과만을 주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최 부위원장은 “미디어는 산업보다는 공공재적인 문화적 성격이 더 크다”며 “한미FTA는 미디어를 산업적 영역으로 좀더 강화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부위원장은 “방송위원회의 한미FTA 기본 전략은 산업적 효율성이 가장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영역을 어디까지 설정해 나갈 것인지, 그 효율성이 강조되는 내부비판 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맞춰 있다”며 “또한 방송위원회의 한미FTA 대응전략은 △무료보편적 영역은 개방금지, 유료시장은 제한적 개방 △ 더빙 허용과 쿼터 축소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부위원장은 “FTA에 따른 미디어 전체 위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좋다”며 “하지만 FTA에 따른 미디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고민의 여지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최 부위원장은 “시민사회는 한미FTA에 대해서 국내 PP의 양극화 심화, 중소 PP몰락, 콘텐츠 다양성 붕괴 등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며 “방송위원회는 공익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 가능 하도록 PP지원센터 설립, 콘텐츠 제작지원 등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지철 한국 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한미 FTA로 ‘편성 쿼터 완화’와 ‘PP에 대한 외국자본 개방’으로 생길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 회장은 “PP의 경우 현재 미국방송 의존도가 70%에 이르고 있다. 국내 시장 마켓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 위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 회장은 “이미 국내 PP들 간의 과당 경쟁으로 콘텐츠 가격은 상승됐다”며 “앞으로는 콘텐츠 가격은 더욱 과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찬 한미FTA 저지 시청각 미디어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은 “국내 재벌과 미국 거대 기업의 자본의 이해관계 속에서 탄생한 한미FTA에 대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원칙을 지켜내기 위해서 반대한다”고 한미FTA에 대한 반대 수위를 더욱 높였다.


전 집행위원은 △ 한미 FTA에 따른 시청각 미디어 분야 개방이 거대기업에 의한 집중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경쟁하는 방식으로 나가고 △한미 FTA 개방이 퍼블릭 서비스라고 하는 공영방송 체제를 보호해주며 △시청각 미디어 개방이 값싸게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한미FTA를 찬성하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엘리 노엄 교수는 “미국 의회에서 FTA 협약이 비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놔 주목된다. 엘리 노엄 교수는 “올해는 선거의 해이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가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한미 FTA가 우호관계를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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