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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9일) 오전 11시에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한국방송인총연합회 등 305개 언론현업 및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강동순 방송위원의 사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참석한 대표자들은 하나같이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한 강 위원을 규탄하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사이 강 위원은 유유히 기자회견장을 지나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반말을 해대며 언성을 높였다. 그 뻔뻔스러움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는 그보다 조금 앞서 또 막말을 쏟아냈다. 어제 아침 평화방송의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서였다.


“정연주 사장 체제에서는 수신료 인상이 어렵다”며 공영방송사 사장에 대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해대는가 하면, KBS 프로그램에 대해서 색깔 시비를 걸었다. 편파방송이라면서 송두율 특집, 탄핵 반대방송을 들고 드라마 ‘서울 1945’ 등에서 좌익성향의 컬러를 보였다고 했다. FTA는 무조건 반대하는 프로그램, 차베스를 영웅이라고 찬양했다는 것이다.


그의 무지와 몰이성, 균형 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편향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에게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기대할 사람은 이미 없다. 방송정책을 논하는 방송위원으로서 적절한 발언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 그가 방송위원으로서 부적격 인사라는 것은 이미 방송위원으로 선임됐을 때부터 제기된 문제였다. 


강동순이 누구인가?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 “관리자 노조가 되면 정권을 찾아오는데 일조할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방송위원의 책무를 송두리째 내팽개쳐 버린 사람이 아닌가? 우익단체들에게 항의시위하라고 선동한 사람이 아닌가?


재를 뒤집어쓰고 자숙해야 마땅한 사람이 염치마저 스스로 내던져 버리는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이기를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런 몰염치, 비이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방송위원회의 무신경이다. 방송위원회는 방송법에 근거해 방송의 독립성을 수호할 책무가 부여된 기관이다. 그런데도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윤리강령을 제정한 것 말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만일 윤리강령을 제정한 것이 시늉만 한 게 아니라면, 방송위원회는 어제 방송에서 강 위원이 내뱉은 막말들이 방송위원으로서의 품위에 어울리는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방송위원회 사무처의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방송위원회의 존립 근거를 무너뜨린 강 위원에 대해 성명서 낸 것 말고는 항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 더군다나 내부에서는 강 위원을 두둔하는 목소리마저 적지 않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런 사정이고 보면 방송위 노조가 움직일 때는 대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밥그릇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결국 방송위 내부에 몰염치, 비이성이 온존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셈이지 않는가?


이제 방송위 노조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이상 직무를 유기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왜 존재하는가를 증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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