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인공이 기억상실이나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거나, 애틋한 사랑을 꽃피운 상대가 알고 보니 배다른 형제였다는 류의 한국 드라마는 이제 일본 아줌마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4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꼬이고 꼬이는 스토리와 긴박감 없이 질질 끄는 드라마 전개는 특급 한류스타를 주인공으로 세워도 일본에서 외면 당하고 있다. 현재 NHK 종합채널에서 방송중인 〈봄의 왈츠〉는 그림 같은 영상미와 잔잔한 감동의 스토리로 작품성은 인정받았을지언정, 윤석호 감독의 계절 시리즈는 어느새 식상한 지 그다지 큰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최근 〈겨울연가〉의 후속(?) 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랜만에 한류 팬들의 입에 거론되고 있는 화제의 드라마가 있다. 한국에서 2006년 상반기의 최고 작품으로 꼽힌 드라마 〈궁~Love in Palace〉다. 일본에서 2006년 후반기에 위성방송 ‘Mnet japan’(ch792)에선 방송기념 드라마 이벤트를 시작으로 첫 방송을 한 후, 지상파 ‘도쿄TV’, 각종 지역 지상파 채널에서 연이어 방송이 됐다.

▲<궁>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송지효, 주지훈, 윤은혜, 김정훈

〈궁~Love in Palace〉은 일본판 DVD가 발매된 이후에도 재방송에 대한 요청이 줄줄이 이어져 6월부터 위성방송 ‘라라TV’(ch372)에서 방송됐다. 이후 이본의 다른 채널 편성도 이미 결정, 지금 방송신청을 하더라도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DVD 발매도 최근 드라마 중에서 최고의 실적을 낳았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을 정도다.

수많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공개되고 있는 현재 〈궁~Love in Palace〉이 눈에 띄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첫째, 황실이란 배경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왕족들의 얽힌 이야기가 천황제를 둔 일본인들에겐 한국의 황실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둘째, 알록달록 한국 전통의 영상미와 경복궁이란 역사문화유산지가 드라마의 촬영지라는 것이 홍보효과로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동그라미의 핑크빛 전통문양’, ‘현대인이 입어도 세련된 황실의상’, ‘만화가 원작’ 이란 〈궁~Love in Palace〉에 대한 평가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황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주인공 역의 윤은혜.

〈궁~Love in Palace〉 보다 작품성이 높은 한국 드라마는 많겠지만, 한류에 점점 식상함을 느끼는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 작품이기에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앞으로 한국 드라마에 있어서 새로운 장르와 특이한 소재, 튼튼한 구성력 등 ‘도전정신’과 ‘신선함’을 기대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 다름이 없을 것이다.  

도쿄 = 황선혜 통신원/ 소니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SCN) 포털사업부문 영상사업과 PD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