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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관한 찬반 논란이 무성하다. 대한민국에는 이 일 외에 다른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 듯하다. 본질적으로 언론과 정부 간에 논의되어야 할 문제가 정치문제가 돼버린 느낌도 없지 않다. 정부는 정부대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고, 각 정당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의 안과 추진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각 언론단체들도 후자의 입장과 가깝다. 논쟁이 가열되면 출발점과 본질에 대해서 망각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브리핑룸 및 기사송고실의 통폐합이고 두 번째는 실질적인 정보공개의 확대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른바 출입처, 기자단과 관계되어 있다. 출입처와 기자단의 문제는 그동안 언론단체들이 그 폐해와 부작용을 계속 지적해 왔고 참여정부는 개선방안으로 2003년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바로는 기자실의 폐해는 상당한 정도로 개선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여전히 마이너 매체 종사자들은 폐쇄적인 기자단의 운영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핵심은 정보의 폐쇄적인 점유에 있다. 기자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취재자들은 정보접근권이 차단된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들의 태도도 또한 문제다. 아주 흔하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출입기자를 통해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실무자와 약속을 하고 찾아가도 공보담당자가 절차를 문제 삼아 취재를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출입처와 기자단의 문제, 그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정보의 폐쇄적인 소통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의 안이 모든 미디어와 모든 취재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 그것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일에는 선후가 있다. 아무리 공정한 기회를 평등하게 부여한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즉, 충실하지 않은 정보를 아무리 공정하게 공급한다 한들 국민들의 정보 욕구가 충족되지는 않는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선진화방안’은 먼저 정보 공개를 ‘선진화’하는 것이었어야 했다. 먼저 정보공개법의 개정이 논의되었어야 한다. 현재의 정보공개법은 해당 부처의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공개를 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정보 공개의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많지만 정당한(그 정당성의 판단은 공무원이 한다) 사유없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에 받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때 고려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가 아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보란 결국 정부가 주고 싶은 정보가 되기 십상이다. 한미FTA협상, 방송통신융합 논의 등 그런 예는 숱하게 많다. 심지어 온갖 핑계를 대며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정작 보도가 된 후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걸기도 한다.

물론 정보공개법이 어떻게 개정된다 하더라도 정부는 공개할 정보를 취사선택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공개법의 개정이 지선지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자의적인 정보 공개에 경고하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로 정보공개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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