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현장 비평이다 - 방송비평위원회 보고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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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경쟁 ‘총대’ 노릇 언제까지 하나
KBS, MBC 새 일일연속극을 보고

|contsmark0|지금 방송가에서는 일일극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얼마전 막을 내린 mbc의 일일연속극 <보고 또 보고>는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평균 시청률 약 44.6%(점유율 60%), 최고 시청률 57.3%(점유율 73%)라는 경이적인 기록(미디어리서치코리아집계 ‘일일극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세웠다. 매일 밤 8시 30분이면 두 집에 한집 꼴 이상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는 얘기다. mbc의 <보고 또 보고>는 “방송사의 사세는 일일극에 달렸다”는 방송가의 속설을 이제는 맹신하게 만들었다. 다른 방송사들이 이 유래없는 흥행 드라마를 벤치마킹하면서 ‘보고 또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옛날의 금잔디> <바람은 불어도> <정때문에>로 이어지는 kbs의 황금기를 보다 못한 mbc가 <자반 고등어>로 맞불을 놓으면서 부활된 양사의 8시 30분대 일일극 경쟁은 <보고 또 보고>의 mbc의 수복기에 이어 이제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방송의 공영성 강화를 공동의 기치로 내걸고 일일극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최초로 경쟁사간에 대본 5회 분량을 미리 교환하여 외견상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듯 했다. 그러나 막상 지난 5일부터 시작한 양 방송사의 일일극 시청률 경쟁은 이전투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송 2주 째를 지난 현재, 방송사와 시청자간의 최소한의 약속인 편성시간을 가지고 벌인 양사의 전초전에서 kbs <사람의 집>(연출:김현준, 표민수)이 mbc <하나뿐인 당신>(연출:정운현)에 대해 일단 우세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kbs가 광고방송이 없다는 잇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쟁사보다 먼저 방송하고 늦게까지 끌어서 광고방송 사이의 막간에 경쟁사의 시청자까지 흡인한다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일일극 전성시대를 사는 우리나라의 시청자들은 그 동안 텔레비젼밖에 보고 즐길 것이 없다는 죄 아닌 죄로 일일극의 시청률을 매년 올려놓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높은 시청률 때문에 많은 드라마를 보고 또 보아야했다. kbs의 <바람은 불어도>와 mbc의 <보고 또 보고>가 작가의 재충전 및 탈진을 이유로 이미 방송된 드라마를 하이라이트라는 포장으로 다시 보게 했으며 예정 편성일자를 깨고 늘이고 늘여 끝을 보고자하는 시청자들을 길게는 6개월씩 끌고 다녔다. 누가 뭐래도 지상파 tv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의 정보매체이고 오락 수단이다. 드라마가 너무 많다는 시비는 사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고 방송사 입장에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효자 품목이란 것이 현실론이다. 일일극은 시청률 노이로제에 걸려 휘청거리는 방송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9시 뉴스에 앞서 방송되는 8시 30분대의 일일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태의 핵심은 따로 있다. 겉으로는 시청률 경쟁 자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일일극 시청률 경쟁에 전사적으로 매달리는 풍토는 이것이 곧 뉴스의 시청률로 이어지며 이것이 방송사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결과까지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일극의 지대한 영향력은 국민 생활시간대를 바꿔놓았다. 이어지는 뉴스의 연성화를 불러 왔으며 일일극이 갖고 있는 소재주의에 연연한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함께 현실 감각을 오히려 무디게 하고 상황을 오도하는 역할도 아울러 함께 했다. 시청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일일극을 보다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동일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게끔 되는 ‘편성효과’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편 드라마를 제작하는 연출자는 정규 편성 교체에 앞서 편성시기 및 프로그램의 수위까지 조절하는 안테나 역할을 담당하고 시청률과 관련하여 전체 사원들의 사기 문제까지 책임져야하는 막중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제작일선에 대한 고위층의 통제와 간섭에서 이제는 동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원망과 질시도 견뎌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청률 붙들어매기가 일선 제작진에게 졸속 기획과 선정적 제작 등 무리수를 유발하는가하면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가차없이 제작 중단시키는 횡포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contsmark1|무주공산(無主空山)에 수주대토(守株待兎)이미 궤도에 들어선 일일극 경쟁 제 3라운드는 이미 등장인물과 앞으로의 활동 무대가 될 공간 소개를 마치고 매일 매일 쳇바퀴같은 인생들을 드라마틱하게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줄거리의 힘보다는 등장인물들에 의해 벌어지는 해프닝 중심으로 이어가고 집안관계에만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일일극의 전형을 다시 보게 된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통한 피가학적인 재미에만 치중하는 전략은 시청자들을 단세포적인 호기심의 추종자들로 대상화할 뿐 정서적인 울림을 주지는 못한다는 생각이다. 시청자들은 <사랑할때까지> 보게끔 만든 방송사의 집념으로 세상에 어떤 <바람이 불어도> 일일극을 보게 되었고 이제는 아예 인이 박혀 <정 때문에> 일일연속극을 <보고 또 보고> 하게 되어 버렸다. 이제 새 천년을 앞에 두고서 살고 있는 <사람의 집>에서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하나뿐인 당신>이 일일연속극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일일극에 대한 문제를 좀더 구조적으로 접근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방송비평위원회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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