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은 ‘촬영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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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은 ‘촬영 전쟁’ 중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7.06.13 0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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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쩐의 전쟁〉의 기세가 무섭다. 방영 6회 만에 평균 시청률 30%를 넘기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의 연인〉이후 3년 만에 돌아온 박신양은 사채업자 ‘금나라’연기를 통해 ‘역시 연기파 배우’라는 평가를 받으며 〈쩐의 전쟁〉의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 

▲ 장태유 PD(사진 가운데)가 박신양(사진 왼쪽, 금나라 역)과 이원종(마동포 역)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 SBS

기자가 찾아간〈쩐의 전쟁〉 촬영 현장도 시청자들의 호평만큼 철저한 준비와 긴장감으로 빡빡한 촬영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9일 오전 7시 30분 여의도 한 커피숍 앞. 대형 버스 2대와 촬영 차량들이 줄줄이 멈추기 시작했다. SBS 〈쩐의 전쟁〉 9회 53신(scene)을 찍기 위해 40여 명의 스태프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날은 모두 8신의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박신양, 개인 스태프만 10 여 명 

박신양은 촬영장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NG도 잘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그를 위해 10 여명의 스태프가 박신양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 가운데 한 명인 박신양의 리허설 배우 심현탁 씨. 실제 촬영이 들어가기 전, 카메라 워킹부터 상대배우와의 리허설 등은 박신양 대신에 심 씨가 맡았다. 심 씨는 촬영 중간에 박신양에게 대사를 읽어주기도 했다.

박신양 측의 김상규 실장은 “심현탁 씨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사람으로 연기 지망생”이라며 “리허설 등으로 실제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연기자가 지칠 수 있기 때문에 연기자가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많은 배우들이 ‘리허설 배우’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신양은 감정 잡기나 연기하는 시선처리에도 민감했다. 얼굴이 낯선 기자가 촬영장에 나타나자 박신양의 스태프 한 명은 “박신양 씨가 연기하는 시선에서 떨어져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였다. 또한 촬영 카메라 이 외의 카메라 사용은 박신양 측 스태프만 가능했다.

하지만 박신양은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극중 김정화(이차연)에게 “내 마지막 ‘우정’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하며 매몰차게 돌아서야 하는 장면에서 “내 마지막 ‘고구마’라고 생각해”라고 말해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 9일 여의도 HP 건물 앞에서 장태유 PD가 스크린을 보며 촬영 장면을 모니터하고 있다.

1분 방송을 위해 1시간 촬영

이 날 첫 촬영은 금나라(박신양)와 서주희(박진희)가 커피숍에서 만나는 장면이었다. 금나라가 마동포의 비밀금고를 찾아내 비밀금고의 번호 6자리를 찾아내는 내용이었다.

오전 8시쯤 나타난 장태유 PD와 김형근 촬영감독은 이날 오전 6시까지 촬영을 하고 차량에서 1시간 남짓 쪽잠을 자고 나온 터였다. 장 PD가 등장하자 스태프들이 카메라 워킹을 고려한 촬영 세팅으로 분주해졌다. 곧이어 박신양과 박진희가 도착하자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됐다.

장 PD와 스태프들은 박신양과 박진희를 극중 이름인 ‘나라’와 ‘주희’로 불렀다. “주희 시선이 화면에서 가려지네요”, “나라 손가락을 몸 쪽으로 좀 더 움직이세요”….

촬영 모니터를 지켜보던 장 PD와 김정숙 스크립터는 박신양과 박진희의 연기를 지켜보며 가장 적절한 카메라 촬영 구도를 찾았다. 똑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찍는 ‘더블액션’은 계속 이어졌다. 1분짜리 커피숍 신이었지만 촬영이 시작된 지 1시간이 훨씬 지난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다음 장면은 여의도 HP 건물 앞에서 진행됐다. 역시 나라와 주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그 다음은 철수와 나라가 노숙자에게 마동포의 비밀금고 구조를 확인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장 PD는 “8회에서 박신양이 아버지를 죽게 한 사채업자가 마동포라는 사실을 알고 목욕탕에서부터 골프채를 휘두르며 마동포를 쫒아갔던 장면은 3일 동안 찍었다”고 말했다.

폭주족 신 20여 대 오토바이 동원

이 날 촬영의 하이라이트는 9회 등장할 부분으로 폭주족과 어울리는 소녀 한 명을 계도하는 장면이다. 장 PD는 폭주족 촬영을 위해 오후에 잡힌 나머지 신은 다음날로 연기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이 날 촬영의 하이라이트는 9회 등장할 부분으로 폭주족과 어울리는 소녀 한 명을 계도하는 장면이다. 장 PD는 폭주족 촬영을 위해 오후에 잡힌 나머지 신은 다음날로 연기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장 PD는 “날을 새도 다 찍을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사고 나지 않고 무사히 촬영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밤 촬영이었기 때문에 여의도 한강고수부지 한 쪽에 조명 크레인이 설치됐다. 폭주족 연출을 위해 오토바이 20여대가 공수됐다. 폭주족의 다양한 모습을 담기 위해 ENG 카메라 2대, 6㎜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을 시작했다.

주말 한강에 모여든 시민들이 박신양 등을 보기 위해 현장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촬영은 더욱 난항을 거듭했다. 폭주족 장면만 찍는데도 자정이 넘었다. 결국 다음날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촬영 스태프 중 한 명은 “장 감독이 촬영장에서 워낙 꼼꼼하게 체크하고 촬영하지만, 연기자들의 열정도 못 따라 갈 만큼 대단하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김형근 촬영감독(사진 가운데)이 레일 위에서 카메라로 찍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촬영장에서 김 감독은  “드라마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가족처럼 지내는 촬영장 스태프

긴장감 있게 돌아가는 촬영장 분위기지만 40여 명의 스태프들은 화기애애했다. 그 많은 인원의 스태프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손발이 어긋나 촬영이 지연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비결은 김형근 촬영감독과 김정숙 스크립터,  마영식 음향 기사 등 촬영 스태프들이 〈쩐의 전쟁〉 이전에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서로 호흡을 맞춰온 사이였기 때문.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집에 들어갈 틈 없이 대형 버스에서 쪽잠을 자고 24시간 함께 보낼 때가 많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호흡이다.

김정숙 스크립터는 “작품을 일단 시작하게 되면 가족들보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모두 가족 같다”고 말했다.

한편 쩐의 전쟁은 16부작 중 7일 8회까지 방송을 마친 상태다. 13일 9회 방송부터는 금나라가 사채업자 마동포의 비밀금고 번호를 알아내면서 사채업자로서 금나라의 활약상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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