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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외국의 프로듀서만들기김광범 EBS 교양제작국

|contsmark0|<하나뿐인 지구 - 학교를 잃어버린 아이들>로 지난 3월 열린 일본의 ’98 어스 비전(earth vision ’98) - 제7회 지구환경영상제 본선에 오른 ebs 김광범 pd가 행사에 참가한 후 외국 다큐멘터리 제작 시스템을 우리의 현실과 비교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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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약 한달 전 서로 다른 나라의 두 pd가 도쿄에서 만났다.a : 작품이 대단하다. 제작 기간이 얼마나 되는가?b : 3년 반. 당신들은 어떤가?a : 응 … 4주이다. 저 … 우린 위클리 정규 프로라서….b : 놀랍다. 믿기지 않는다! 제작비는 얼마인가?a : 2500달러이다.(사실은 직접제작비가 그 10분의 1인 250만원이다. 간접제작비 포함해도 3-4배 정도는 ‘뻥튀기’한 것) 당신들은?b : 원 밀리언 달러즈. (약 12억원)a : ……
|contsmark3|이것은 지난달 4일과 5일 일본에서 열린 제 7회 환경여성인권영화제(earth vision ’98)에 최종 노미네이트되어 대회에 참가한 ebs <하나뿐인 지구>팀 pd들과 호주 abc방송 데이빗 패러(david parer) pd 사이에 이뤄진 대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월경 kbs를 통해 방영된 <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의 제작자 데이빗 패러는 에미상을 비롯해 유수한 국제대회 80여 회 수상 경력을 지녔고 32년 동안 해양자연다큐만을 전문으로 해온 호주가 자랑하는 자연다큐의 거장이다.환경문제와 여성, 인권에 관계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어스 비전(earth vision)에서 한국은 역대 3회, 4회 대회에서 mbc의 <갯벌은 살아 있다>와 <버섯>이, 그리고 98년 6회 대회에는 ebs <하늘 다람쥐의 숲>이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contsmark4|열린 구조의 영화제참가 대상은 영화사, 방송사뿐만 아니라 독립제작사들에게도 열려 있다. 인상깊은 점은 대회기간 중 모든 시사회가 일반에 개방되는데 제작자와 관객들 사이에 즉석 토론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참가방식도 35mm, 16mm, 8mm, betacom, u-matic, hi-8mm,s -vhs 등 다양한 방식의 참가가 가능하고 실제로 필름에서 hi-8mm까지 다양한 작품이 출품되었기에 각 방식상 표현의 장단점이 잘 대비되어 비교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일본 작품 5편중 4편이 nhk것이고 환경호르몬을 다룬 대상작을 포함해 그중 3편은 이라는 단위 프로그램이었다.
|contsmark5|방송에 쫓기는 작품과 예술 같은 작품 만들기대체로 우수한 작품은 일본이건 호주건 보통 2-3년 동안 1편을 만든 게 일반적이었다. 호주 자연다큐의 경우 3년 반의 제작기간 등 9개월 동안 일종의 현장 탐사와 연구만을 철저히 했다고 한다. 리서치(research)라 하는 이 기간이 작품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제작자는 믿는 듯했다. 자연다큐의 경우 충분한 사전 조사 기간 확보를 통해 촬영의 정확도를 높이고, 동물 행태를 정확히 파악함은 물론이요 촬영으로 인한 동물들의 죽음 등 희생을 방지하기 위함이라 한다.
|contsmark6|작품제작의 시작과 끝 - 사회적 인프라 구축기반대상을 받은 <생식이변, 환경 호르몬…>(슈 무라마츠 pd)은 환경 호르몬을 최초로 문제화한 작품으로 철저한 실험과 과학적 분석이 아주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시도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면 환경호르몬처럼 일종의 과학적분석이 필요한 작품의 제작은 그 나라의 기초과학과 연구분야의 인프라가 구축과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프로그램을 10여 년 가까이 해오면서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한국에서 정부 연구소와 대학 연구기관의 도움을 통한 실험적 프로그램제작의 개발시도는 아직 요원한 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생식이변…>에서는 정부 환경 담당 부처 연구소와 동경대 연구진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호르몬을 검출하기 위한 원심분리기 등의 첨단 장비사용이 병행되었다. 작품의 힘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contsmark7|제작의 뼈대, 하드웨어의 뒷받침시사 작품 중 nhk가 내놓은 해저 자연다큐물은 2천 미터 이하까지 카메라가 누빈 영상미가 아주 우수한 작품이다. 보통 우리가 아는 물고기 얼굴들은 해저 2백 미터 정도에 몰려 있고 그 밑은 암흑이기에 태어나 처음 본 희한한 얼굴들을 찍기 위해 보통의 기술론 안된다. 그런데 해저 2천 미터까지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이 프로그램을 위해 특수 제작했다. 그것도 nhk기술연구소 독자적으로….
|contsmark8|pd만들기외국의 pd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하고 있는 한국의 pd. 그리고 짧은 제작 기간과 부족한 제작비, 불충분한 장비의 지원, 그리고 더 나갈 수 없는 한국의 연구기반들. 이 모든 것이 한국 pd가 서 있는 오늘의 주소이다. 그런데도 abu대상 수상 등 외국에 나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강한 열정과 사랑만은 뒤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속칭 ‘헝그리 정신’에 의존해 오로지 pd 개인의 영웅적 희생을 담보로 한 프로그램의 제작과 pd만들기로 세계적인 작품, 아니 세계적인 명 pd를 한국에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표절과 연출시비로 멍든 저간의 책임 상당부분도 돌이켜보면 작품 제작을 둘러싼 여러 인프라에 있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던져본 물음의 답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이번 어스 비전 대상을 받은 nhk의 pd는 90년 nhk에 입사한 젊은 pd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주의 자연다큐 데이빗 패러 pd는 32년째 해양 다큐만 해온 사람으로 그간 단지 10여 편만을 제작한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이다. 그 nhk의 젊은 pd에게서 훗날 호주의 그 거장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단지 그 개인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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