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무이자…”열창에 단물 빤 방송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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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무이자…”열창에 단물 빤 방송사들
  •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승인 2007.06.1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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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TV 화면이 “무이자, 무이자…”를 열창한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도 같은 소리가 아니면 비슷한 소리가 귀를 때린다. 그것도 이름난 연예인들이 나와 돈을 싸게 빌려줄 테니 빨리 빨리 써라, 신용이 없어서도 좋다며 소리 높여 외친다. 흡혈귀가 유혹하는 듯하여 소름 끼친다. 드디어 여론의 반란이 일어나 방송계에 성난 얼굴을 보낸다. 자성의 모습을 보이는 연예인은 나오나 단물을 빤 방송사는 꿀 먹은 벙어리 인양 입을 다물고 있다. 연예인의 공인의식은, 방송사의 광고윤리는 어디로 갔나?

많은 이가 문제의 대부업을 금융업으로 알 듯하나 그렇지 않다. 은행과 같은 금융업은 공공성을 지녀 정부의 규제의 틀에 갇혀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대부업은 쉽게 말해 제도금융이 아닌 고리대금업자이다. 다만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면 이자상한선을 연66%로 규제 받을 뿐이다. 등록하지 않아도 사채업자로 영업할 수 있다. 등록하는 이유는 정부가 공인한 업체처럼 비치려는 속셈일 것이다.

작년 말 현재 등록업체는 모두 1만7,539 곳이다. 미동록업체를 포함하면 5만 곳에 달한다. 일본계 자본이 상위 10개 업체 중 8곳을 차지하고 시장점유율이 41%나 된다. 일본은 그야말로 무이자에 가까운 초저금리 국가이다. 거기서 돈을 싸게 가져와 고리사채놀이로 떼돈을 벌고 있다. 이자상한을 규제 받는다지만 선이자를 떼는가하면 연체이자를 물리는 따위로 폭리를 취한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2005년 사금융 피해자 평균대출금리가 무려 229%로 살인적이다.  

연예인은 공인이다. 그래서 처신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그 까닭에 보통사람이라면 하찮게 여길 일로도 때로는 질타를 받는다. 대부업의 실태를 잘 모른다 손치더라도 광고내용이 과장을 넘어 허위에 가깝다. 그런데 인기를 먹고산다면서 어떻게 덥석덥석 잘도 받아먹는지 모르겠다. 군중의 우상이니 얼굴값을 많이 쳐준 모양이다. 20여명의 유명한 연예인들이 대부업자를 사랑하라고 합창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 덕에 방송사들도 재미를 톡톡히 본 모양이다. 공공성을 자랑하는 지상파 방송3사의 광고계약액수가 41억3,800만원이나 된다. 그 중 KBS 2TV가 16억6,000만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MBC 10억9,000만원, SBS 9억8,000만원이다. 2005년에는 2,900만원에 불과했다니 정말 엄청난 증가세다. 사채광고가 그만큼 증가하다보니 일본계 대부업들도 대호황을 누렸다. 15개 일본계 자본 중에서 은행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8개 업체의 순이익만도 1,808억원이라니 말이다.

과문한 탓인지 지상파 방송사가 사채를 쓰라는 연예인의 합창을 연일 틀어대는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광고윤리의 실종이다. 수지개선이 핑계가 될 수 없다.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국민이 700만명이 넘는단다. 신용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이가 이름난 얼굴의 감언에 덫이 걸려 고리채의 수렁으로 빠졌을지 안타깝다. 자라는 세대에도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었다. 돈은 빌려쓰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지나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방송위원회는 그 동안 든지도 보지도 못한 척해 왔다. 무엇 하는 곳인지 묻고 싶다. 정치놀음에는 눈과 귀를 활짝 열면서 왜 서민의 고통에는 등을 돌리는지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방송법이 규정한 공공성-공익성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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