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월드와이드]“역사에 대한 첫 번째 밑그림을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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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월드와이드]“역사에 대한 첫 번째 밑그림을 그려라”
  • 신윤진 한국언론재단 혁신기획팀
  • 승인 2007.06.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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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쌍방향 박물관’을 표방했던 미국의 뉴지엄이 새로운 모습으로 올해 10월 15일 문을 연다. 이전까지의 뉴지엄은 언론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삼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많은 관람객들을 끌어 모았다. 새로운 뉴지엄은 자유주의적 가치를 더욱 심화하고 관람객들의 참여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함으로써 옛 뉴지엄의 명성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뉴지엄은 언론의 역사를 미국의 역사로 전환함으로써 미국적 가치를 확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본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구심 또한 없지 않았다(미디어월드와이드 2003년 3월호 참조).

뉴지엄을 향한 이러한 환호와 비판은 미디어 박물관이 갖는 중요성에 기인한다. 미디어는 세계를 보는 창이고 미디어 박물관은 미디어의 역할을 체험하고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의 신념체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미디어박물관 설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랜 미디어의 역사가 있고 빠르게 발전하는 미래가 도처에 존재하며 현실적 영향력 또한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변변한 미디어 체험관 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5월 8일자 뉴욕 타임스에 실린 캐서린 실리(Katharine Seelye)의 기사에 소개된 뉴지엄의 재개관 소식은 우리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야심찬 박물관

발칸반도를 누비던 총탄 자국투성이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장갑 트럭이 전시대로 옮겨졌다. 2002년 파키스탄에서 살해된 월스트리트 저널의 다니엘 펄(Daniel Pearl) 기자가 쓰던 휴대용 컴퓨터가 도착했다.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ABC의 밥 우드러프(Bob Woodruff)가 폭탄이 터져 다쳤을 때 입고 있던 조끼도 입수됐다. 10월 15일 워싱턴 D.C. 펜실베이니아 에비뉴에서 다시 문을 여는 뉴지엄은 뉴스취재의 위험을 일깨워주는 품목들을 전시한다.

크레인이 아직도 강철과 유리로 이루어진 구조물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인부들은 이제 건물 정면에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새겨진 무게 50톤, 높이 74피트(약 22미터)짜리 대리석을 설치하면서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뉴지엄은 서서히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던 옛 뉴지엄보다 더 크고 더 인상적이며 기술적으로 더욱 진보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면서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건설하는 데 6년의 기간과 4억 3,500만 달러가 들어간 뉴지엄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박물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뉴지엄은 국회의사당에서 백악관에 이르는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코스에서 건축이 가능한 마지막 위치에 자리 잡아,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 될 것이다.

또한 뉴지엄은 디자인과 포부, 양 측면에서 대단히 야심적이다. 폴섹 파트너십 아키텍트(Polshek Part-nership Architects)에서 디자인했고 랄프 아펠바움사(Ralph Appelbaum Associates)가 진열을 맡았다. 이들은 아칸소주 리틀록에 있는 클린턴 도서관과 맨해튼에 있는 미국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의 로즈센터(Rose Center for Earth and Space)에서도 공동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이 건축물의 투명한 외관은 자유 언론과 열린사회라는 인식을 전달하고자 한다. 건물 정면의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은 텔레비전 또는 컴퓨터 스크린을 암시하는 것으로 뉴지엄은 이곳을 “세계로 난 창(window on the world)”이라고 부른다.
방문객들은 그레이트 홀 오브 뉴스(Great Hall of News)를 통해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는 1.5마일에 이르는 전시대와 양방향 정보단말기들(interactive kiosks)을 향해 출발하기에 앞서 거대한 디지털 ‘지퍼(zipper)’에서 개략적인 소개를 접할 수 있다. 뉴지엄은 7층 건물로 모두 135개의 방으로 이루어져있다. 여기에는 상점과 볼프강  퍼크(Wolfgang Puck)가 운영하는 3층짜리 식당도 있다.

뉴스의 인식·이해·기억의 과정을 추적하는 해석적 전시

해석적 전시(interpretive exhibits)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아펠바움사는 평범한 물건에 의미를 불어넣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Holo-caust Museum)과 원래의 뉴지엄이 이 회사의 작품이다. 뉴지엄은 소장품의 10분의 1인 600개의 품목을 전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1876년 커스터 장군과 함께 리틀 빅혼(Little Bighorn)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마크 켈로그(Mark H. Kellogg) 기자가 사용했던 연필이 포함돼 있다. 또한 애나 마리 콕스(Ana Marie Cox)가 정치전문 블로그인 원케트(Wonkette)에 글을 쓸 때 신었던 청록색 슬리퍼도 진열해 놓는다. 슬리퍼가 진열된 것은 블로그 활동이 대부분 잠옷 차림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뉴지엄은 버지니아공대의 한 학생이 벌인 총기학살 사건을 동영상으로 찍었던 휴대전화를 이미 수집해놓았다. 당시 찍은 동영상도 확보할 예정이다.

아펠바움은 “우리는 뉴스가 인식되고, 이해되고 기억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은 훈련된 저널리즘을 보여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저널리즘이 우리가 어떻게 역사를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말했다.뉴지엄의 목적은 역사의 영광과 부끄러움 속에서 ‘역사에 대한 첫 번째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헌법 제1조의 중요성을 각인하고자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의 런던 대공습 당시 에드워드 머로우(Edward Murrow)가 지붕 위에 올라가 방송한 것은 영광 부문에는 속할 것이다. 그는 뉴지엄의 4-D극장에서 상영되는 단편영화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이다. 이 영화에서 독일 비행기가 머리 위로 날아갈 때는 말 그대로 좌석이 흔들린다.

제이슨 블레어(Jayson Blair)의 뉴욕 타임스 날조 기사와 USA 투데이에 실린 잭 켈리(Jack Kelley)의 거짓 기사는 부끄러운 분야의 전시물이다. 영상물은 익명 정보원의 사용과 편견이 뉴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박물관이 곤혹스러워할만 한 것 가운데 하나가 뉴스 미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보여줄 때이다. 뉴지엄을 건립한 비영리 기구인 프리덤 포럼의 찰스 오버비(Charles Overby) 회장은 건설현장 근처의 임시 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말을 꺼냈다. “우리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조사에서 40%의 미국인이 언론에 너무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이 할 일은 참여를 통해 사람들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지엄은 ‘언론’이 아닌 ‘자유’에 대한 기념물

그는 뉴지엄이 언론에 대한 기념물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기념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나라가 생겨날 때부터 언론이 적대적이고, 거만하며 무책임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것은 부시에 반대하고, 클린턴에 반대하는 것 때문에 생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라면서 “이것이 언론 자유의 본질이다. 대중은 이를 지켜보면서 ‘글쎄, 그게 민주주의지.’라고 말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USA 투데이의 주필을 지냈던 피터 프리차드(Peter S. Prichard) 뉴지엄 회장은 1997년에 문을 연 원래의 뉴지엄에는 5년간 22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시험 프로젝트와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했으며 모든 의견카드(comment cards)를 모아두었다”고 언급했다.

원래의 뉴지엄과 마찬가지로 새 뉴지엄은 쌍방향 기능으로 가득차있다. 방문객들은 마치 자신이 백악관에서 보도하듯이 리포트하는 장면을 녹화할 수 있게 된다. 일기예보도 할 수 있다. 옛날 워싱턴 사진, 국회의사당의 멋진 풍경 등이 전시장의 여러 곳에서 제공되고 있다.
전시관들 가운데 하나는 언론 윤리에 할애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관람객들이 ‘예-아니오’로 응답하는 퀴즈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점 들치기를 취재하면서 당신 이웃사람이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편집자에게 알려야할까? ‘뉴지엄의 저널리즘 전문가 패널에 따르면 답은 ‘예’이다’하는 등의 질문이 주어진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보다 복잡한 이슈도 생각해볼 기회가 제공된다. 수단에서 활동하던 사진기자가 굶어 죽어가는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그때 근처에는 독수리가 있었다. 사진을 찍어야 했을까, 아이를 구해야 했을까? 클릭을 하면 관람객들은 뉴욕 타임스에 실렸고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그 사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언론인들의 견해와 그들이라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다.

원래 기존의 뉴지엄은 확장할 공간이 없었다. 관람객 친화적인 위치를 찾던 프리덤 포럼은 이 자리를 얻기 위해 워싱턴 D.C.에 7,500만 달러를 냈다. 여기에 저소득층의 주거를 위해 2,500만 달러를 추가로 냈다.

프리덤 포럼은 2000년 12월에 계약을 성사시키고 3년 후 공사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아넨버그 재단(Annenberg Foundation)으로부터 1,500만 달러, 옥스 설즈버거(Ochs-Sulzberger)가문과 뉴욕 타임스로부터 1,000만 달러, 그리고 폭스뉴스와 뉴욕 포스트를 소유하고 있고 월스트리트 저널을 사들이려고 하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으로부터 1,000만 달러 등을 포함해 7,900만 달러의 기부 약속을 받았다.

오버비는 뉴지엄과 같은 “대형 선교 활동(missionary work)”이 없다면, 수정헌법 제1조는 정치적 지지를 잃고 금세기 말이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사람들이 윤리 게임의 와중에 의사결정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뉴스 판단이 단순히 흑백논리가 아니라 그 사이에 엄청난 회색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편역 : 신윤진(한국언론재단 혁신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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