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협회, 방송인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팽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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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회관 초대 이사장에 물의인사 강성구씨 선출
상임인사도 공보처 출신 일색, 정관개정도 졸속으로

|contsmark0|방송사 사장단이 공보처의 들러리를 자처해 방송회관을 공보처 부속물로 전락시켰다. 18일 열린 방송협회 이사회에서 강성구 전 mbc 사장을 방송회관 이사장으로 선출한 충격적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방송회관에 대한 방송인들의 기대는 우려로 변해왔다. 진정한 ‘방송인의 요람’으로서 방송회관에 거는 기대가, 건물로서의 회관은 점차 외양을 갖춰가고 있는데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방송인들이 참여할 것인지 계획조차 없는 가운데 광고공사가 ‘건물주’요 공보처가 ‘운영실체’라는 증거들만 포착돼 우려와 의혹만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을 뿐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14일 열린 방송협회(회장 홍두표 kbs사장) 97년도 정기총회는 사단법인 한국방송회관 정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바로 얼마전 방송협회는 물론 방송회관 건설본부에서도 쉬쉬하며 숨기려 들었을 뿐 아니라 소관 정부 부처인 공보처에서도 전혀 모른다고 잡아뗐던 방송회관 정관의 개정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연이어 이사장 선출에 2명의 상임이사 선임까지도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 이번에 방송회관 이사장으로 선출된 강성구 전 mbc 사장이 지난해 3월 유임되면서 한달 가까운 mbc 노조의 파업 끝에 사장자리를 내놓고 물러나야 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당시 그는 불공정 방송을 주도했다는 지적과 사생활 추문으로 인한 도덕성 시비를 겪었을 뿐 아니라 유임과정에 불거져 나온 권력 유착 의혹으로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었다. 강성구 씨의 mbc 사장 유임과정의 권력개입설은 최근 김현철 씨의 방송·언론사 인사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롭게 확인되고 있는 사안으로 또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방송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이 뻔한 강성구 씨를 과감하게 이사장으로 선출한 방송협회 회장단의 강심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방송회관을 둘러싼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주도한 것이 공보처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같은 사실은 회관 인사와 정관 개정 내용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상임이사로 선출된 진병무 씨는 1963년 3공시절 공보부 주사보로 출발해 문화공보부 신문과장과 공보협력관, 홍보 담당관을 거쳐 공보처의 감사관직을 맡은 뒤 95년 3월부터 광고공사에서 감사직을 맡았다. 때마침 방송회관 상임이사로 선임된 18일자로 광고공사 감사직 임기를 마쳤다. 방송회관 건설본부의 기획처장으로 있던 서종화 씨 역시 알려진 바대로 엑스포 공보관 출신의 공보처 배경을 가지고 있다.개정 정관에는 이사장을 포함한 방송회관의 임원은 공보처장관의 승인을 받고 취임(제3장 임원 제10조 5항)하게 되어 있어 이번 인사는 공보처가 주도하고 방송사 사장들이 들러리를 선 것에 다름아니다. 뿐만 아니라 회관 재산과 예산집행 등을 감사하는 감사직의 경우 개정 전의 정관에는 다른 임원들과 마찬가지로 장관의 승인만 받으면 됐지만 이제는 아예 공보처 장관이 임면(4항)하도록 변경됐고 회관의 사업과 예산을 공보처 장관에게 승인받도록 한 조항(제7장 재정 제30조 1항)도 새로 추가하는 등 인사와 재정이 공보처 장관에게 완전히 귀속돼, 방송회관은 공보처의 한 부서나 다름없게 됐다.연합회는 홍두표 방송협회장이 방송사 사장들과 증여세 3백60여억원을 마련해 방송회관 소유권의 방송협회 이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기만적인 행위를 해 온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이번 인사의 철회와 정관 개정을 비롯한 방송회관 운영 계획의 공론화를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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