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가 새로운 미래를 선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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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가 새로운 미래를 선물할까?
  • 이광엽 YTN 보도국 기자
  • 승인 2007.06.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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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언론 통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일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을 통해 블로거들이 주요 사건들을 잇달아 터뜨리면서 전통 언론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과연 블로거들은 중국의 견고한 언론 통제를 깨뜨리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것인가.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인 댄 서더랜드(Dan Southerland) RFA(Radio Free Asia) 부회장이 2007년 4월 18일 아시아미디어(AsiaMedia) 사이트에 게재한 글을 소개한다.

 

▲ 댄 서더랜드(Dan Southerland) RFA(Radio Free Asia) 부회장이 2007년 4월 18일 아시아미디어(AsiaMedia) 사이트에 게재한 글.

이례적인 ‘알박기’에 관한 보도


최근 몇 주 동안 중국의 블로거들과 인터넷 뉴스 사이트, 그리고 국영 언론사들은 수많은 중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기사를 앞다퉈 일제히 보도했다.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철거 예정 지구에서 외딴 섬처럼 고립된 땅에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벽돌집은 정부가 추진해온 개발 계획들을 앞두고 사유재산권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집 소유주인 양빈은 한동안 전국적인 유명 인사가 됐다. 그녀의 집은 정부의 권위에 맞서 싸운 ‘알박기(딩쯔후, nail house)’로 통했다. 이러한 ‘알박기’ 집들은 대부분 일방적으로 철거를 당하는 운명에 처해져왔다. 그러나 양빈은 시운이 좋아 결사적으로 버텨온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경우이다. 법원은 정부가 양빈 부부에게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새 집과 상가 공간을 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문제의 ‘알박기’ 집은 철거됐고, 퇴거와 철거 위기에 처한 많은 사람들의 대변인 노릇을 해온 양빈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주요 웹사이트들이 더 이상 관련 기사를 보도하지 않도록 지시했고 국영 언론은 침묵 속에 빠졌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중국 언론이 이러한 기사를 전한 게 놀랍기는 하지만 ‘알박기’에 관한 뉴스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내용의 물권법을 통과시키는 시점에 터져 나왔다. 수많은 중국인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개발 계획에 희생양이 되면서도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보면 양빈의 기사는 통제가 심한 중국 언론에 돌파구가 열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니라 단지 매우 예외적인 사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알박기’ 집주인을 관대하게 대함으로써 최소한 몇몇 사례에서는 사유재산을 존중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통해 중국의 억압받는 민중들이 관행과는 다른 방식을 통해 기존 제도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성장은 세계의 주요 기사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도성장은 다른 중요한 기사를 낳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보도가 없다. 중국 신화통신이 지난해 7월 25일 노동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농민 4,000만 명이 지난 10년 동안 도시화로 땅을 잃었으며, 추가로 수백만 명이 이와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고 한다. 지역 관료들은 개발 계획을 위해 땅을 빼앗고, 치솟는 자산 가치 덕분에 이익을 챙기면서도 농민들에게는 적정한 보상비를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농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공안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시위와 소요, 다른 ‘주요 사건’들은 모두 8만 7,000건이다.  

농민 앞에 눈 감은 국영 미디어

동시에 수많은 농민 등은 법적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법에 호소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일련의 변호사들을 비롯한 중국의 새로운 운동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국영 미디어는 이러한 현상을 대부분 외면하고 있다. 블로거와 기자로 활동하는 사이버 반체제 인사들은 각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투옥됐다. 이제 중국 기자들이 소요 사태를 취재하는 것은 점차 위험해지고 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언론인에 대한 폭행은 40건이 발생했는데 대부분은 지역 관리들과 기업인들이 매수한 폭력배와 이주 건설 노동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1월 1일 현재 중국에 투옥된 기자들 수는 31명에 이른다.

3년여 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했을 때 기자들을 비롯한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그가 중국의 정치 체계를 개방해 언론이 부패와 지역 소요사태에 대한 보도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진보적인’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후진타오 주석이 2003년 봄에 사스(SARS)를 은폐한 책임을 물어 베이징시장과 보건 장관을 해임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투명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약속해 높은 기대를 걸었다. 에이즈와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주요 보건 문제들은 적어도 일부 개선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전임자인 장쩌민 체제보다 후진타오 체제에서 더욱 강한 통제를 받고 있다.

정부와 언론의 허니문은 2004년 초 공산당이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 과감히 보도하려는 신문과 방송을 탄압하기 시작하면서 끝났다. 그리고 베이징 당국은 인터넷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더욱 당겼다. 지난해에 법조인들은 농민과 실업자 문제를 포함한 ‘주요 사건’들에 대해 외국 기자와 대화하는 게 금지됐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연례보고서에서 중국 언론이 “자율규제를 강요당하고 있으며” 광부와 경찰다음으로 위험한 직업이 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함께 기자들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 제기가 지난해에 훨씬 빈번해졌다. ‘국경 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안 당국은 적어도 기자 12명을 체포했고 수십 명을 감시 대상에 놓고 있다”고 한다.

통제 앞에 상업화도 무력

일부에서는 중국 언론의 상업화 추세로 통제가 느슨해 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는 중국 정부가 기자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사업 기준과 중국 지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 어떻게 언론사의 시스템을 현대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전국 등록 체계와 의무적인 이념 교육을 통해 기자들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들은 전화통화로 보도 내용에 대한 규제를 늘려가고 있고 때로는 선전물도 돌린다. 이 보고서에는 비록 “큰 걱정거리는 명예훼손 소송이지만”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기자들에게 모호한 표현으로 돼 있는 ‘국가 기밀’이라는 수단을 빈번하게 사용한다. 탐사보도를 시도한 신문들은 대부분 패소한다.

선전담당 관리들은 지속적으로 기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기사를 상기시켜 주고 있다. 금기 항목은 반체제인사와 소수민족 문제에서부터 고위관료의 부패, 농민과 노동자 계층의 소요 사태까지 다양하게 걸쳐 있다. 기사화 금지 소재들은 미인가 종교 단체, 1957년 마오쩌뚱의 ‘반우파 운동(anti-rightist campaign)’, 마오쩌뚱의 대장정으로 인해 숨진 수백만 명에 대한 책임, 그리고 이어 발생한 기아 등 역사적 문제도 포함된다. 1989년 천안문 광장 근처에서 발생한 시위대원 학살도 여전히 보도 금지 항목에 올라 있다.

상업화로 인해 광고가 허용됐고 다양하고 화려한 기사 편집이 가능해졌다. 한 때 금기 대상이었던 성과 범죄에 대한 보도와 토론도 이루어졌다. 이익을 추구하는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이 등장했고 범죄 현장의 끔찍한 모습을 더욱 더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경쟁이 시작됐다. 상업화는 독자들과 당 간부들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기자의 능력에 대해 보상해 주는 ‘업무수행 보너스’로 이어졌다.

이러한 언론 통제 속에 인터넷과 블로거들은 중국의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위한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알박기’에 관한 기사가 전개된 양상을 보면 그렇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블로그들은 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전했고 다음으로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집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려 신속하게 퍼져나갔다. 

블로거, 새로운 희망인가?

현재 정부는 블로그와 동영상 교환 사이트들을 감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5월 6일자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2006년 말에 중국 블로거 숫자가 6,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는 블로거들은 거의 없다.

게다가 중국의 블로그는 ‘체제 전복적인 언어’를 여과시키는 장치들을 포함하도록 돼 있어 당국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콘텐츠를 통제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와 같은 민감한 단어들은 사전 검열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다 투옥된 사람들이 52명인 상황이기 때문에 블로거들은 스스로 검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블로그들은 선별적으로 대중문화와 개인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집요함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 감각도 뛰어나다. 블로거들이 탐사보도의 기능을 일부 대신할 수 있을까? 손꼽히는 중국 언론인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기자들에게는 큰 폭의 자유가 약속된 반면 중국 언론인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통제가 적용되고 있다. ‘중국청년보’에 속한 탐사보도 잡지의 편집장 출신인 리 다통은 올해 초 RFA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리 다통은 중국 지도자들이 뉴스를 판단할 때 자신의 권력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해가 되는지에 근거해 판단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들은 음란하고 저속한 내용은 정치권력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된다고 생각하면 찾아내서 파괴한다”고 말한다. 리 다통은 인터넷이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인터넷상의 보도는 대개는 제한적이며 영향력이 없으며 오로지 전문적인 기자들이 탐사 보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알박기’ 보도 사례는 블로거들이 사실상 기사를 터뜨릴 수 있고, 신문이나 주요 웹사이트들보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게다가 많은 수의 중국인들이 모처럼 분연히 일어설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편역 : 이광엽(YTN 보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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