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학과 비과학 사이
이원근 -한국과학문화재단 사업실장,캠브리지대 이학박사

|contsmark0|오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계를 보면서, 나는 왕따를 생각한다. 제대로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국민으로부터 정부로부터 시시때때로 왕따 당하기에 익숙한 과학기술계, 이것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주소다.과학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 부족, 과학자들의 폐쇄성, 과학자의 응집력과 정치력 부족, 과학자의 사회의식 부제, 과학문화의 미비 등 왕따의 이유는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대다수 과학자들, 칭찬을 받아야 마땅한 이들에게 사회의식이니 정치력이니 운운하는 것은 어쩌면 경우에 맞지 않는 지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기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윤리 등 모든 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모든 인류가 함께 고민하면서 방향키를 잡아가야 할 핵심사안이다. 때문에 과학기술자들은 외부사회와의 대화를 위한 노력을 부단히 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국민들은 과학기술을 대변할 만한 어떤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국민과의 대화 노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과학기술계는 그 자체의 막대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이유는, 과학의 속성에 대하여는 가르치지 않고 과학의 결과, 산물에 대해서 홍보하고 알리는데만 급급해 온 사회적 환경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과학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게의 사람은, 자연의 섭리나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간단한 대답 이상을 하지 못한다. 또는 유전자를 조작하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학문이라는 정도로 대답한다. 우리의 탁월하고 창의적인(?) 교육의 효과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객관적이고, 일반적이며, 보편적으로 믿을 만한 타당한 지식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루었던 것이다.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비과학적 사회환경의 모습이다.이것은 서구의 과학이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과학이 가진 도구적 방법만을 도입하였을 뿐 과학이 담고 있는 정신적, 철학적, 윤리적 가치를 도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아직도 우리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며, 과학자의 추천서만 첨부되면 무조건 믿어버리는 맹목적 과학숭배주의까지 발생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과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적탐구 활동으로 얻어진 정리된 지식체계이며, 과학지식은 ‘증명된 지식’ 이다. 관찰과 실험, 수치계산을 통한 경험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연역 또는 귀납)이며, 객관적인 방법으로 도출해낸 보편적 지식이 과학지식이다.기본적으로 과학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져서 확인할 수 있는 (검증된 도구나 기구를 이용한 간접 인지도 포함)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다. 개인적 의견이나 선호도, 그리고 추상적 형상화는 개입시켜서는 안된다. 그래서 과학은 객관적이다. 또한 과학지식은 객관적으로 증명된 지식이기 때문에 대중 사이에 보편적인 지식으로 믿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과학은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 조건이 같은 상황이면 누가 어떤 곳에서 어느 시간에 실행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이것은 아직 가설이나 이론일 뿐 하나의 과학적 사실이나 지식이 될 자격이 없다. 기공, 풍수, 역학 등 다양한 비과학이 과학의 범주로 인정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미지의 세계를 밝혀 가는 노력은 전혀 탓할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과학이 밝힌 것은 아직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항상 미지의 것을 밝혀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신념이나 이론이 실증되려면 그것들을 구성하는 언어의 개념적인 의미가 명확해야 하고 또 그것들이 지칭하는 대상들이 객관적으로 인지·경험될 수 있어야 하며, 위에서 설명한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라야 과학이라고 인정받을 수가 있다.문제는 아직도 불분명하고 주관적인 논리가 다분한 이러한 비과학 사안을 전체적으로 증명된 과학인 것인냥 주장하려 들고 있다는 것이며, 그러한 인식이 심지어 식자층에까지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적어도 객관적 실체로 밝혀지기 전에는 그 사실에 대하여 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적인 실체가 아닌 가설이나 이론이 사실적 과학지식으로 호도되는 것은 국민의 지식 습득과 건전한 사고에 대한 공해에 불과하다.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확산에 대하여 국민 스스로가 분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학기술계가 앞장서서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적당주의적 속성을 악용하는 작태는 사전에 막아야 옳을 것이다. 국민이 과학을 지지한답시고 비과학적인 환상을 지지한다면, 그 결과는 과학기술계의 퇴조와 왕따현상으로 귀결될 것이다.과학만능의 환상과 적당주의가 뒤범벅이 된 우리나라에 아직 과학적 사고방식이 채 자리도 잡기 전에 다시 적당주의적 사고방식의 구태로 되돌아가는 역류는 막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어떤 것이 과학지식인지 아닌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국민수준이 되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언론과 과학자가 나서서 판단을 도와주어야 한다. 언론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부화뇌동함으로 인하여 초래될 의식적 혼란은 어떤 경우라도 없기를 바란다.
|contsmark1||contsmark2|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