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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면 안될 지역방송
배인수-전 EBS PD / 미국 유학중
fullshot@hanmail.net

|contsmark0|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서 딴 소리를 하면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지방방송 꺼!”아주 어렸을 적부터 들은 기억이 나는 그런 소리입니다. 중앙방송이 나가면 지역방송은 꺼져야한다는 것이죠. 정말 엉뚱한 짝짓기지만 말이 씨가 된다고 어쩌면 우리나라 지역 방송은 아주 드센 팔자를 타고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역방송들이 기를 못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뚱단지 같은 생각도 해봤습니다.미국에는 중앙방송이란 없습니다. 모두가 다 지역방송입니다. 다만 그 크기가 다를 뿐입니다. 닐슨 미디어 리서치라는 회사에서 광고시장 조사를 위해 분석한 것에 따르면 미국은 모두 211개의 공중파 권역으로 나누어집니다. 그 하나하나가 다 독자적인 방송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물론 뉴욕지역입니다. tv수상기 대수가 1997년 1월 기준으로 6,711,450대입니다. 이 수상기 대수를 미국전체 수상기와 비교해보면 7%에 조금 못미칩니다. 22개의 공중파 채널이 있고 이 중 10개가 이른바 독립채널입니다. 독립채널(independent channel)은 전국네트워크와는 전혀 별개로 그야말로 독립적으로 편성되는 채널로 프로그램을 사다가 틀어주고 그 광고비로 운영되는 완전한 지역개념의 방송국입니다. 그리고 좀 뜻밖인 것은 pbs와 연결된 교육채널이 5개나 된다는 것입니다.가장 작은 권역은 몬태나 주에 있는 glendive구역입니다. 전체 수상기 대수는 5,150대이고 채널은 딱 하나인데 cbs와 nbc 네트워크가 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방송국은 1957년에 생겼다는데 수상기 5,000대를 대상으로 방송하면서도 여태 팔팔하게 살아있는 걸 보면 다 사는 방법이 있는 모양입니다.제가 사는 곳은 미국에서 8번째로 큰 구역입니다. 수상기 대수 1,848,550대, 채널은 18개입니다. 제가 가장 자주 보는 채널은 8번 wfaa입니다. abc네트워크와 연결되어있는데 이 채널의 별명은 ‘spirite of texas’입니다.(여기는 라디오고 텔레비젼이고 간에 채널마다 각자 나름대로의 별명이 있습니다) 뉴스는 우리의 지역방송 뉴스와는 한마디로 차원이 다릅니다. 메인뉴스가 끝나고 달랑 달라붙었다가 일기예보가 시작하기 전에 부랴부랴 끝내는 우리나라 지역뉴스만 생각했던 저에게 이 곳의 지역방송 뉴스는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이 방송의 뉴스는 중앙뉴스의 한 꼭지가 아니라 완전히 독자적으로 운영됩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지금 코소보에는 이 방송국 앵커가 파견되어 뉴스시간마다 생방송으로 현지소식을 전합니다. 생각해보면 지금 코소보에는 각 지역방송 기자만 해도 엄청난 숫자의 미국기자가 우글거릴 것입니다. 지난번 아카데미상 열기가 뜨거웠을 때는 이 방송 영화담당자가 전국을 다니며 수상예정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워싱턴에는 물론 상주 특파원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뉴스는 철저히 지역중심입니다. 톱뉴스는 거의 대부분 지역소식입니다. 요즘 같은 때나 코소보 소식이 간간이 톱뉴스가 되는 정도입니다. 제가 떠날 때만해도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던 우리의 지역방송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보나마나 크게 사정이 나아졌을리 만무겠지요. 때로는 견주어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허망해서 기운이 빠지지만 미국의 지역방송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고장마다 끄면 안될 지역방송을 가지게 될는지 좀 아득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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