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PD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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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PD의 영화이야기
너희가 포르노를 아느냐?
"부기 나이트’를 보고
홍동식-MBC 라디오국
  • 승인 1999.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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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카메라는 1977년의 샌 페르난도 밸리 거리를 쭉 훑다가 사람들로 북적대는 어느 나이트클럽 안으로 파고듭니다. 이 나이트클럽 안에서 우리는 앞으로 2시간 32분 동안 영화를 끌고 갈 주요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만납니다. 롤러 걸과 잭 호너와 리틀 빌과 앰버와 리드와 벅과… 그러다가 카메라는 나이트클럽의 접시닦이인 열일곱살의 에디 아담스의 얼굴 앞에 멈춥니다. 그리고 잠시후, 어딘지 자기 세계만의 철학이 있어 보이는 포르노감독 잭 호너와 에디의 눈이 마주칩니다. 이쯤에서 관객들은 이 앳된 접시닦이가 영화 속에서 굉장한 활약상을 보일 녀석임을 눈치챕니다. 그는 가공할만한 ‘거시기’, 무려 13인치나 되는 ‘거시기’의 소유자니까요. 늘 스타를 꿈꾸어왔던 에디는 잭이 이끄는대로 포르노영화계에 뛰어 듭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축복하는 특별한 ‘거시기’ 하나로 포르노영화계를 석권합니다. 포르노 남우주연상도 세번이나 거머쥐지요. 하지만 인생의 절정을 맛본 것도 잠시, 자만심과 마약은 그를 연기(?) 불능상태로 만들고 그는 더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집니다. 마치 만나자마자 벼락같이 섹스하고, 그리고 고물차 시동꺼지듯 한순간에 끝나버리는 진짜 포르노처럼요.영화 ‘부기 나이트’는 포르노세계의 이면사입니다. 비록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포르노업계이긴 하지만 그 이면사는 주류 헐리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걸작을 남기고 싶어하는 감독이 있고, 스타를 꿈꾸는 배우지망생이 있고, 떼돈 벌길 원하는 제작자가 있고…. 스물일곱(!)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폴 토마스 앤더슨은 포르노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존관념을 마구 흔들어버립니다. 포르노세계가 혐오스러운 인물들이 음습한 곳에서 비밀스러운 영화를 만드는 범법지대가 아니라 철학과 위트가 있고, 슬픔과 기쁨이 있고,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세상임을 강변합니다. 그래선지 감독은 영화 속 포르노배우 및 스탭들을 포르노계 바깥의 국외자들에 비해 갑절로 순수하고, 갑절로 외롭고, 갑절로 겁이 많은 인물로 채워 놓습니다. 주인공인 에디 아담스는 어머니로부터 쓰레기로 취급받자 가출하고, 포로노연기자들의 대모격인 이혼녀 앰버는 만날 수 없는 아들을 그리워하고, 조감독인 리틀 빌은 색정광인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고, 부모없는 여고생 롤러 걸은 급우들로부터 놀림 당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잭 호너라는 피난처에 둥지를 틀고 각기 자신들만의 소박하고도 평범한 꿈을 꿉니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오디오가게를 열고 싶은 벅은 포르노배우라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앰버는 전남편에게 아들을 완전히 빼앗깁니다. 예술 포르노를 만들고자 했던 잭 호너는 비디오 포르노감독으로 전락하고, 리틀 빌은 색정광인 아내를 쏘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에디 아담스는 몇푼 벌려고 가짜 동성애자인 척 하다가 죽도록 얻어터집니다.지금 스물아홉살인 폴 토마스 앤더슨이 스물일곱에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을 다룬 이 영화를 만들었다니까, 감독은 자신이 겪지 못한 시대를 묘사한 셈입니다. 마치 타란티노가 이소룡 시대를 그리워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듯 아마 자신도 끔찍한 하드코어 섹스와 에이즈가 넘치는 세기말에 디스코와 마약과 포르노가 걱정없이 질척대던 20년 전의 그 시대를 고향처럼 그리워하며 찍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전의 시대가 끝나고 이상한 욕구로 번들거리기 시작한 미국의 또 다른 자화상에 아무 문제의식없이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용기. 그것은 타란티노류 헐리웃키드들의 유쾌한(?) 역사인식이 아닐까요?이 영화에서 덕 디글러(에디 아담스의 예명)는 세 번 거울 앞에 섭니다. 프로노배우가 되기 전 파라 포셋과 이소룡의 브로마이드로 도배된 자기 집 거울 앞에서 말합니다. “that’s right - 난 괜찮아.” 그리고 첫 영화(‘스페니쉬 판탈롱’) 촬영 직전 분장실 거울 앞에서 말합니다. “i’m back now, i’m ready to start. - 난 이제 시작할 거라구.” 그리고 마지막 장면, 폐인이 되었다가 잭 호너에게 되돌아와서는 마치 ‘성난 황소’의 재이크 라모타처럼 중얼거립니다. “i’m a big, bright, shining star. that’s right. - 난 그래도 최고야.” 그러면서 그는 바지를 까내립니다. 13인치의 ‘거시기’는 치솟았다가, 꺼졌다가, 다시금 치솟는 힘센 나라 미국의 또다른 상징이겠지요. 비록 우리 눈에는 그 상징이 한 시대를 우스꽝스럽게 관통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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