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영화제작준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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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의 영화제작준비기
  • 김영진 KBS드라마1팀 PD
  • 승인 2007.06.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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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KBS드라마1팀 PD) 

이제 원고가 4고가 나왔고, 한번정도만 더 정리하면 완고가 나올 것 같다. 이에 영화 준비 이야기를 이번호로 끝내고 실제작에 들어갔을때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이 처음 시작하면서 해야할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바로 제목에 관한 것이다.

제목 정하기는 언제나 힘이 든다. 새내기 드라마 제작시도 그랬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는 영화 조감독 이야기였는데,이런 제목도 생각해 봤다.<우리는 깐느로 간다>(그당시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라는 영화가 나와 있었다) 그러다 나온것이 <아빠는 조감독>이었다. 제목을 정할 때 4,5자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처음 장애인이 된 깡패의 이야기였을때는 <초원의 집>이었다. 이때는 결말이 그룹홈의 완성이었기 때문에 그들끼리 모여 사는 집을 이렇게 묘사한 것이고 나름 느낌이 있었다.(시설-요양원등 복지측면에서 장애인의 사는곳을 부르는 말-을 만들고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너희들 사는 곳 만들어 줄테니 거기서 잘살아. 하지만, 거기서만 살아. 우리 사는곳에는 들어오지마’)

나는 이런 현실이 너무 싫다. 장애의 유무에 따라 사는 곳이 나뉘지 않고,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이 장애인의 삶을 한정지우지 않고 자유하게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결말을 장애인들이 자기들이 모여살던 요양원을 불태우고, 자신들의 힘으로 정상인들의 마을에 그룹홈을 만드는 것으로 삼았었다.그래서 초원의 집이 외화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닿았었다.

그러다 장애인이 된 피디의 이야기로 바뀐후,생각한 것이 <타칭, 폐기대상>이었다. 다른 사람이 장애인에게 폐기대상이라고 불러도, 그건 타칭으로만 하고,어느 순간에도 자칭 폐기대상은 되지 말자는 주제의식이 아주 잘 드러나서 맘에 와닿았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뿐. 그 제목을 들은 선배가 ‘야, 그거 너무 어둡지 않냐?’ 이 한마디에 나는 그걸 아무 망설임없이 접어야했다.
그렇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영화 제목이,우리 삶의 제목이 어두워서는 안된다. 그건 부정적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광고 카피의 제1원칙이기도 하다.  별별 제목이 다 나왔다. <대략난감><느낌 비호감, 사실 호감>...

이 제목에 반대를 한 것은 조재현씨였다. 그는 평론가들이 제목을 이용해서 평을 쓴다며 반대했다. ‘이 영화, 정말 대략난감이다.’이렇게 쓰면 어쩌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제목은 미정이다. 그래서 언제나 따라 붙는 가제라는 단어가 끝까지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은 <내 생애 최고의 일주일>이 연상되는데다 다른 감독이 여자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내 생애 최고의 날이란 가제로 제작하고 있다해서 또 접었다.

지금은 아예 <달팽이의 꿈>으로 할까. <내 인생의 광합성>으로 할까... 별 걱정을 다 하고 있다. 어찌되든 희망을 보이고 싶다. 이 삶에 감동으로 , 희망으로 다가가고 싶다.
일어나 빛을 발하라는 성경에 나오는 말이지만 제목으로 삼기에는 너무 냄새가 난다. 글에서 성경을 인용하자 그러면 글 안읽어요라며 한 후배가 걱정하였다. 나는 그에게 이랬다. ‘그래도 좋다. 단 한사람이라도 느낌이 온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하나님을 전하는데 노골적으로 할만큼 신심이 깊지도 않거니와 미련하지도 않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을 안해도 결과적으로 그를 찬양하고 싶다. 그것이 산제사라는 생각이다. 주님, 제가 산제사를 잘 드릴수 있도록 인도하소서(아멘) 

김영진 KBS 드라마 1팀 PD
1987년 KBS에 입사해  <사랑하세요> <야망의 전설> <아름다운 비밀> 등을 연출했다. 그는 2000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뒤 4개월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었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은 그는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휠체어에서 일어나 지팡이에 의지해 걸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영화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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