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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방송위원회에 대한 평가 토론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제3기 방송위가 출범한 지 1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1년이라는 시간의 마디에 뭔가 표식을 해놓자는 것은 아니다.

올 하반기에 있을 대통령 선거, 방송과 통신의 융합,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방송영상산업에 미칠 영향, TV 수신료 문제, 지상파 매출액의 지속적인 감소 등 방송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거나 방송에 영향을 미칠 굵직굵직한 현안들 때문에라도 방송위를 중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고도 당연해 보인다.

방송이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방송위는 방송정책을 통해 방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이다.

그런데 토론회의 주제나 토론 내용을 보자면 방송 정책기구로서의 방송위에 대한 짙은 실망과 회의가 배어 있다. 먼저 ‘강동순 사태’가 상징하는, 정치적 독립의 훼손이다. 방송을 한 정당의 집권을 위해 동원하려 한 강 씨를 방송위는 감싸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마지못해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윤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제스처일 뿐이다.

3기에 들어서 더욱 노골화된 방송의 공공성의 위축 또한 마찬가지로 방송위의 존립 이유에 대해 회의하게 한다. 이른바 매체균형발전이란 그럴 듯한 수사로 포장된 방송위의 정책은 문화가 거세된 자리에 타락한 시장을 옮겨놓은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방송위의 정책이 유료방송, 그 중에서도 특히 케이블TV에 경도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방송위의 정책구도는 ‘지상파 대 뉴미디어’가 아니다. ‘케이블 대 비케이블’이다. 때문에 새로 등장한 뉴미디어들은 연착륙하지 못한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은 2006년 말 현재 누적손실5,106억 원에, 부채비율이 26.9%나 된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는 IPTV와 관련해서도 방송위의 관심은 케이블TV의 보호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기라고 하는 지상파에 대해서는 고민하는 흉내조차 내지 않는다. 지난 6월 27일 방송위는 보란 듯이 방송발전기금 징수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해 버렸다.

MBC와 SBS는 지난해와 같이 광고매출액의 4.75%, KBS와 EBS는 3.17%, 지역방송은 3.37% 그리고 라디오방송은 2.87%를 방송발전기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광고 판매가 저조해 손해를 보더라도 광고 판매 실적이 있으면 무조건 내야 한다. 방송사는 망해도 방송위는 배두들기며 살아갈 수 있다. 지난해 지상파방송사들이 낸 방송발전기금은 무려 970억 원에 이른다. 

해법은 다양하게 제시된다. 방송위원 선임 방식을 개선하자, 역할이 전도된 사무처를 바로잡자…. 덩샤오핑의 말처럼 고쳐서 쓸 수 있으면 버리지는 말자는 거다.

그런데 ‘고쳐서 쓸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그렇다’, 혹은 ‘그래야 한다’는 답이 사라지고 있다. 근자에 벌어지는 토론회의 분위기다. 이제 방송위에 대한 짝사랑을 접어야 한다는 사람이 더 많다. 한 토론자는 방송위가 ‘합의제 기구’여야 한다는 것을 신념으로 지녀왔지만 이제 버려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합의제의 장점은 사라지고, 특정 정파에 대한 충성, 공공성의 노골적인 무시만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정치적 독립과 방송의 공공성 수호를 목표로 피와 땀으로 쟁취해 낸 통합방송법의 정신을 망가뜨린 방송위에 대한 분노다. 그 분노가 내리는 서글픈 진단은 이렇다.

‘방송위원회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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