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도량형 적응, 방송사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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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부터 인치, 평, 근 같은 비법정 도량형 단위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정부는 비법정 도량형 사용이 3번 적발되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제재 방침까지 마련해 둔 상태다.

이에 따라 사회 각 분야에서는 변경된 도량형 환산에 적응하느라 분주하다.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바뀐 도량형에 적응하기 위해 방송사들은 발 빠르게 대처해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도량형 변경에 따른 불편도 초래되고 있다.

현재 방송사 내에서 도량형 변경으로 고민이 생긴 분야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극중 대사들. 각 드라마에서 도량형과 관련된 대사를 모두 표준 도량법에 맞춰 변경해야 하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표현이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한 방송사 드라마 PD는 “법정 도량형으로 드라마 대사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하지만 ‘돼지고기 한 근 사가지고 와’라는 말을 ‘돼지고기 600g 사가지고 와’라든지, ‘반지 한 돈이야’를 ‘반지 3.75g이야’로 표현하는 것은 실생활과 거리가 먼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세트를 제작하는 방송사 미술파트 역시 도량형 변경으로 골치다. 그 동안 방송 세트 제작은 센티미터, 평방미터 대신 몇 자, 몇 척 등의 단위를 사용해와 실무자들이 이 표현에 더욱 익숙하기 때문이다.

 

▲ 방송 세트를 제작하는 방송사 미술파트 역시 도량형 변경으로 골치다. 그 동안 방송 세트 제작은 센티미터, 평방미터 대신 몇 자, 몇 척 등의 단위를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 대장금 세트장 ⓒ MBC


또한 비법정 도량형 단위인 ‘자’에서 미터법으로 환산했을 경우 생기는 간극은 더 큰 고민거리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 즉 1자는 약 30.3㎝이며 이를 센티미터로 바꿨을 때, 0.3㎝는 일일이 눈으로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MBC 미술센터 한 관계자는 “세트 도면을 비롯해 자재 기준 등도 모두 ‘자’나 ‘척’으로 표시했다”며 “세트 창문도 9자로 제작한다고 하면 머리에 잘 그려지는데 몇 제곱미터라고 하면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는 사극 세트장에서 더욱 심하다. 사극 세트장은 규모면에서도 실내 세트장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라서 실무자들의 불편함과 혼란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방송사 한 관계자는 “그 동안의 모든 사극 세트장은 전통적인 도량형으로 지어졌다”며 “실제 일하는 사람들이 새 도량법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트 제작 일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방송사 내에서 도량형 변경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뉴스를 책임지고 있는 아나운서국이다. 아나운서들은 도량법 변경이 고지됐을 때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큰 무리없이 변경된 도량형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

박영주 KBS 한국어팀장은 “이미 고지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따로 아나운서들을 교육하지 않더라도 도량 환산만 익숙해지면 된다”고 밝혔다.

성경환 MBC 아나운서국장 역시 “환산 도량법이 표기된 표를 만들어 익숙해지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BS는 기존 비법정 도량형과 환산 도량법을 표기한 포스터를 2000부 제작해 사내는 물론 각 초등학교, 기관 등에 보내 국민적 차원에서 이해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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