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소비자 프로그램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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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소비자 프로그램 성공의 조건
  • 김재영 MBC ‘불만제로’ PD
  • 승인 2007.07.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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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MBC ‘불만제로’ PD

MBC 〈불만제로〉의 성공에 이어 KBS에서 새로 시작한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이하 소비자고발)도 금요일 오후 10시 황금시간대에 타 채널의 예능과 드라마를 제압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소비자 프로그램의 전성기라고 해야 할까. 정통 시사프로그램들에 대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 경향에 비해 소비자 프로그램들의 약진은 시사교양 PD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작지 않다고 생각된다. 지난 10개월간 〈불만제로〉를 제작한 PD로서 부끄럽지만 몇 가지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

소비자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주인공이다. 단순히 피해자로서 소비자가 다뤄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의 주관적 시선이 때로는 시청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기존의 시사프로그램과는 다른 시각이 발생한다. 소비자의 시선, 시청자의 시선으로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내러티브의 구성이 이루어진다. 때로는 거시적인 시각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소비자들을 만나면서 깨닫는 경우도 있었다.

단순한 소비자 문제가 대기업들의 구조적인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거대한 기업집단에 비해서 조직화되지 않은 ‘개인’일 따름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된다.

소비자 프로그램에서는 비교적 실명보도의 원칙이 구현되고 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의 부조리함이 모자이크 없이 드러난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제대로 분노하고, 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명보도가 지켜져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인다. 〈불만제로〉가 시작할 무렵, 경영진이나 광고 담당 부서에서는 이러한 겁 없는 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소비자가 주인공이자 기업체 이름을 실명 보도하는 프로그램에서 광고는 3달이 넘게 완판 되고 있다.

단순한 폭로나 교훈적인 결론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리콜을 받아내는 등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지금 시청자들은 시사프로그램이 시대의 증언자 혹은 폭로자를 넘어서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해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측면은 자칫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PD에게는 양면의 날이 되기도 한다.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고도의 판단이 요구되기도 했다. 과연 소비자는 항상 선인가? 이러한 가치판단의 영역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 때로는 소비자 울리는 이른바 생계형 사기(詐欺)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한다. IMF 이후 급격히 늘어난 자영업자형 사기들은 그 대상이 또한 소시민이라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소비자 프로그램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권력을 가진 집단에 대한 민주적인 시민의 참여와 감시라는 원칙이 스타일(style)로서 구현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형식과 내용이 결합된 형태로서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스타일이 요구되고 있음을, 하지만 그 새로운 스타일이 멀리 있지는 않다는 점을 소비자 프로그램의 성공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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