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반론소송, 제작진들 “피할 땐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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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법원은 MBC 의 ‘세계정교’ 관련 방영분에 대한 반론보도청구소송(이하 반론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MBC 은 오는 11일 세계정교측이 작성한 반론문을 방영해야 한다. 이밖에도 지난 1월 7일에 있었던 SBS 보도국의 국제크리스쳔연합 관련 보도 역시 원고승소판결이 내려져 반론보도문을 방영한 바 있으며 <그것이 알고 싶다> 또한 국제크리스쳔연합 방영분에 대해 반론소송이 진행중에 있다. 반론소송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소송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언론피해에 대한 구제제도는 크게 형사상의 명예훼손소송 및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반론소송 등이 있다. 이중 반론소송의 경우 이는 정정보도청구와는 엄격히 구별되는 것으로 언론사의 잘잘못을 떠나서 피해당사자에게 충분한 반론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권리이다. 이러한 반론권은 언론이 제도화된 권력으로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언론자유와 인격권이 충돌할 때 언론수용자와 피해자의 개인법익을 보호함으로써 언론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 할 수 있다.현재 민사상의 반론소송의 경우 상당수가 원고승소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이에 해당하는 국내판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판결경향을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양대 신방과의 이재진 교수는 “법조계의 흐름이 인격권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추세임에는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즉, “언론보도에 의해 개인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 피해의 범위는 측량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반론보도는 언론으로부터 개인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순천향대 신방과 장호순 교수는 “지금은 언론법 및 언론윤리 정립의 과도기”라고 정의하면서 “언론중재요청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보도관행을 깨지 못한 언론과 이를 묵과하지 않는 개인간의 충돌이 점차 첨예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평가한다. 또 반론보도를 치욕스럽게 여기는 일부 제작진에 대해서 “국민들이 언론보도내용이 100% 진실일 것이라고 믿으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미국의 신문편집인협회에서 내놓은 조사자료에 의하면 일반 대중들은 언론에 반론보도나 정정보도가 방영될 때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그러나 반론보도의 필요성에는 대부분의 PD들이 동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담당 PD들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쉽게 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는 현재 행해지는 반론소송에 대한 법원의 심리가 엄격한 원칙에 근거하여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PD들의 경우 “반론의 기회를 주려고 해도 취재진을 피해다니기에 급급, 스스로 반론의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반론보도판결을 내리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MBC 의 윤길룡 PD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도 당사자의 반론은 꼭 필요하고 이를 위해 피해버린 당사자를 만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면서 “취재를 피해 몇 달 동안 외국에 나가 돌아오지 않았던 사람이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소송을 내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윤 PD는 “대부분의 제보자들은 방송사를 찾기 전에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수사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면서 “엄격한 의미에서 지금 송사에 시달리고 있는 사건들은 수사당국이 해야할 일”이라고 지적한다. 사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를 막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방영된 공직사회비리 고발 프로그램으로 소송을 진행중인 청주 MBC 김학찬 PD 역시 “‘이 나이에 무슨…’이라며 반론을 거부했던 사람이 갑자기 방송당일날 반론을 요청해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결국 반론보도가 기득권의 사실부인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중재의뢰건수는 600여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중 반론보도로 이어지는 것은 전체의 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수된 중재요청 중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안의 대부분은 공직자나 종교단체와 같이 힘과 돈이 있는 집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충분한 반론기회를 주었다는 PD들의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신의 인터뷰가 어떤 식으로 이용될 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무작정 인터뷰에 응하라고 다그치는 언론의 강압적 취재관행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이재진 교수는 “아직 정립단계에 있는 국내언론법 현실을 감안할 때 반론보도의 의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언론의 피해는 감수해야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반론보도를 언론에 대한 ‘극약처방’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반론소송을 포함, 현재 방송3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걸려있는 소송은 대략 20여건으로 특히 MBC의 과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의 경우 전체 소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의 경우 영생교 보도, 세계정교 보도에 대해 각각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중에 있으며 11일 방송예정인 만민중앙교회 관련 보도 역시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이 접수된 상태이다. 또한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경우는 국제크리스쳔연합 관련 보도, 김훈중위 의혹의 죽음편을 포함한 총6건의 소송이 진행중에 있다. 이와 함께 대전법조비리에 대한 MBC 보도와 관련 검사 22명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1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잦은 소송으로 현업 제작진들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십억원대 소송을 감수하고 힘들여 사회비리를 고발할 PD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 중에는 잘못된 취재관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개인들에 의한 소송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작진의 주의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취재과정에서 고발대상에 대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반론의 기회 역시 의례적 차원을 넘어 충분히 보장해주려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나아가 반론권 행사의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는 각종 자료를 확보하고 취재대상과의 접촉이 불가능할 경우 대상자의 주장이나 기존 논리를 비교적 광범위하게 취재, 인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남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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