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3기 방송위의 출범 1년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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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언론학 박사)

작년 7월 구성된 3기 방송위원회가 어느덧 출범 1년을 맞았다. 그러나 축하를 보내기에 앞서 지난 1년 동안 방송위원들이 보여준 노골적인 정치적 편향, 무능, 비리 의혹의 일그러진 모습이 떠오른다.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방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방송위가 응당 지녀야 할 방송 공공성의 철학은 실종되었고 장기적인 정책목표는 불확실하다. 방송위에 대한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진 정도를 넘어서서, 아예 방송 현업 종사자들의 노골적인 비아냥과 비웃음을 사고 있다. 솔직히 앞으로 남은 3기 방송위의 임기 2년이 암담하기 그지없게 여겨진다.

이 와중에서 현재의 방송위원회 구성 및 위원 선임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 나눠먹기식 방송위원 추천과 선임방식이 방송위를 정쟁의 장으로 몰아가며 무능력한 방송위원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라리 방송위의 기능과 위상을 과거의 심의위원회 수준으로 축소하고 독임제 부처로 회귀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정부가 확정하여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안’을 보면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정책규제기구인 방통위원회를 아예 대통령이 임명하는 5인으로만 구성하도록 독임제의 성격을 강화시켰다. 나아가 법제처는 방통위의 기능을 축소하고 현재의 방송위, 정통부와 문광부의 관련 업무를 포괄하는 방송통신부의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임제 부처로의 회귀가 방송위(또는 앞으로의 방통위)의 여야간 정쟁을 어느 정도 방지하고 정책업무의 효율성을 다소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또 다른 차원에서 정치적 독립성의 문제를 피할 수 없으며 방송정책의 논의를 시민사회로부터 단절시켜 집권세력과 관료집단으로 가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방송 민주화의 역사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크게 훼손할 우려가 높다.

때문에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의 위원회 구조의 골격을 유지하되 선임방식의 대폭 개선을 제기하고 있다. 독일이나 캐나다의 방송위원회 모델을 참고하여 방송위원의 수를 크게 늘려 다양한 사회집단의 대표성을 반영토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안은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되기 어렵고 또 다른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낳기 쉽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 국민적 대표성도 의심받는 판국에 과연 어떤 방식으로 다양한 사회집단의 목소리와 대표성을 반영하여 방송위원을 구성할 수 있는 지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방송위 구성과 선임방식에 대한 다양한 대안 모색은 정당하고 필요하지만, 법과 제도의 개선은 신중해야 한다. 구부러진 막대기를 피려다가 반대쪽으로 구부러뜨리는 결과를 빚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개선의 지점은 존재한다. 그것은 현재 방송위원에 대해 임명권자와 추천권자 이외의 공식적 견제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통합방송법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강조했던 것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한 방송위의 독립성이다. 그러다보니 방송위에 대한 적절한 비판과 견제장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방송법 제26조는 방송위원의 신분과 임기가 명확하게 보장하고 있는 반면, 임기 중의 심각한 과실에 대한 견제조치는 방송법의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심지어 추천권을 행사한 국회조차도 당사자의 이해에 반해 방송위원의 부적절한 처신을 제재할 수 없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방송위를 견제할 수 있지만, 국회 자체가 방송위원의 추천권자이기 때문에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견제 아닌 정쟁을 반복하는데 그칠 수 있다.

물론 법과 제도에 기대지 않고 민주적 여론 형성과 언론의 비판을 통해서 방송위를 견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현실은 엄중하다. 공식적인 견제장치가 없는 권력은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고인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때문에 방송위 산하에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반영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방송위를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윤리위원회를 방송위원회 산하에 두고 방송위원의 부적절한 처신과 업무수행에 대해 해당 업무의 일정기간 정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책임성을 강화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선임방식에 대한 제도개선보다는 임기 중 업무수행에 대한 비판과 견제장치의 마련을 고민하는 편이 타당하다는 제안이다.
3기 방송위 출범 1년을 맞아 축하와 격려 대신에 견제와 비판의 방안을 고민하는 오늘의 현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이러한 중압감을 누구보다도 방송위원을 포함 방송위 구성원들 스스로가 절실히 느껴주기를 새삼스럽지만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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