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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경인TV가 초대 공모 사장으로 MBC PD를 지낸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를 선택했습니다.

경인TV는 7월 5일 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어 사장 공모에 응한 후보 11명 가운데 주 교수를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2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입니다.

 

 

 

 

             

   ▲이희용 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상법에 따르면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출되며 이사회에서 이사 가운데 대표이사를 선임합니다. 통상 대표이사가 사장을 맡지만 이사가 아니라도 사장을 맡을 수는 있기 때문에 이날 이사회 결정과 발표를 두고 언론 보도에서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사장에는 선임됐지만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7월 20일이어서 내정이나 추천 등으로 기사가 나간 곳이 많았지요. 

주철환 신임 사장은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급 PD 출신입니다. 2000년부터는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지요. 1983년 MBC에 TV 프로듀서로 입사해 예능1팀 차장대우와 예능국 차장, 편성기획부장 등을 지냈으며 ’일요일 일요일 밤에’,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테마 게임’, ’TV 청년 내각’ 등을 연출했지요. 

그의 경영능력은 검증된 적이 없지만 아마도 높은 지명도와 함께 탁월한 기획력과 연출솜씨 등을 사장후보추천위원들이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추구해온 그의 방송관도 ’공익적 민영방송’이라는 경인TV의 모토에 잘 어울리는 듯하고, 깨끗하고 반듯하면서도 할 말은 해온 이미지와 스타일도 방송의 자율성과 건강성을 지켜내는 데 적임자인 것으로 비쳐집니다.

사장 선임 발표 직후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두 시간쯤 후에 제 메시지를 받고난 뒤 전화를 해왔더군요. 인기 PD 출신답게 어록에 남을 만한 재기 넘치는 표현이 속사포처럼 튀어나왔습니다. 

"내가 PD 되기 전에 국어 교사 생활을 했다. 지금까지 두 번째 교육자 인생을 보냈듯이 이제는 ’방송 인생 시즌2’를 시작하게 됐다. 방송 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창조성)였고 교육 현장에서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가장 강조했다. 이 두 가지를 금과옥조로 섬기면 OBS의 모토인 희망과 나눔을 실천하는 방송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 좌우명이 ’재미있게 살고 의미 있게 죽자’이다. 사장 공모에 참여해달라는 권유를 받고 한동안 고민했는데, 방송사 경영이라는 과제를 부담으로 느끼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1단계로 방송문화를 선도(善導)하는 방송이 된 뒤 2단계로 명실상부하게 선도(先導)하는 방송이 되겠다. 내가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마침내 최고가 되어라’라는 말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  

말이 너무 앞서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사장이라면 조직 구성원은 물론 주변 인물들을 잘 설득하는 게 중요하니 말과 글을 잘하는 건 중요한 덕목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본인도 주변의 의심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내가 PD답지 않게 발언을 많이 해온 편이다. 마치 PD를 대표하는 듯이 반성하거나 해명한 적도 많았다. 내가 사장이 된다고 하니 누가 나보고 그러더라. 지금까지 내가 10권의 책을 펴냈는데 ’처음부터 다시 읽고 네가 쓴 대로 실천하면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방송사 사장이라는 자리가 권한도 많지만 책임도 막중하고, 나 혼자만의 의지로 되는 일도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괜한 걱정이 아니라 경인TV 개국을 지켜보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넘어서 비관에 가까운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주주간 갈등으로 거액의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데다 뉴미디어의 확산으로 iTV 때보다 경영 여건이 결코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방송권역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 교수는 특유의 밝은 표정과 시원스러운 말투로 "이미 다 짜인 방송사보다 역경을 극복하는 도전이 더욱 보람있다"고 경쾌하게 받아넘기더군요. 

어떻게 공모에 응하게 됐느냐고 묻자 "내 성격상 스스로 사장 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고 반문하더군요. "지금 밝힐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강추’해 응하게 됐다"는 말과 함께였지요.

경인TV는 사장 공모 접수 기간을 한 차례 연기했습니다. 경인TV가 그때까지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거나 적임자라고 여긴 사람이 시간을 더 달라고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지요. 

항간에는 애초에 경인TV가 점찍은 인물이 주철환 교수가 아니라 같은 MBC 출신의 손석희 교수였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신여대 교수로 부임한 손 교수가 "나를 영입하느라 학교에 학과(문화정보학부)까지 신설해주었는데 1회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채 어떻게 자리를 옮길 수 있겠느냐"며 고사했다는 그럴 듯한 정황 설명도 곁들여집니다.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을 진행하는 MBC와의 관계도 부담이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신 매부인 주 교수를 추천했다는 거지요.  

어렵사리 첫 고비 넘은 수신료 인상안 

KBS 이사회는 7월 9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세 시간 반에 걸친 격론 끝에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천 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26년간의 숙원 해결을 위한 여정이 마침내 첫 관문을 지난 셈입니다. 지난주에 제가 설명 드렸듯이 6월 27일 이사회 때처럼 이날도 ’모양’을 갖추기 위해 시간을 오래 끌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절반은 성공했습니다.

11명의 이사는 이날 수신료 인상안건을 처리할 것인지, 미룰 것인지를 놓고 표결을 실시한 결과 8대 3으로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수신료 인상안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표결을 진행하지 않고 각 이사들의 발언을 토대로 합의 형식으로 승인을 결정했지요. 이 과정에서 별도 표결을 거치지 않은 합의 형식의 승인에 불만을 품고 한 이사가 퇴장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답니다.  

이날 이사회의 의결로 수신료 인상안은 방송위원회로 넘어가고 방송위는 60일 이내에 인상안을 검토한 다음 국회에 상정하게 됩니다. 이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비로소 확정됩니다. KBS 정연주 사장은 7월 10일 오후 3시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안 의결을 발표하며 "KBS의 공영성 제고와 경영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수신료 인상을 통해 확보된 재원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이 시청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을 유념하면서도 이를 의결한 것은 광고 등 상업적 재원이 주 재원이 된 상황이 계속될 경우 공영방송에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그 피해는 궁극적으로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요.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 의결을 계기로 KBS의 공영성 제고와 경영혁신을 위해 꼼꼼하게 집행부를 독려하고 견인할 것을 다짐한다"면서 ▲인력 분야의 혁신 등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 강화와 원만한 노사관계 정립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공정성 지수의 개발ㆍ운영 ▲시청자들에 대한 높은 책임감과 경영의 투명성 확보 노력 등을 당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KBS 정상화운동본부는 이사회가 열린 이날 오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징수제 폐지와 KBS 수신료 인상안의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논평을 내고 "지난달 27일 이사회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 유감이며 이번 결정이 정해진 각본에 의한 짜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끊임없이 수신료 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음에도 변화의 노력을 보이지 않아온 KBS를 믿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지요. 

이어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는 인식을 갖추지 못한 채 수신료 인상안이 통과된 것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며 "공영방송이라는 제도에 걸맞는 공영성과 믿을 만한 재정관리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지난주 예고한 대로 이날 오후에는 한국방송학회와 문화연대 주최로 수신료 인상안에 관한 토론회가 나란히 열려 관심을 모았습니다.

문화연대 토론회에서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은 "수신료 인상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KBS 주도로 진행되는 수신료 인상안에는 반대한다"면서 "수신료 인상 논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시대상황 속에서 공영방송 체제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원칙 아래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수신료 인상의 문제는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 EBS를 포함한 공영방송 체제 전반의 문제이며 수신료 인상의 논의를 시민과 시청자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그는 수신료 인상의 선결 과제로 ▲수신료의 중장기 운용 계획안 마련 ▲경영혁신과 공영성 강화를 위한 노사합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장치 마련 등으로 제시한 뒤 수신료를 2천500원 정역 인상하는 대신 KBS 예산 가운데 2TV의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48%에서 20%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방송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환과 수신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안은 사회적 여론의 벽을 허물기 어려울 것"이라며 "KBS는 내부 개혁과 방송의 공정성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그는 KBS에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하는 수신료 개선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YTN도 지상파 라디오 방송 숙원 이룰까

수도권 뉴스전문 라디오 설립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YTN의 숙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방송위는 7월 11일 오후 2시 방송회관에서 보도전문편성 지상파 라디오방송 사업자 선정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엽니다. 이 자리에서는 이만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과 김우석 방송위원회 지상파방송부장이 각각 발표한 다음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송종길 경기대 교수,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 양동복 CBS 매체정책부장, 이영무 정보통신부 방송위성팀 사무관, 이우경 항공대 교수, 한영규 YTN 미디어전략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합니다. 

방송진흥원의 이만제 책임연구원은 미리 배포한 발제문을 통해 "수도권은 정치, 경제, 행정의 중심지로 국내외 뉴스를 빠르게 전달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기존 수도권 라디오 방송은 지상파에서 제공하는 종합 편성과 일부 음악, 종교에 국한돼 있어 수도권의 특성에 알맞은 보도 전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송위 김우석 부장은 뉴스 전문 라디오가 ▲매체 간 균형발전 ▲가용 주파수의 최대 활용 ▲여론 다양성 확보 및 재난방송 활용 등 공익성에 부합하는 쪽으로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사업자 선정 과정 및 절차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방송위가 뉴스전문 라디오방송을 추가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 기존 방송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1라디오에 ’24시간 생생한 뉴스와 시사정보’란 슬로건으로 내건 KBS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고 ’대한민국 중심언론’을 표방한 CBS는 물론 MBC와 SBS, 교통방송 등 대부분이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여해달라는 방송위의 요청을 KBS와 MBC는 차례로 거절했고 지상파방송사 모임인 한국방송협회도 토론자 추천 의뢰를 거부했답니다. 

방송협회는 최근 방송위에 보낸 건의문을 통해 "정보통신부의 주파수 신규 할당 가능성이 확인되기 전에 방송위가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정책 과정의 문제를 제기한 뒤 ▲주파수 낭비 ▲라디오 시장의 악화 ▲형평성 문제 등을 내세워 뉴스 전문 라디오 방송 설립에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습니다. 

YTN은 IMF 터널을 지난 뒤 안정 경영 기조에 들어서긴 했으나 성장 규모에 한계를 느껴 지속적으로 신규 매체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무비플러스(YTN스타로 변경)와 코미디채널을 인수해 YTN미디어를 설립했다가 상당 지분을 iHQ에 넘겼고 지난해 시작한 지상파DMB 사업도 아직까진 수익 확대에 큰 도움이 안되고 있는 형편이지요. 그에 비해 지상파 라디오는 송출 부문을 제외하고는 추가 제작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데다 광고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선 것 같습니다. 

방송위는 전문편성 라디오가 필요하다는 정책기조에 따라 2005년 12월 주파수 확보를 전제로 신규 라디오 사업자를 공모하기로 의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정통부에 수도권의 FM 가용 주파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경기 일부 지역과 서울시 일부 등에 한해 신규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회신을 받아 사업자 공모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초 다시 정통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용 주파수 권역이 수도권의 절반 정도이며 서울에서도 절반 정도는 무리 없이 수신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조사 결과가 달라진 점을 두고 방송계 일각에서는 특정인의 압력설을 제기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방송위는 이달 중순까지 사업자 선정 기준을 확정해 이달 중 사업자 신청 공고를 낸 뒤 다음달 하순까지 사업자 신청 접수를 마치고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랍니다. 이어 9월 중순까지 심사위원회 구성과 사업자 선정을 한꺼번에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해도 YTN이 무조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기존 방송사에 추가 채널을 안겨줄 가능성이 희박하고 뉴스통신사와 일간신문, 대기업 등은 방송법상 지상파에 출자할 수 없기 때문에 뉴스전문채널 YTN이 가장 강력한 후보임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지요(MBN 역시 매일경제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안됩니다). 

"IPTV 통과되면 케이블TV 규제 완화"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가 정부가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잠시 미뤄두고 IPTV 도입법안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기구 통합에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으니 IPTV 도입이라도 먼저 하자는 쪽으로 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지요. 

7월 9일 열린 제8차 회의에서는 과기정위 홍창선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 발의한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 등 이용 방송사업법안, 과기정위 서상기 의원(한나라당)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미디어서비스법안, 문광위 손봉숙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일부 개정안이 논의됐습니다. 

대표 발의자가 법안 취지를 설명한 뒤 국회 전문위원이 검토 의견을 발표하고 의원들이 국무조정실장, 방송위원장, 정보통신부 장관,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상대로 질의하며 대체토론을 벌이는 순서로 진행됐지요. 전문위원은 딱 부러지게 검토의견을 말하지 않고 정통부와 방송위가 각기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는 정도로 넘어가 아쉬움을 주더군요. 

동료 의원들이 발의한 IPTV 도입법안을 놓고 심의하는 데도 논의의 수준은 1차 때에서 거의 진전된 것이 없었습니다. IPTV가 방송이냐 통신이냐, 디지털케이블TV 서비스와 다른가 같은가 등을 놓고 평행선은 달리는 공방을 지속했지요. 

도롱뇽의 생물 분류학상 논쟁이 펼쳐진 4월 13일의 제4차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새로운 비유가 속속 등장했습니다.

홍창선 의원이 "(IPTV에 대해 케이블TV와 똑같이 권역을 규제하는 것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광활한 농토가 생겼는데 기존의 논두렁에 맞춰 규제하자는 격"이라고 꼬집자 문광위 이광철 의원(열린우리당)은 대관령 배추든 해남 배추든 배추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지요. 

문광위 정청래 의원(열린우리당)이 "모두 IPTV도 방송이라는 사실을 인정해놓고 말을 바꾼다"고 주장하자 과기정위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은 "IPTV가 방송이라면 소관 상임위(문광위)에서 논의하면 됐을 것"이라며 "그런 말은 우리 특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말했지요.  

"골프를 치러 간다면 배를 타고 가든 비행기를 타고 가든 수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골프를 친다는 사실이 중요하므로 골프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정 의원의 말에 김 의원은 "골프인지 축구인지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골프공을 발로 차 홀에 집어넣는 새로운 경기라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맞받았고, 여기에 정 의원은 다시 "골프는 사람이 치는 것이며 외계의 ET가 와서 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미 각자의 입장은 이미 다 정해진 만큼 의원들은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묻기보다는 질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문광위원들과 행자위 김정권 의원(한나라당) 등이 IPTV와 디지털케이블TV가 서비스 내용에 별 차이가 없음을 들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주장하고 이에 대해 노준형 정통부 장관이 "IPTV는 직접사용채널이 없어 여론 형성 기능을 하지 않고, 지금은 디지털케이블TV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지만 앞으로는 차이가 있을 것" 정도로 답변하자 보다 못한 서상기 의원은 "두 서비스가 동일 서비스가 아닌데 장관이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고 질책하고 나서기도 했지요. 

서 의원은 "케이블TV가 받고 있는 규제는 지역 독점이라는 특혜를 누리는 대가로 받고 있는 것이어서 신규 서비스이자 경쟁 서비스인 IPTV와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IPTV 도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 수준에 맞게 디지털케이블TV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할 생각은 없느냐"는 김희정 의원의 질의에 조창현 방송위원장은 "방송법은 케이블TV뿐 아니라 지상파와 위성방송, DMB 등 전체 방송을 규율하고 있는 법이어서 특정 사업의 도입을 위해 전체 틀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방송법 개정이 아니라 국회가 IPTV 특별법을 제정해 규제가 훨씬 완화된다면 디지털케이블TV의 규제도 완화돼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지요. 

정통부나 KT가 요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등록제, 전국 면허, 자회사 미분리 등이 일부 관철된다면 이에 따라 케이블TV에 대한 규제도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그렇게 되면 위성방송과 DMB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가 불가피해지고 지상파에까지 여파가 밀려오겠지요.  

방송위원장 말대로 IPTV 규제 수준에 따라 전체 방송의 규제 틀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겁니다. 통신산업 종사자들이나 산업론자들이 생각하듯 통신을 통한 서비스니까 통신 규제의 틀에 맞추자거나 새로운 서비스니까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되고 마는 게 아니라는 얘기지요.  

방통특위는 이날 논의된 3개 법안과 함께 이광철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 2005년 말 발의된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과기정위)의 정보미디어사업법안,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당시 문광위)의 방송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13일 제9차 회의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5월 10일 6차 회의에서 방통위 설립법안 공청회를 연 지 두 달 남짓 만입니다. 

또한 이날 방통특위는 민주당이 중도통합민주당으로 개편되면서 의석이 확대됨에 따라 손봉숙 의원을 간사로 선임했습니다. 한나라당 몫 법안심사소위원도 김희정 의원에서 서상기 의원으로 교체됐지요. 한나라당 간사 이재웅 의원(문광위)은 의석 분포 변화에 따라 특위 위원 수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해 특위 구성의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습니다. 

이희용/ 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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