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⑦ KBS 2라디오 ‘희망가요’ - 이호섭, 임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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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또는 연애 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직접 진행자와 대화를 한다. 시대가 변해도 라디오는 사람들의 삶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PD저널>은 매주 우리 시대의 라디오 스타를 찾아 그들을 통해 라디오의 매력을 듣기로 했다.   <편집자주>

점심 식사 후 졸음이 몰려오는 나른한 오후 2시, 여기에 찰지고 구성진 노랫가락으로 우리의 잠을 살뜰히 쫓아버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청취자와 함께 쉼 없이 호흡해온 KBS 2라디오 <이호섭·임수민의 희망가요>(연출 박성철 김정하, 월~일 오후 2시 5분)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겼다.

청취자와 서로 호흡을 맞추며 라디오 진행을 한다는 두 사람은 대본 없이 라디오를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10년지기 진행자 이호섭씨는 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맥이나 광맥을 찾는 것처럼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과 경륜을 파악 합니다. 그것을 통해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형태죠. 거기에 순발력이 뛰어난 임수민씨가 청취자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점도 있고요”

한 번은 한 청취자가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에 생전에 좋아하던 ‘희망가요’를 녹음해 들려 드리겠다며 사연을 전해왔다. 두 사람은 “아버지에게 그만한 선물이 어디 있겠냐”며 청취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임수민 아나운서는 ‘희망가요’ 청취자들의 각별한 사랑을 자랑했다. “‘희망가요’ 애청자들은 직접 재배한 과일이나 채소를 보내 주세요. 복숭아, 감자, 고구마, 찰밥에 김치까지 정말 선물만 봐도 푸근한 정이 느껴집니다” KBS 안에서는 “배가 고플 땐 ‘희망가요’로 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 KBS 2라디오 <이호섭·임수민의 희망가요>의 진행자 두 사람이 활짝 웃고 있다.

이런 청취자들의 사랑에 대해 작곡가 이호섭씨는 “우리는 방송의 분위기를 사랑방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으로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둘이지만 청취자들과 격의 없이 친구처럼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방송이라기보다 동네 반상회 같은 프로그램이 바로 ‘희망가요’다.  

얼마 전 방송인 이영자씨가 스튜디오로 찾아와 ‘희망가요’의 인기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MC가 빅스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희망가요’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오랜 세월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하다 보니 그 진심이 청취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서른 살에 라디오를 시작해 어느 덧 마흔을 넘긴 임수민 아나운서.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30대를 ‘희망가요’에서 보냈다. 프로그램과 인생을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을 만큼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한다.

임수민 아나운서가 둘째 애를 낳았을 때 이야기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임신했는데  청취자들이 출산 소식을 꼭 알려달라고 요청해 출산 직후에 전화를 연결하는 방송 초유의 사건을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방송에 대한 애착이 많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지난 날 힘들었던 과정도 소개했다. 초창기에는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는 AM에 편성돼 고정 시청자들을 모아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희망가요’ 제작팀은 공개방송을 많이 했다. 노숙자 쉼터, 외국인노동자 쉼터, 자갈치 시장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을 다녔다.  

두 사람은 젊은 층 위주로 짜인 라디오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 마디를 했다. “우리 성인들이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희망가요’와 같은 프로그램이 더 필요해요” 

두 사람이 말하는 성인가요의 매력은 “바로 내 얘기이기 때문에 공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스튜디오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방송을 준비하는 두 사람. 지금까지 서민들의 눈물과 웃음을 보듬어왔던 만큼 서민들의 주름살을 조금이나마 펴줄 수 있는 다리미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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