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밀 영화 톱스타 ‘라즈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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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이후 며칠 동안 모든 매스컴에서는 라즈니칸뜨(Rajnikanth)가 주연한 영화 〈보스 시바지 (Shivaji;The Boss)〉의 상영에 대한 뉴스로 온통 난리가 났었다. 오랜만에 제작된 라즈니칸뜨(줄여서 라즈니로 부름)의 영화 첫 회 공연을 보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표를 사려는 사람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재미있던 장면을 흉내 내는 사람들, 타밀 나두주는 이 영화 하나로 마치 온 세상이 설레임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분위기였다.

타밀 영화의 톱스타 라즈니가 2년 만에 새로 만든 3시간짜리 이 영화는 타밀나두주 전 영화관과 전 세계 25개국 850개 극장에서 2주간 동시에 상영됐다. 이 영화를 제작한 AVM사가 말레이지아 수입사에 약속한 53개 보다 적은 42개의 필름만을 보내자 크랑에 있는 스리인탄 극장에서는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이 난동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 영화는 S. 샨카르가 감독했으며 주인공은 해외 거주 인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라즈니다. 영화 내용은 부패한 장관들과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허위로 학생 수를 늘려 돈을 받아내 돈 방석에 앉게 된 학원 재벌에 대항해 악당들과 싸우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인도판 로빈 후드 이야기다. 라즈니는 영화에서 거액의 돈을 세탁해 가난한 사람을 위해 병원과 학교를 지어 준다.

이 영화는 인도 영화 특유의 유치하고 코믹한 바디 랭귀지, 휘황찬란한 의상, 노래와 폭파굉음, 붕붕 날라 다니며 총알을 손바닥으로 막아 내는 장면을 현란한 그래픽으로 처리했다.라즈니는 이 영화를 통해 개런티 46억 원을 포함해 180억 원을 들였다. 개봉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이 영화는 이미 220억 원을 벌여 들였다 한다. 타밀 극장 앞에서는 라즈니의 영화 대사와 표정을 흉내 내는 대회가 열리고 온 타밀 주민들이 라즈니의 영화에 열광하는 하나의 문화적인 사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라즈니의 전편 영화인 〈찬드라무키〉는 2년 전 상영한 이후 800일이 넘도록 아직도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을 정도이다. 라즈니는 올해 나이 58세로 마라티(뭄바이가 수도인 마하라쉬트라주 언어) 가문으로 뱅갈로에서 태어나 젊었을 때 뱅갈로의 버스 차장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최고의 스타가 된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의 겸손함 때문에 보통 사람들 가운데 가장 보통 사람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자선 활동 또한 가장 인간적인 스타로 여기게 만들었다.

이런 ‘라즈니 현상’으로 멀쑥해 진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도의 최고 스타인 64세의 ‘아미타브 박찬(Amitabh Bachchan - 애칭 Big B)’으로 모든 매스컴이 이를 놓칠 새라 누가 정말 인도의 최고 스타인지 왈가왈부하게 만들었다. 2년에 한 번씩 새로운 영화를 들고 나타나 이런 폭발적인 ‘라즈니 현상’을 일으키는 라즈니와 달리 연중 6~7개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해 온 ‘아미타브 박찬’은 흥미를 유발시키려는 매스컴의 특성상 본의 아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뉴스 전문 TV 채널인 CNN-IBN의 부펜드라 차우베이가 사회를 보는 토론프로그램 〈India 360〉에서는 “Amitabh vs Rajinikanth, Who’s the king?”라는 주제로 논쟁을 벌였다. 패널로는 영화 잡지 편집장, 박찬의 팬클럽 회장 등이 나와서 결론이 의미 없는 이런 주제로 두 톱스타의 장단점을 주장하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아미타브 박찬’은 볼리우드 스타로 힌디어 영화를 만들어 보다 많은 지역을 커버하지만 라즈니는 타밀 영화배우로 (물론 힌디어나 각 주 언어로 더빙을 한다고 하지만) 타밀어라는 언어적인 장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팬클럽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역전된다. ‘아미타브 박찬’의 팬클럽은 300개 정도지만 ‘라즈니’의 팬클럽은 인도 남부와 전 세계에 1만 3000개가 넘을 정도로 팬들의 호응은 훨씬 높다.

점잖은 외모와 매너를 갖고 연기하는 박찬에 비해 과장되고 코믹한 바디 랭귀지로 매번 영화마다 몇 가지의 연기 동작과 대사를 유행시키는 보통 사람의 외모를 가진 라즈니.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배우이므로 비교 자체가 힘들지만 영화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려는 매스컴의 이용과 비교는 인도 영화 발전을 위한 의도적 행위라고 생각된다.

 

뱅갈로 = 박병준 통신원 (명상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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