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있어 일요일이 즐거워!”
상태바
“‘개콘’ 있어 일요일이 즐거워!”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7.07.12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인 등용문 역할 충실…공연 형식 개그 탄생의 밑거름 

개그콘서트(연출 김석윤, 김상미 일 오후 8시 55분, 이하 개콘)가 8일 400회를 맞았다.

1999년 9월 4일 KBS 2TV에서 첫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시작부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개콘은 시청자들이 이전에 접했던 코미디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형식이었다. 방청석을 가득 채운 관객 앞에서 신인들이 콘서트 형식으로 코미디를 선보였다. 개콘이 태어나기 전에는 ‘유머 일번지’ 등 비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주류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졌을 때였다.

 

▲ 개그콘서트는 지상파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타 방송사에서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MBC 〈개그야〉 등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코미디 프로그램 = 공개 코미디’가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매주 시청률이 20%를 넘어섰다. 시청률이 하락할 때도 15% 이하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개콘이 녹화되는 KBS 공개홀의 정원은 500명. 400회 최소 20만 명의 방청객이 개콘을 관람했다. 그 동안 박중민 PD, 양기선 PD, 김형식 PD, 김석현 PD이 개콘을 연출했고, 현재 김석윤 PD가 연출하고 있다.

개콘은 지상파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타 방송사에서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MBC 〈개그야〉 등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코미디 프로그램 = 공개 코미디’가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세대를 아우르는 개그 코너 구성

개콘이 9년 동안 한결같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개콘의 코너 구성에 있다. 매주 방영되는 코너는 12개 정도. 일주일 내내 대본 수정과 연습을 거듭한 뒤 수요일에 녹화가 진행된다.

김석윤 PD는 “개그콘서트의 각 코너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지 고민한다”며 “개그콘서트는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편하게 다가선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그콘서트에서 방영되는 코너들은 시청자 타깃이 분명하다. 10대는 ‘까다로운 변선생’, 20~30대는 ‘대화가 필요해’, 40~50대는 ‘불청객’, 여성은 ‘여자 안상순’ 등이다.

이런 시청자에 대한 배려는 개콘의 코너 히트로 이어졌다. ‘마빡이’ ‘박준형의 생활사투리’ ‘우비 3남매’ ‘도레미 트리오’ ‘고음 불가’ ‘청년백서’ ‘사랑의 가족’ ‘사랑의 카운슬러’ ‘깜빡 홈쇼핑’ ‘제3세계’ ‘갈갈이 3형제’ 등 셀 수 없는 코너들이 시청자와 함께 호흡해왔다. 

‘도레미 트리오’의 “웃거나 말거나”, ‘육봉달’ 의 “북경 오리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생활사투리’의 “내 아를 낳아도”, ‘깜빡홈쇼핑’의 ‘마데전자’, “맞습니다 맞고요”. 갈갈이 3형제의 “무를 주세요”, 댄서 김의 “제가 그쪽으로 가겠어요”, “노라줘”, 출산드라의 “비쩍 곯은 인생아” 등은 히트어로 생명력을 얻었다.

 

▲ 다시 보고 싶은 코너 2위로 뽑혀 8일 400회 특집에서 앙코르 방송을 한 ‘고음불가’. ⓒ KBS


하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의 수명은 보통 6개월 정도로 끊임없는 소재 개발은 PD와 개그맨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인기를 얻어 장수했다고 여겨지는 ‘마빡이’도 약 8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김 PD는 “공개 코미디는 시청자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트렌드가 자주 바뀌면서 한 주의 코너 구성이 비슷해도 ‘식상하다’는 의견이 줄을 잇기 때문에 코너 기획이 가장 고민스럽다”며 “개콘을 개그 코너만으로 만드는 것은 식상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형식의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그맨 성공 관문…박준형 320회 연속 출연

개콘은 관록을 가진 코미디와 신인의 조화를 무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KBS 공채 13기부터 22기 개그맨까지 40여명의 개그맨이 개콘을 만들어가고 있다.

개콘은 관록을 가진 코미디와 신인의 조화를 무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KBS 공채 13기부터 22기 개그맨까지 40여명의 개그맨이 개콘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박준형은 개콘에 320회 연속 출연, 16개의 히트 코너를 제작해 온 개콘의 수혜자다. 8일 400회 특집 개그콘서트에서 박준형은 “개그콘서트를 통해 인기를 얻었고, 직업을 얻었고 아내와 아이를 얻었다”고 고백하며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개콘을 기획하고 초창기 연출을 맡았던 박중민 PD는 “개콘은 신인 개그맨들에게 문이 넓은 프로그램으로 짧은 기간 내에 개그맨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다”며 “개콘이 앞으로도 신인 개그맨들이 커 나갈 수 있는 무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소재 식상…선정성으로 빈축도

하지만 가족시간대인 일요일 오후 9시대에 방영되는 개콘의 소재의 선정성과 식상함은 비판의 도마에 자주 오르기도 했다.

‘바보 삼대’ 코너에서 극중 아들이 “여자의 치마를 벗겼다”고 하자 할아버지가 “그럼 치마 안에 있는 나는 들키잖아”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방송됐는가 하면 여성의 가슴을 ‘에어백’ ‘젖소’에 비유하거나 팬더의 눈으로 묘사된 남자 출연자의 젖꼭지를 여성이 반복해 누르는 장면 등이 방영돼 2002년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선정한 ‘2002 최악의 방송프로그램’으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깜박 홈쇼핑’에서 부탄가스에 불을 붙여 성화봉 놀이를 한다는 설정이 시청자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샀으며 ‘버전뉴스’는 ‘틱 장애인 비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8일 400회 특집 개그콘서트에서는 유재석, 강호동 등이 출연해 재미를 더했다. 사진은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 코너에 출연한 유재석(가운데). ⓒ KBS

401회 ‘트랜스 포머’ 패러디한 코너 선보여

8일 개콘에서는 400회를 축하하고 되돌아보는 축하무대로 꾸몄다.  

개그 프로그램에 잘 등장하지 않은 유재석, 강호동, 가수 인순이 등이 출연했다. ‘봉숭아 학당’은 총동창회로 꾸며 초창기 멤버인 김미화, 백재현, 심현섭 등을 비롯해 봉숭아 학당에서 선보였던 재밌는 캐릭터를 한 자리에 모았다.

또한 네티즌들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코너’를 발표했다. 1위는 ‘도레미 트리오’로 2003년부터 1년 6개월 간 간판 코너로 인기를 얻었다. 2위 ‘고음불가’, 3위 ‘생활사투리’, 4위 ‘깜빡 홈쇼핑’, 5위 ‘우비 삼남매’, 6위 ‘골목대장 마빡이’, 7위 ‘사바나의 아침’이 차지했다.

다음 주부터는 개콘에 새로운 코너가 선보인다. 김 PD는 “개콘의 초심인 공연형식을 버리지 않으면서 시청자와 호흡하는 코너를 꾸준히 준비하려고 한다”며 “401회부터는 가전제품들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느끼는 섭섭함에 대해서 말하는, 영화 ‘트랜스 포머’와 비슷한 소재의 코너가 시청자를 찾아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