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내내걸’의 김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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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잡기’ 본분 잊은 형사역으로 인기

“‘내 인생의 내기 걸었네’(이하 내내걸) 하기 전에는 미니홈피 하루 방문자가 10명 남짓이었는데 요즘은 1000명이 넘어서는 걸 보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에 놀라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가 한 달 전부터 선 보인 ‘내 인생의 내기 걸었네’의 김 형사 김원효 씨는 자신의 인기를 이렇게 실감했다.

‘내내걸’은 범인(곽한구)의 협박 전화에 예측불허로 대응하는 김 형사(김원효)의 밀고 당기기를 담은 코너다.

“내내걸 기획은 곽한구 씨랑 함께 했다. ‘범인이 전화를 했을 때 형사가 범인을 잡아야 하는 본분을 잊고 범인을 놀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범인이 자수한다고 해도 자수를 쉽게 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 같다.”

범인이 “내일 말고 지금 자수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형사는 당연히 범인에게 빨리 자수하라고 해야 맞지만, ‘내내걸’의 김 형사는 특유의 억양으로 “안 돼. 그냥 내일 자수해. 우리 오늘 회식하기로 했단 말야”라고 받아친다.

김 씨의 전화 개그는 이미〈개그사냥〉 ‘진상소방서’라는 코너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소방서에 걸려온 전화를 엉뚱하게 받는 소방대원을 연기했던 것. 현재 그는 〈폭소클럽〉 ‘친절봉사대’와 ‘내내걸’에서 전화를 매개로 한 개그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내내걸’의 김 형사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내내걸’은 범인과 형사에 국한된 소재를 다루는 코너가 아니기 때문.

“코너명은 김석윤 PD가 지은 것이다. 내내걸은 형사 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로 상황을 그리기 위한 포괄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앞으로는 다른 내용을 구상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이 소재가 없어서 내용을 바꿨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된다.” 

그가 개그맨으로 데뷔한 건 3년 전 〈개그사냥〉을 통해서다. 개그맨이 하고 싶었던 그는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군대까지 다녀온 김 씨는 인덕대 방송 연예과에 다시 들어갔다. 교수님 소개로 오디션을 봤고, 〈개그사냥〉에 출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그사냥〉의 ‘진상소방서’는 짧게 막을 내렸고 〈개그콘서트〉의 OTL도 대사가 거의 없는 역할이 전부였다. 다시 기회가 찾아온 건 〈개그콘서트〉의 김석윤 PD가 ‘내내걸’의 가능성을 보고 방영을 결정하면서였다.

“개그맨의 길이 쉽지 않았다. 그 동안 개그맨 공채시험을 계속 떨어졌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금의 인기가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노력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는 수요일 〈개그콘서트〉, 토요일 〈폭소클럽〉의 녹화를 위해 새벽까지 코너 아이디어를 짠다. 수요일 외 나머지 요일에는 저녁 때마다 대학로 개그 무대에 선다.

 

▲ 지난 8일 400회 특집 ‘내 인생의 내기 걸었네’에는 게스트로 유재석이 출연했다. 김원효, 유재석, 이광섭(사진 왼쪽부터). ⓒ KBS


“평일엔 대학로 무대에 관객들보다 배우가 더 많을 정도로 사람이 적다. 하지만 그 무대를 통해서 관객이랑 호흡하고 새로운 코너를 실험할 수 있다. 나 자신이 나태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개그맨으로 사람들에게는 다가갔지만 언젠간 연기자로 거듭나길 꿈꾸는 김 씨. “개그콘서트에서 얻은 캐릭터가 아닌 제대로 오디션을 보고, 하고 싶은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개그맨 김원효로 성실하게 살고 싶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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