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행복한 여자’의 김종창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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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행복한 여자’의 김종창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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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2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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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손수건’ ‘애정의 조건’ 등 연출…‘진한 멜로물’ 도전 계획

“무심코 지나 다녔던 길옆에 어느 날 보니 건물이 높게 들어섰던 기억이 있다. 느끼지 못한 사이에 무형에서 유형이 되는 것이 바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나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게 연출하려고 한다.”

21일 종영한 KBS 주말연속극 〈행복한 여자〉의 김종창 PD. 그는 자신의 드라마 색깔을 이렇게 표현했다. 〈행복한 여자〉는 방영 내내 평균 시청률 30%를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제목은 ‘행복한 여자’지만 정작 드라마에는 ‘행복한 여자’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리는 행복을 모르면서 행복을 바란다. 바로 그 지점에서 행복한 여자는 출발한다.”

하지만〈행복한 여자〉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주인공 지연(윤정희 분)은 전 남편과 재결합하기로 했지만 사랑하는 남자인 태섭(김석훈 분)이 다쳤다는 뉴스 보도를 보고 뛰쳐나가며 끝을 맺었다.

“마지막회를 본 시청자들이 내 욕을 많이 했을 것 같다(웃음). 결말에 대해 고민했다. 행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하고 싶었다. 지현의 몸은 전 남편에게 갈 수 있지만 마음이 떠나지 않은 모습은 껍데기 뿐 아니겠는가. 지연의 선택은 남겨뒀다.”

결말에 대한 고심이 깊었던 만큼 김 PD에게 〈행복한 여자〉는 이전에 연출한 드라마에 비해 아쉬움이 큰 드라마다.

“그 동안 연출한 드라마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가족’을 〈행복한 여자〉에서 다루고 싶었다. 그런데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극중 지연의 엄마인 고두심 씨와 할머니 강부자 씨도 원래는 친 모녀가 아닌 관계로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그 부분까지 표현하지 못했다.”

1991년 KBS PD로 입사한 김 PD는 그 동안 〈종이학〉〈노란손수건〉〈애정의 조건〉〈장밋빛 인생〉 등을 연출하며 ‘가족 멜로드라마’의 일가를 이뤘다는 평을 받아왔다. 

또한 〈노란손수건〉은 ‘호주제’, 〈애정의 조건〉은 ‘혼전 동거’ 등을 다뤄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냈다. 〈노란손수건〉은 2004년 1월 여성가족부(당시 여성부)가 주는 제5회 남녀평등방송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를 대부분 연출해 온 것 같다. 드라마 할 때마다 어떤 주제를 미리 정하고 연출하는 것은 아니다. ‘호주제’ ‘혼전동거’ 문제는 드라마 연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 사회의식 변화에 일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김 PD의 드라마에 ‘불륜’ ‘삼각관계’ 등 통속 쪽 내용이 자주 나온다는 비판도 있다. “그 부분은 답하기 어렵다. 통속적으로 만들려고 한 게 아닌 대도 연출하고 나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드라마를 연출하는 매 순간 상식적이고 대중적인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김 PD는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드라마 이름을 딴 기념식수를 한 그루씩 심는다. KBS 별관 화단에는 ‘노란손수건’부터 ‘행복한 여자’까지 나무 4그루가 옹기종기 심어져 있다.

“가끔 밤늦게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이 나무들을 쓰다듬는다. 막상 드라마를 끝내고 나면 생기는 아쉬움을 이 나무들로 달래는 것 같다.”

쉬는 동안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는 김 PD는 “미니시리즈를 2편 밖에 못 해 봤다”며 “더 늙기 전에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남녀를 그린 드라마나 ‘내 남자의 여자’ 같은 진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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