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수장학회의 원주인 반환’ 절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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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지난 5월 29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부일장학회 재산 등 강제헌납의혹 사건’에 대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사적 재산권의 침해로 규정하고 원 소유주에게 돌려줄 것을 권고했다. 군부독재권력에 훼손된 역사적 진실이 반세기만에 규명된 것이다. 진실화해위의 이번 결정이 현 사법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과,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이라는 점에서 진실을 기반으로 한 화해의 여정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언론탄압진상규명협의회와 언론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7월 12일과 19일 서울과 부산에서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부산에서 열린 1차 토론회는 진실화해위의 결정이 있기까지 과정과 역사적 배경 등이 논의됐고 서울에서 열린 2차 토론회에서는 MBC를 비롯한 부산일보, 김지태 선생 차남 등 당사자들이 원상회복을 위한 바람직한 해법을 구하는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2차 토론회 발제를 맡은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발제문에서 ‘정수장학회는 설립과 운영과정이 국가권력의 강제에 의한 사유화 과정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왜곡된 사실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그 회복과정에 복잡하게 얽힌 역사적 진행과정을 무시하고 단순회복을 지향함으로써 취지를 왜곡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실화해위가 권고한 결정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라는 단순회복의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의 결정의 주요 핵심은 정수장학회의 진정한 공익법인화에 있는 것이라고 보여 진다’며 원상회복의 원칙을 제시했다.

또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설립하고자 했던 김지태씨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그 해법을 찾는 것이 옳다, 어느 누가 사유화해서도 안 되며 장학사업 본래의 영역을 넘어서서 악용되어서도 안 된다’는 해법의 방향을 설정했다.

이해 당사자들로 구성된 토론자들의 입장이 조금씩 달랐지만 김서중 교수가 제시한 원상회복의 원칙과 해법의 방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를 했다. 다만 단면적 인식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에 의해 강탈된 부일장학회는 권력의 진화과정과 맞물리면서 공익의 탈을 쓴 정수장학회로 진화되었다. 각종 불법과 탈법이 자행됐고 박근혜 전 이사장의 물적, 정치적 기반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에 가깝다. MBC를 비롯해 경향, 부산일보 등 정수장학회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에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내부 견제 장치와 자정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시민사회의 줄기찬 청산요구가 없었다면 과연 진실화해위의 권고결정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이 같은 의문이 원상회복을 단순회복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소유규조 변동에 의한 언론의 독립성이 훼손된다거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한 언론 흔들기의 빌미로 작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로 대쪽같이 곧게 더해가야 할 역사의 한마디를 더했을 뿐이다. 이상적인 해법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더불어 진실화해위의 권고 결정이 사법 현실로 실현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투쟁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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