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텔레비전 대중가요 프로그램,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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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텔레비전 대중가요 프로그램, 어떻게 할 것인가
  •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
  • 승인 2007.07.26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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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

공중파 TV의 대중가요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이제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3사의 순위 프로그램이 이른바 ‘애국가 시청률’ 혹은 ‘칼라바 시청률’이라는 오명을 얻은 지가 오래이다. 대중가요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순위 프로그램이 이토록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것은, 단순히 담당자들이 말하는 케이블 채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인다. 그것은 그저 표면일 뿐, 우리 사회에서 대중가요가 지니는 위상, 혹은 존재방식의 큰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대중가요는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사에서 한 걸음 물러나 그저 시공간을 채워주는 배경이 되어 버렸다.

대중가요를 듣거나 가수가 노래 부르는 것을 듣는 것은, 옛날처럼 특별한 일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상에 불과한 것이 되었다. 매체의 발달과 음원의 무한복제로 어디에서든 대중가요는 쉽게 듣는 것이 되어 버렸다. 젊은 층들에게 대중가요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는 언제든지 흘러나와주어야 하는 것이지, 자신이 기다렸다가 보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팬클럽 회원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런 점에서 공중파 텔레비전은 이미 이런 요구를 수용해주기에 적합하지 않다. 24시간 음악만 흘러나오는 케이블의 부상은 이러한 음악 수용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가볍고 작은 음원재생장치를 통해 하루 종일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방식처럼, 마치 속옷처럼 늘 자신의 몸과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음악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전국노래자랑〉부터 〈콘서트 7080〉까지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가요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여전히 노래를 기다렸다가 듣는 예전 방식의 수용 양태의 소산이라 할 만하다. 노래 듣기 자체가 여전히 ‘스페셜 이벤트’처럼 느껴지는 세대로부터 그렇지 않은 세대로의 변화인 셈이다.

이렇게 노래의 수용 양태가 달라진 것과, 노래가 공통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개개인의 취향에 크게 좌우하는 양상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요즈음은 친구들끼리의 대화 자리에서도 대중가요나 가수가 화제의 대상으로 오르는 경우가 적다. 각기 누구의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가 모두 다르고 자신의 취향에 따른 것으로 간주해 버린다. 조용필이나 서태지처럼, 대중가요가 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되던 시기는 벌써 지나가 버렸다. 게다가 음반의 시대에서 음원의 시대로의 이행과정에서 살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중가요계의 전반적 침체는, 사회적 이슈를 생산해내는 능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24시간 음악만 내어보낼 수 없는 공중파 TV의 가요프로그램의 살 길은, 대중가요를 그저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특별한 무엇을 만들어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쇼’적 취향이 강한 시청자들을 위해서는 뮤직비디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잘 짜인 쇼를 보여주거나(그러나 이는 매우 많은 제작비를 요구한다), 대중가요에 조근조근 의미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양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순위프로그램은 이 둘 모두가 아니다. 그저 인기상승의 젊은 가수들을, 오락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고리 구실만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늘 있어왔기 때문에 혹은 오락프로그램과의 연계 속에서 근근이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면 그건 없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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