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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Mnet <미려는 괴로워> 지금, 미려는 괴롭다 

인간승리를 보고 싶었다. 코미디언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가수로 성공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것은 가창력으로 승부하고 팬들에게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는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입술을 씰룩대며 “김기사~ 운전해”로 사람들의 배꼽을 잡던 그녀가 가수가 되겠다고 나섰을 때 모두 의아해했다. 그런 그들에게 보란 듯이 성공해 통쾌하게 한 방 먹이는 것을 바랬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수술대에 누워 지방흡입수술도 받고 보톡스도 맞고 또래의 연예인들이 하는 수술을 기꺼이 한다. 여자가수로 성공하려면 일단 몸무게부터 줄이라는 압박을 그녀는 고분고분히 받아들인다.

케이블TV 엔터테인먼트 채널 Mnet의 <미려는 괴로워>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이름이 거의 흡사해 성형수술을 통한 가수되기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주인공 한나가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신성형을 통해 남자와 여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형미인으로 거듭났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아니나 다를까 <미려는 괴로워>는 8월 중순에 김미려의 가수데뷔를 목표로 방송은 그녀에게 우리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여자연예인의 신체적 조건’들을 들이댔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6월 27일에 첫 방송을 시작 해 3개월 만에 데뷔하겠다는 것은 음악적인 완성도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끊임없이 카메라는 ‘미려’가 가수데뷔를 위해 땀 흘리는 주변사람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늘 강조했다.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에는 방송의 인권침해에 관해서 신체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려는 괴로워>에서 김미려의 신체를 3D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성형외과 의사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 10여명이 달라붙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한다. 이 장면은 심의규정에 명시하고 있는 신체에 대해 부정적이고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방송위원회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방송위원회의 역할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는 “꼭 예뻐져서 잘된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고 선언했다. 당초 김미려의 가수 변신과정을 보여주겠다던 기획 의도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가수 성공기라기 보다는 다이어트 성공기라는 콘셉트가 더 합당해 보이는 <미려는 괴로워>는 노이즈 마케팅에 힘입어 인지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미려는 괴로워>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언니, 힘내세요”와 같은 격려의 글들이 눈에 띈다. ‘미려’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운지 남기는 글들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으레 거쳐야 할 관문처럼 된 성형의 괴로움을 보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김미려 본인도 그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도 괴롭게 만들뿐이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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