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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일 칼럼

거기에 더러움이 있었네...그리고 l승인1997.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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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요즘은 아무래도 대통령 아들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방송계에 관련된 것들만 가지고도 얘깃거리는 충분하다. 지난해에 방송계를 휘저어 놓았던 mbc 강성구 사장 파동도 알고 보니 대통령 아들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수백의 방송인들이 수십의 나날을 길거리에서 헤매고 몸부림쳐도 지독하게 안 풀리던 사태의 원인이, 알고 보니 모두 권력 주변의 잡배들 장난 때문이었다는 기막힌 사실이, 막연히 짐작은 했어도 막상 드러나고 보니 이가 갈린다.어째서 방송계에는 존경할 만한 지도자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마냥 그렇고 그런 함량미달의 인사들만이 방송을 주무르며 방송인들을 참담하게 만드는 것일까!? 어려서는 그토록 답답하던 것들이 어른이 되면서 싱겁게 풀리곤 하던 경험에 비하면, 이 의문은 방송에서 십수년을 지내면서도 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 이런 식으로 쓰레기통 뚜껑 열리듯 한줌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깨달음이란 모두 귀한 것이라 했는데, 그것이 진리와는 거리가 먼 ‘거기에 더러움이 있었네’라는 사실 뿐이기에, 새삼스럽게 참담한 심정이 된다. 헌데, 어쨌든 방송계를 움직이던 잡배들의 정체가 드러났으니 이제 방송계는 평화롭고 활기찬 나날을 맞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방송은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방송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곧게 나아갈 것인가? 미안하게도 천만의 말씀인 것 같다.대통령의 아들과 일정한 교감을 가지며 방송정책과 방송계 인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공보처장관은 방송계에 풍파를 몰고 다니는 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장수 장관의 기록을 세우며 이번 개각에서도 무사했다. 방송인들을 길거리로 나서게 했던 무모한 통합방송법은 아직까지 폐기되지 않고 국회 한 구석에 남아있다. 정부가 실권을 쥐고 있는 양대 tv방송사의 주총인사 결과는 여전히 방송인들의 분노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방송인들의 거듭된 참여 요구는 전혀 아랑곳없이 사단법인방송회관의 정관은 밀실에서 작성돼 소리소문 없이 통과되었고, 초대 방송회관 이사장에는 그 유명한 강성구 씨가 선임되었다. 이 모두가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라, 권력의 치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요 며칠 사이의 일인 것이다!한마디로 권력의 방송관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민족과 국가의 발전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권력의 재창출’이라는 것이 권력자들의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는 한, 그리고 방송이 여전히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앞으로도 권력의 방송관은 변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정권 말기에 권력이 누수를 보이거나 궁지에 몰릴수록 오히려 권력은 악착같이 방송을 쥐고 이용하려 할 것이다. 우리의 방송이, 그리고 우리 방송인들이 그들의 밥이 되어줄 것인가? 그들이 우리의 인생을 도둑질하고 방송의 주인이어야 할 국민대중의 인생을 도둑질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지금 이 시간에는 또 어떠어떠한 인사들이 출세를 하기 위해 밤새 잔머리를 굴릴 것이며, 함량미달의 인사들이 권력에 줄을 대느라 동분서주할 것인가? 그래서 방송에 함부로 손을 대고 방송인들을 졸개 다루듯이 하며 제 이름 알리기에 혈안이 될 것인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이리저리 설쳐대는 권력추종자들에게 나머지 순진한 모두의 아까운 인생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일에 보람을 걸고 사는 사람들을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가능성 없는 사회’를 자식들에게 남겨주지 않기 위하여.<연합회 회장·본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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