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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의 매출액 감소와 위기는 이제 더 이상 엄살이 아니다. 지상파가 짊어져야 할 공공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영상산업 시장의 개방에 맞설 힘이 있을지 우려된다고도 한다. 값싼 외국산 저질 프로그램을 마구 틀어대는 케이블TV의 매출액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과 대비된다. 무료보편서비스의 퇴락과 유료서비스의 약진, 누가 뭐라 해도 시청자 복지가 충분히 고려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유료방송의 약진은 곧 시청자의 쌈짓돈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공서비스 증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방송위원회는 어떤가? 지상파에 관련한 정책을 처리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공식이 있다. 문제를 제기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감감무소식. 정책건의서, 실험 결과 보고서 제출해도 감감무소식. 왜 답이 없냐고 하면 언제 제출했느냐고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몇 달이 지나도록 같은 소리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마지못해 연구용역을 주겠다고 한다. 그나마도 제 때에 용역을 발주하면 다행이다. 또 부지하세월.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하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연구용역 공고를 낸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마구 흘러가고 지상파는 점점 위기의 늪으로 빠져든다.

이건 게으름이라 해도, 무능력이라 해도 용서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직무 유기를 넘어선다. 명백한 ‘지상파 살해기도’다. 왜 방송위원회는 지상파 살해를 기도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들이 있다. 즉, 방송위원회가 케이블TV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관련 정책이라 하더라도 늘 케이블TV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놓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의 균형은 필요하고 그것은 방송위원회의 우선 정책과제 중 하나다. 문제는 방송위의 지상파 정책이 케이블TV의 종속변수처럼 취급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방송위원회 사무처 정책라인은 유선방송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고, 전문성과 철학이 없는 방송위원들은 그들이 만들어준 자료에 쉽게 설득 당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방송위 측은 지상파 정책과 관련해 방송위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케이블TV에 미칠 영향이라는 점을 고백했다. 물론 그것이 유일한 이유는 물론 아닐 테지만 그동안의 추측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되었다.

다시 말하거니와 방송위가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매체균형발전이라는 말이 가지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매체균형발전인가 하는 물음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자의 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한 것인가? 고품질의 다양한 문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인가? 선정성과 폭력성, 문화정체성의 혼란 야기, 시청료 기습 인상 등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잇속을 챙기는 케이블TV를 보호하는 것은 과연 어느 쪽인가?

어제(8월 7일) 방송인들의 최대 현업 단체인 한국방송인총연합회(회장 김환균)가 방송위원회에 ‘방송 현안에 관한 정책건의서’를 제출했다. 수신료 인상, MMS 도입, 방송시간 자율화, 보도전문 FM, 방송발전기금, 정보 공개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방송인들의 입장을 담았다. 방송위의 지상파 역차별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한국의 방송영상 산업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공공영역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방송위원회의 성실하고 진지한 답변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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