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빛]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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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빛]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최영준 CBS TV본부 PD
  • 승인 2007.08.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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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일어서서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는 최후까지 싸울 것입니다.”

정확히 21년 만에 피맺힌 절규를 또다시 눈물로 마주했다. 이번에는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다. 한쪽 구석에서 대학 초년생 즈음으로 보이는 청년이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봄,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충격을 억누르며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민들의 숭고한 항쟁과 공수부대의 살육 장면이 학생회관에서 본 광주 비디오와 사진 속의 참혹한 주검들과 오버랩 됐다. 그날 이후 내게 광주민중항쟁은 군사정부와 관제언론의 어떤 유언비어 책동에도 흔들림 없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아직도 ‘항쟁’을 ‘폭동’과 ‘사태’라고 우기는 자들의 ‘가해(加害) 후 스트레스 증후군’. 수만 명이 목격한 백주대낮의 살육을 27년이 지나서야 “난 폭도가 아니야!”라는 외침으로 영화에서나마 그려낼 수 있는 역사의 스피~~드.

죽음과 어둠으로 진실이 가려졌던 금기의 시대에 한 줄기 빛으로 내게 다가왔던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역사와 진실을 기록하고 알려야 할 방송 언론인의 참모습을 일깨우는 회초리 같은 존재다.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년)는 ?

광주항쟁을 기록한 보고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죽음을’)는 1985년 출간됐다. 이 책은 이 시절 대표적인 금서로서 재야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1987년 6월 항쟁으로 사실상 출판금지가 풀릴 때까지 6만부 가량이 팔렸다. 소설가 황석영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1980년 5월18일부터 10일간의 광주항쟁을 시간대별로 생생하게 담았다. 특히 당시 시민들의 증언과 군 상황보고서 등 각종 자료를 분석해 신군부의 권력장악 음모를 낱낱이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영준 CBS TV본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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