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빛] 락배드 PFM의 ‘River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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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빛] 락배드 PFM의 ‘River of Life’
  • 오종호 PD (EBS 편성센터 글로벌팀)
  • 승인 2007.08.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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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강을 건너다 강물이 온통 흙탕물로 바뀌었음을 눈치 챘다. 평소에는 흘러가는지 흘러오는지 알 수 없지만 강이 흙을 품고 흐를 때에는 꽤나 비장한 맛이 있다. 수면 밑으로 부딪히는 수많은 격랑과 소용돌이들, 어차피 바다로 흘러갈 운명이기는 하지만 도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물은 풍경 그 이상이다. 적어도 내겐 기억이고 삶이다.

아내는 흥분했다. 처음에는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 무어냐고 꼬치꼬치 캐묻고 망설였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는 먼저 사인을 받겠다고 꽤나 호들갑을 떨었다. 쁘레미아타 포르네리아 마르꼬니 (Premiata Forneria Marconi)라는 긴 이름의 아트 록 밴드. 십 이삼 년 전 퀴퀴한 반지하 자취방의 구닥다리 CD 플레이어과 손바닥만한 스피커를 통해 느꼈던 당시의 감격을 아내는 몰랐을 테지만. 그리고 지루한 장마철 젖은 빨래처럼 삶의 습기를 모조리 빨아들여 무기력하게 방바닥에 드러누운 지방 학생의 불면과 배고픔을 달래던 그 음악이었음을 아내는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비가 너의 탄생이었지 땅 밑으로 스며들어 여기저기를 헤매다 실개천으로 흘러나와 이곳저곳을 굽이치며 흐르네. 결국 바다로 가는 긴 여정이지…도시가 있고 다리가 보이네. 배들과 바지선들…고통은 잊어버려 어차피 비가 다시 비가 되는 것임을 여행의 끝은 멀지 않으리”
인간들은 강 물줄기를 따라 모여들고 도시를 세운다. 다리를 만들고 강둑을 다진다. 그리고 강물 속으로 온갖 야심과 욕망의 쓰레기를 토해내며 살아간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강물로 세수를 했고 그 물을 강물로 흘러 보냈다. PFM의 불후의 명곡 ‘River of Life’는 요새같이 비가 쉼 없이 올 때가 어울린다. 
그리고 PFM은 나와 같은 해 태어났다. 나는 어디쯤 흘러가고 있을까. 
 
PFM (Premiata Forneria Marconi)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깊은 서정성과 심포닉 사운드가 대표적인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1971년 데뷔하였고 이후 수많은 콘서트 활동을 통해 뉴 트롤즈(New Trolls), 라떼밀르 (Latte e Miele) 등과 더불어 국내 팬에게 잘 알려진 아트 록 그룹이기도 하다. 지난 해 5월 첫 국내 콘서트를 가졌다.  
 
오종호 PD (EBS 편성센터 글로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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