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코미디 속 가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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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코미디 속 가족의 모습
  • 김수진 서울YWCA 기획부 간사
  • 승인 2007.08.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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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서울YWCA 기획부 간사

코미디 프로그램은 한 때 자극적, 선정적인 소재와 폭력적인 내용 등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제작진과 코미디언들의 노력과 다양해진 소재와 주제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 중 몇몇 프로그램은 방송 시간이 가족 시청시간대에 편성되면서 가족이 함께 시청하기에 부담 없는 소재와 주제를 보이고 있다. KBS 2TV 〈웃음충전소〉의 한 코너인 ‘풀하우스’(6월 13일 까지 방송)와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는 기존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지 못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등장해 가족 간의 갈등, 문제를 다루는 코너들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타난 가족의 등장은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면서 익숙함에 묻혀 있던 새로운 웃음을 자아낼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코미디가 거듭나고 있어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보완한다면 앞으로의 발전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코미디 속 여성은 여전히 외모로 놀림을 당하거나, 무시당하고 있어 씁쓸하다. 두 코너 속 아내와 어머니는 풀리지 않을 듯 강한 파마머리 가발에, 헐렁한 티와 고무줄 치마를 입은 매력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족 내에서 여성이 당하는 무시와 놀림은 외모로 인해 정당화되고 있다.

한편 ‘대화가 필요해’에서는 가족 간의 대화 부족 보다는 남편의 아내에 대한 존중감 부족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고등학생 아들 앞에서 부인의 이름을 딸 부르듯이 부르는 남편, 엄마의 외모를 놀리고, 무시하는 아빠의 모습은 분명 자녀에게 엄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남녀노소, 특히 어린이들이 즐겨 보면서 대사나 행동 등을 쉽게 따라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일수록 여성에 대한 변화된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의 변화를 올바르게 이끌어 주길 바란다.

코미디 프로그램 속에서 본 가족의 모습은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있으나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가족이 함께 하는 일을 찾기 어렵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 내에서 어머니이자 아내인 여성은 꾸미지 않는 외모 등으로 무시·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어 안타까웠다.
그러나 오늘의 코미디 프로그램 보여주는 안타까운 모습 보다는 시청자의 웃음을 위해 무수한 노력으로 밤을 지새우는 코미디언, 제작진들의 노력을 알기에 내일 볼 수 있을 코미디 프로그램의 발전된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무시, 놀림, 의심 등의 부정적인 웃음보다는 배려, 사랑, 감동 등의 긍정적인 웃음으로 가족이 함께 시청하며 크게 웃을 수 있는, 웃음 속에 감동과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그래서 일회용이 아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운 깊은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 되어 시청자에게 말 걸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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