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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만을 고발한 프로그램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KBS〈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이하 소비자고발)과 MBC〈불만제로〉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소비자 고발’에만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사’로 나섰다.

KBS〈소비자고발〉(기획 이영돈, 금 오후 10시)은 최근 “녹차티백에 농약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10일과 17일 방송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과 관련업체로부터 ‘관련 제품 폐기’와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얻는 성과를 이뤘다.

<소비자고발>은 10일 방송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녹차 티백 2종을 수거해 농약 잔류량을 검사했다. 그 결과 티백에서 고독성 농약인 파라티온이 검출됐던 것. 그 동안 녹차가 웰빙 식품으로 시민들에게 널리 이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검사 결과였다.

이 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차 재배에 허용된 농약이 35종이라는 사실과 그 가운데 고독성 농약 메치타치온도 포함돼 있다는 내용도 내보냈다. 또한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중국 차 에서도 농약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사실도 확인했다. 

 

▲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의 진행자 이영돈 PD. ⓒ KBS


 방송 다음날 식약청은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농약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된 제품을 공개하고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고발〉에서 조사한 제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고발〉제작진은 자체 조사에서 농약이 검출된 녹차 티백 제품이 현재 녹차 제품 가운데 판매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동서식품의 ‘현미녹차’와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의 ‘설록차티백진향’ 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17일 방송에서 농약검출 제품명을 밝혀 또 다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영돈 PD는 “10일 방송이 나간 뒤 소비자들이 더욱 혼란에 빠진 것 같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업체명을 밝히기로 했다”며 “잔류농약은 검사 때에 따라 검출이 안 될 수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검출됐다는 점은 심각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BC 〈불만제로〉(기획 임채유, 목 오후 6시 50분)도 6월 21일 방송분에서 “귀뚜라미보일러 제품 ‘출광21’의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내보내 귀뚜라미보일러 측으로부터 ‘리콜’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2002년 출시해 2004년 단종된 5만6000대의 ‘출광21’ 가스보일러에 대해 해당 부품을 무상 교체해 주기로 했으며 이미 부품을 유상으로 교체한 소비자에게는 확인 과정을 거쳐 비용을 돌려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 MBC 불만제로의 진행자 이재용 아나운서, 정선희, 오상진 아나운서(사진 왼쪽부터). ⓒ MBC


임채유 〈불만제로〉 책임 PD는 “귀뚜라미보일러 편은 방송하면서 보일러 업체가 어디인지 방송 마지막 즈음 보여줬다”며 “업체의 경종을 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KBS〈소비자고발〉과 MBC〈불만제로〉가 소비자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소비자 주권을 찾아주자’는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를 잘 살렸기 때문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방송에서 문제가 되는 관련 업체를 밝히지 않았던 기존 관행을 벗고 과감히 업체를 밝힘으로써 ‘소비자 알권리’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이 PD는 “업체명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았다”며 “업체명을 밝히는 것에 대해 변호사에게 법 자문을 받긴 했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인 케이블, 대형 통신업체, 자동차, 정유, 보험 등에서부터 가짜 한우, 계란, 빙과류, 요구르트, 녹차 등 실생활과 밀접한 먹을거리까지 아이템을 구분하지 않았다.

임 책임 PD는 “소비자 불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데에는 대기업, 정부 등이 따로 없다”며 “소비자들이 무심코 지나갈 수 있지만 소비자 이익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아이템 등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제보도 아이템 발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소비자고발〉은 주별 150건, 〈불만제로〉는 일별 70~80건의 제보를 시청자들이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이 PD는 “생활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시청자의 의지가 프로그램의 힘”이라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할 수 있는 소비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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