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화 칼럼 -"쉬리"와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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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 칼럼 -"쉬리"와 음모론
  • 승인 1999.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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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좀 지난 이야기지만 조선(북한)의 괴선박 두 척이 일본 영해에 들어왔다가 나온 일이 있었다. - pd연합회, 기자협회, 언노련 등 언론 3단체가 95년에 제정한 평화통일과 남북화해를 위한 보도 및 제작 준칙에 의거 ‘북한’의 국명을 ‘조선’으로 하되 괄호안에 ‘북한’을 병기하기로 한다. 이미 지난 4월의 조선(북한)영화 시사회에서도 pd연합회는 이 원칙에 입각한 바 있다. - 그런데 이때 조선(북한) 배가 그냥 들어갔다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일본 자위대가 영해 침범이라며 해공군을 총동원해 난리법석을 치르며 이들 선박을 추적했다. 이 배는 일본 자위대의 추격을 용케도 잘 피하고 청진항인가 어딘가로 도주했다고 한다. 그것까지 일본 당국이 파악했다는 전언이다.이 소동을 지켜보며 필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것을 느꼈다. 장비와 병력이 가히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일본 자위대가 그까짓것(?) 하나 따라잡지 못하고 그 모양일까.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은 것이 아닐까. 그 조선(북한)의 괴선박은 무엇하러 그렇게 일본 영해 안까지 들어갔을까. 마치 날좀 잡아보라고 하듯이 말이다. 이 의문을 해소하는 한 방법으로 영화 ‘쉬리’식의 상상력을 적용해 볼 수도 있겠다. 공전의 히트를 한 영화 ‘쉬리’는 한국영화를 재평가하게 한 수작이지만 일각에서는 99년판 ‘배달의 기수’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군사적 측면에서 보자면 남북의 유화국면을 누구보다 조선(북한)의 군부 강경파가 달갑지 않게 생각하며 나아가 이를 깨뜨리기 위한 독자행동의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을 추출해낼 수 있다. - 최근에 김정일이 이 ‘쉬리’를 구해 집무실에서 보고난 뒤 대로(大怒)했다는데 군부 장악력을 의심받고 있다는 자격지심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 한편 일본이 호시탐탐 재무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주변 정세에 따라 자위대를 정규군화하고 군사행동에 돌입하겠다는 명분쌓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북한) 배의 영해 침범은 그야말로 울고 싶은데 뺨때려 주는 격이다. 시절이 하수상하다보니 느는 것은 음모론적 상상력밖에 없다. 가령 이런 것은 어떨까. 군사대국으로 탈바꿈을 노리고 있는 일본의 우익세력과 조선(북한)의 군부 강경파 사이에 어떤 커넥션이 조성된다. 그래서 약정된 날짜에 조선(북한) 선박이 그냥 들어 왔다가 나간다. 이를 빌미로 일본 자위대 병력이 총출동해 사실상의 군사행동을 마음껏 실전 상황으로 실시한다. 그리하여 조선(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이 상존함을 보여주고 재무장의 당위성을 부각시킨다. 얼마후 일본 우익세력과 조선(북한) 군부 강경파 사이에 무언가가 오고간다… 설마 하는 심정이지만 당시 사건을 그런 식으로 설명하면 안 될 것도 없다.조선(북한)의 강경파가 포용정책과 남북화해를 거부하고 독자행동에 나선다는 것은 영화적 설정이지만 관객들에게 먹히는 것을 보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50년 넘게 누적된 분단구조에서 내면화된 냉전의식의 산물이기도 하다.멀리갈 것도 없다. 지난 4월 대한항공 화물기가 중국에서 추락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초기의 언론 보도는 대공 테러 용의점에 초점을 맞추었었다. 책임을 떠넘기려는 항공사측의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사건 초기에는 기체결함보다 공중폭발이 더 비중있게 보도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 며칠 뒤에 ‘달매와 범다리’라는 조선(북한) 영화의 시사 및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던 pd연합회로서는 난데없는 ‘북풍’에 행사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었다. 사이렌만 울려도 이산가족될 것을 걱정하는 분단시대의 비애라고나 할까. 얼마 전 영화 ‘쉬리’가 130만불이라는 기록적인 가격으로 일본에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전주(錢主)가 일본 우익계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조선(북한) 강경파의 독자적인 도발을 상정한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일본내의 재무장의 여론 기반 조성에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한반도의 정세는 이렇듯 예측 불허다. 이런 판국에 우리 방송은 방송법 논쟁에서 한치 앞을 못나가고 있으며 장르를 불문하고 대다수 프로그램은 안목과 통찰력을 제공하기보다 현상적 말초적 사안에 머무르고 있다. 대관절 이것은 누구의 음모인가. 안타깝기만 하다.<본보 발행인>|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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