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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이여, 전사가 되자

PD저널l승인2007.08.29 17: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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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PD연합회는 PD들의 모임이기는 하지만 회원들의 권익 확대와 보호를 앞세우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그 엄혹한 시절에 국민들의 입과 귀가 되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창립 당시의 고민은 PD 집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창립취지문을 들여다보자. 당시 PD들이 자각하고 스스로 짊어진 과제는 무엇이었는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성취,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실현, 풍요로운 대중문화의 창달.’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자각, 저널리스트로서의 자각, 그리고 문화생산자로서의 자각은 지금껏 PD연합회를 지탱해 온 세 기둥들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많은 성취를 이루었다.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해체되거나 소멸해가는 자리에 평등, 소수자에 대한 배려, 개인에 대한 존중 등 새로운 의식이 자라났다.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또한 눈에 띄게 신장되었다. 적어도 정보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던 국가라는 이름의 무지막지한 폭력은 거의 사라졌다. 문화, 특히 영상문화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수십 개의 채널과 그 채널을 통해 안방으로 공급되는 무수한 콘텐츠들…. 이는 분명 발전이고 성숙이다.

그러나 이제 성년, 유아의 눈을 버리고 어른의 눈을 가져야 한다. 20년 전과 비교해 만족하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20년을 위해 냉철하게 우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더욱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 비정규직 문제에서 볼 수 있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의 실종, 국가 권력을 대체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자본 권력, 애써 확보한 공공영역과 시민영역을 파괴하려는 시도들, 허약하기 짝이 없는 문화의 토대와 넘쳐나는 쓰레기 콘텐츠들, 무분별한 시장의 개방과 위협받는 주권국가의 정체성,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을 가난하고 게으른 자들의 탓이거나 불가피한 거라고 믿는 신자유주의….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해졌는가 하는 물음에 정직하게 대면해야 한다. 이대로 가도 좋은가?

우리는 확실히 좀 더 큰 덩치와 화려한 외피를 가졌다. 동시에 불행도 갖게 되었다. 20년 전과 비교해 봐도 이것은 진실이다. 앞으로 다가올 20년을 생각해 봐도 이것은 진실이다.
그래서 이제 PD들은 변신해야만 한다. 더 이상 소박한 문화생산자여서는 안 된다. 성취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작은 획득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문화전사가 되어야 한다. 그 전사가 손에 들어야 하는 무기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갈구와 연민, 그리고 파괴적인 것들에 대한 전투적 감성이다. 그 무기를 들고 인간다움을 억압하고 말살하는 온갖 비인간적인 것들과 싸워야 한다.

새롭게 등장한, 혹은 이미 있었으나 우리의 무딘 눈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악들과 싸워야 한다. 파괴되는 공공영역과 시민영역, 지켜야 한다. 돈벌이의 유혹에 주권과 정체성을, 영혼을 팔아먹는 성전 앞의 장사꾼들을 채찍으로 휘둘러 쫓아내야 한다.
출발점에 서서 그랬듯이 PD의 권익 같은 거, 잊어버리자.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그 소중한 것들의 권익과 행복만을 생각하자. PD는 그것들을 수호하라는 명령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 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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