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무장한 라디오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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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무장한 라디오의 귀환
  • 영국=채석진 통신원
  • 승인 2007.09.0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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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국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라디오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고 지난 17일 영국 신문 <가디언>은 보도했다. 최근의 시청자 동향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26%에 해당하는 1200만 여명의 영국인들이 디지털 라디오, 디지털 TV,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라디오를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라디오 청취 인구의 증가는 디지털 방송 환경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라디오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욕실이나 부엌, 자동차 안에서 뿐 아니라 이동하는 대부분의 시간에 라디오를 청취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휴대폰과 인터넷은 영국인들의 라디오 청취 기회를 대폭 늘렸다. 지난 16일 발표된 시청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영국 라디오 청취자들 가운데 440만 여명은 휴대폰을 통해서 라디오를 듣고 있다.

이는 작년보다 25% 증가한 것이다. 또 다른 270만 여명은 아이팟(iPod)이나 MP3 플레이어에 다운로드 받은 팟캐스팅(Podcasting)을 통해 라디오를 청취하고 있다. 팟캐스팅은 아이팟(iPod)의 pod과 방송(broadcast)의 cast를 결합하여 만든 용어로,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팟캐스트를 선택해 구독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전달하는 방법을 말한다.

애플의 아이튠즈(iTunes)와 같은 응용 프로그램으로 팟캐스트를 검색하고 구독하며, 컴퓨터에서 직접 재생하거나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로 전송한 뒤 재생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에 힘입은 디지털 라디오의 약진은 영국 라디오 방송 산업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년간 상업방송사들은 BBC가 아날로그 전파 스펙트럼 가운데 가장 좋은 몫을 차지하며 라디오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불평해왔다. 이는 현재도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디지털 라디오의 출현은 상업방송사들이 이러한 불균형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잡지 스매쉬 히트(Smash Hit)로 유명한 영국 상업 미디어 회사 이맵(Emap)은 잡지와 같은 이름으로 디지털 라디오 음악방송을 시작했다.

이 회사의 간판이었던 잡지는 인터넷과 경쟁하기 어려워 작년에 폐간한 반면, 이제 막 시작한 라디오 방송은 거의 주당 백만 명의 사람들이 청취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사만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캡(GCap) 사의 재즈(The Jass)도 작년 크리스마스에 시작한 이후 현재 33만 4천명의 청취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업 디지털 라디오 방송사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BBC가 디지털 라디오 시장에서도 여전히 지배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다. 코미디, 드라마,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24시간 방송하는 BBC의 디지털 라디오 방송 채널 BBC7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아이튠즈를 통해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는 채널들도 BBC 프로그램들로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BBC가 우세한 상황이다.

이러한 디지털 방송사들의 성공은 영국에서 디지털 라디오를 청취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영국 라디오 시청조사기관인 라자르(Rajar)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청취는 이제 라디오 청취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지캡 관계자는 <가디언>을 통해 “전통적인 방송이 ‘우리가 당신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결정’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시청자들이 내용을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시청자 참여적인 특성을 무기로, 디지털 혁명으로 변신한 라디오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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