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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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집단
  • PD저널
  • 승인 2007.09.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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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금)에 있었던 PD연합회 2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누구에게 축사를 부탁할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PD연합회가 걸어 온 지난 20년을 통찰하고 앞으로의 20년을 예지해 줄 분이 누굴까? 많은 분들이 떠올랐지만 한 분에게만 부탁드리기로 하고 신영복 선생께 전화를 드렸다. 한반도 분단의 비극과 한국 현대사의 모순을 온 몸으로 떠안고 20년을 감옥에서 묵묵히 보내신 분. 종종 그 분의 글을 읽으며 깊이 있는 통찰력과 상상력에 계속 놀라곤 했었다. 축사 부탁을 드리자 처음엔 좀 바쁘시기도 하고 또 약간은 부담스러운 자리라고 말씀하셨으나 곧 승낙하셨다.

   이 날의 축사는 PD연합회가 ‘신뢰 집단’이 돼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해 주셨다. “사회 속에서 신뢰 집단의 역할을 해야 할 곳이 바로 언론입니다. 언론은 진실과 비판을 본령으로 합니다. 진실은 사실의 창조적 구성이며 이런 창조는 당대 사회의 과제를 중심에 둔 비판적 기능으로 이루어집니다. 비판은 기존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우직한 실천이어야 합니다. … 그런데 오늘 날 대학, 정치권, 종교계, 법조계 그리고 언론까지 모두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래의 한국 사회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 갈 신뢰 집단이 없어 절망스럽습니다. … ”   

   이날 신영복 선생은 결론적으로 ‘독특한 사회적 위상’을 갖고 있는 PD연합회가 언론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함으로써 우리 사회로부터 기대를 모을 수 있는 신뢰 집단이 돼 줬으면 한다는 덕담이자 당부의 말씀을 해 주셨다. ‘독특한 사회적 위상’이란 무슨 의미일까? 뒤에 언급하신 말씀으로 볼 때 일반 언론과 PD가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의 차이를 두고 하신 말씀인 듯하다. “이제 개인의 사고와 가치관을 지배하고 결정하는 사회적 기제도 문화적, 감성적으로 돼 있습니다.  

사람을 포섭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이성적 보도만 으로는 안 됩니다. 감동적, 창조적, 예술적 감성을 결집해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신뢰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PD들과 PD연합회가 할 수 있기를 당부 드립니다. 앞으로 신뢰 집단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 PD연합회가 신뢰 집단으로 소통의 중심체로 거듭나주길 바랍니다.” PD들이 그리고 PD의 집합체인 PD연합회가 한국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통찰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적절한 제시이다.  

   PD연합회 20주년을 맞는 이 시점, 매우 어렵고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0월초에는 2차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연말에 대선이 있다. 2가지 모두 앞으로 한반도의 운명과 한국 사회의 지형에 그리고 방송계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 PD들과 PD연합회는 신영복 선생이 말씀하듯이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사실 제시’를 넘어 ‘사실을 진실로 창조’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회 전체의 문화를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것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신뢰 집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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