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우리 동네 이장 집에 등장한 TV는 바로 동네의 축제였다. 많은 프로그램 속에 유독 잊혀 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집념>이었다. 허준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속에서 김무생은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환자에게 침을 꽂고, 열정적으로 의술을 설명하며 ‘동의보감’을 저술하던 그의 모습에는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한 인간의 정열과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 진실이 어린 소년의 눈에도 보인 것이다.
‘집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이불을 푹 덮고 난 뒤에도 소년의 머릿 속에는 허준(김무생)의 모습과 대사가 어른거리면서 시나브로 잠이 들곤 했다. 세월이 흘러 소년은 어느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됐다. 그리고 그 방송사도 ‘동의보감’ ‘허준’을 연이어 방송했다. 그러나 그 소년은 <집념>을 잊지 못한다. ‘동의보감’, ‘허준’을 보면서도 <집념>을 오버랩해서 TV를 보곤 했다. 영화관에 숨어들어가 미국 영화를 처음 본 할리우드 키드들이 평생 그 영화를 못 잊듯, <집념>은 산골 TV 키드의 추억이자 마음 속 애인이었다.
지금도 시골 어디에선가 MBC 어느 프로그램을 가슴 속에 품고 소중한 꿈을 꾸고 있는 TV 키드가 MBC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 눈망울 초롱초롱한 소년들에게 PD들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박건식 MBC 정책기획팀 PD
<집념>(1975년, 연출 표재순)은?
1975년 MBC에서 방송됐던 김무생 주연의 일일 연속극 <집념>은 허준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로 이후 탄생한 <동의보감>과 <허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무생, 이효춘, 전양자, 이순재 등 당시 쟁쟁한 스타 연기자들이 출연해 높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