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 SBS 드라마 <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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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 - SBS 드라마 <카이스트>
로봇축구대회, ‘축구로봇’대회
‘축구’같은 로봇을 상대로 한 악전고투 촬영기
김경용(SBS 프로덕션)
  • 승인 1999.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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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 4월 30일, 우리 팀은 “로봇축구대회”라는 대본을 들고 대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로 내려갔다. 16팀이 출전한 로봇축구대회, 예선 2경기와 8강전 2경기, 그리고 준결승 1경기를 드라마 내용에 맞춰 제작해야 했다. 대본은 실제 로봇축구 상황과는 별로 상관없이 사람축구 대본처럼 나와있었고 나는 최초로 로봇축구를 드라마로 만드는 pd임을 난감해하며 대회장인 대강당으로 향했다.97년 세계로봇축구연맹을 창설한 카이스트 전기전자과 김종환교수의 지능제어연구실 팀원 13명과 성균관대 로봇축구동아리 킹고팀 3명이 함께 촬영에 임했다. 대본대로 경기를 찍기 위해 지능제어연구실팀은 촬영 일주일전부터 로봇축구 콘티를 프로그래밍했고 성대 킹고팀은 우리 드라마 촬영을 위해 학교측에서 개최한 ’99 카이스트 로봇축구대회에 참가하러 왔다가 우리를 돕기로 했다(실제 이 대회는 드라마 제작 때문에 제대로 치러지지도 못했다).주인공은 우리 연기자들의 동아리인 mr(미스터)팀과 라이벌팀인 레드존팀.촬영중 로봇축구장 세팅부터 문제가 생겼다. 로봇축구는 pc 카메라를 통해 조도와 색상으로 공과 로봇의 모션을 구별하게 되어 있는데 조명을 옮길 때마다 로봇 프로그램을 셋업해야 했다. 사전에 여러번 촬영한 경험이 있는지라 대강 문제를 해결하고 촬영을 시작했지만 로봇의 속도와 정확도는 현저히 떨어져있다.이제 문제는 드라마틱한 연출과 편집. 대본에는 인터셉트, 터닝패스, 드리블링 등이 사람축구처럼 묘사되어있지만 실제 로봇축구는 눈깜짝할 사이에 골이 들어가버려 상황을 만들기가 어렵다. 게다가 성대 킹고 로봇 1팀과 지능제어연구실 2팀의 로봇으로 유니폼만 갈아입히고 5경기를 연출해야한다. 그렇지만, 로봇들만 제대로 움직여준다면 어떻게 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예선 첫경기, 미스터팀과 액티브팀의 게임. 항상 그렇듯이 문제발생, 축구같은 로봇들이 콘티대로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대본상으로는 미스터가 7대0으로 이겨야한다. 문제는 액티브팀을 맡은 성대 킹고팀의 전력이 너무 강했고 미스터팀을 맡은 지능제어연구실쪽 로봇은 세계대회를 겨냥해서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를 정비중이라 액티브가 10골을 넣는 동안 미스터는 한골도 넣지 못했다. 2시간이 흘렀다. 이제 한골이라도 넣으면 편집으로 어떻게 해보리라.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뒷 경기의 난이도는 훨씬 높다. 로봇뿐 아니라 연기자들의 위치, 동선을 모두 고려하여 일각 촬영을 해야 한다. 예선 두번째 경기, 레드존과 일지매. 레드존 로봇이 일지매 로봇을 구석에 쳐박아버려 일지매의 바퀴가 빠지는 씬. 일부러 로봇의 두바퀴의 나사를 느슨히하고 시도. 하지만 ‘축구’같은 로봇이 상대 로봇이 충돌하기도 전에 바퀴가 빠진다. ‘축구같은 로봇들아 날 좀 도와다오.’ 속으로 외친다. 이제 연기자들은 모두 숙소로 돌려 보내고 로봇만 찍기로 했다. 하루밤안에 다 소화할수 있으리라던 예상을 무참히 깨고 다음주까지 날밤을 지새워야 할 것 같다. 더구나 우리를 도와주는 연구원들은 석박사과정 학생들로 중간고사 기간. 나는 할수없이 악독한 죄인이 되어야만 한다.다음날 밤, 낮 캠퍼스 촬영을 마치고 대강당으로 다시 입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허리케인과 레드존의 게임을 촬영한다. 대본은 한 마리의 레드존 로봇이 허리케인 로봇을 제치고 골문에서 나머지 수비봇 두 마리를 한꺼번에 밀어버려야 한다. 도저히 커트를 구성할 수가 없다. 로봇들이 타이밍을 맞춰서 움직여줄리도 만무하다. 레드존이 허리케인을 6대0으로 이겨야하는데 오늘은 왠지 전날 잘 움직이던 레드존 로봇이 버그가 났는지 문전에서 빌빌대고, ‘축구’같은 허리케인 로봇들은 내 마음도 모르고 축구장에서 활개를 친다. 급하게 선수를 교체하고 통신장애를 체크, 어렵게 촬영을 시작한다. 이틀째 밤, 연기자들을 어거지로 우겨넣고 촬영,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여기저기에서 자고 있다. 강당위 무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인 듯하다. 아침해가 밝아오고 남은 준결승 경기는 다음 주로 넘기기로 한다. 사람들의 고생이 너무 심하다. 일주일후인 5월 7일, 우리 팀은 다시 밤을 샌다. 우리의 미스터와 악당 레드존의 마지막 경기. 우리의 미스터팀은 한숨도 자지않고 로봇을 업그레이드하여 등장했고 레드존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두 팀의 로봇은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최대출력으로 레드존에 맞서던 미스터의 로봇은 모터의 과부하로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조금후 레드존 로봇도 연기가 나고, 두 로봇이 동시에 정지해야한다. 이 연기 때문에 낮부터 화학과를 들락거렸다. 자연스레 연기가 나기 시작해야하는데 방법이 없다. 로봇안에 황같은 화학약품을 넣어 태우면 된다는데 실제 5월 대회에 나가야할 로봇들이 망가진다. 그런데, 방법은 오히려 가까운데 있었다. 소품팀이 은박지 대롱을 길게 만들어 연기를 로봇에 불어넣고 촬영을 진행한다. 편집의 묘미를 살리는 길밖에 없다. 어려운 씬을 하나 해결하고 났더니, 미스터 동아리 연기자 중 한명이 다른 프로그램 야외촬영으로 서울로 가야한단다. 로봇이 속을 안 썩이면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 순번을 탄다. 화가난 레드존 로봇이 미스터 골키퍼를 박아버린다. 미스터 골키퍼는 완전 동작 불능이 되고 미스터는 골키퍼 로봇을 세워놓은 채로 경기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상황. 미스터 로봇에 고무줄을 달고 당겨서 넘어뜨린다. 시청자들에게는 물론 미안하다. 드디어 마지막 상황. 1대1 팽팽한 접전, 남은 시간은 9초. 미스터 골키퍼로봇이 작동불능이란 것을 안 레드존은 비열한 전법을 사용한다. 일자로 서서 수비만 하기. 승부차기를 하면 무조건 레드존의 승리다. 일자수비는 드라마를 위해 특별히 프로그래밍했다. 물샐틈없는 틈을 뚫고 미스터 로봇의 터닝슛. 예상과 달리 2번만에 성공을 거둔다. 만세, 축구로봇들이 큐를 제대로 받았나보다. 고맙고 감사하다. 촬영은 일요일 아침에 끝나고 버스에 타서 눈을 뜨니 회사앞이다.<카이스트>는 해킹, 영상통신, 로봇축구, 벤처 아이템, y2k 등 매회 다루는 소재가 다양해서 실제 촬영보다는 준비과정이 더 치밀해야 한다.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찍어야 될 때도 있고 밤새워 ‘축구’같은 로봇들과 씨름하기도 한다. 촬영스탭외에 전문분야를 준비해주는 한국과학기술원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연구원, 교수님이 계시고 강의실 학생들로 출연해주는 헌신적인 50명의 학생 엑스트라들도 있다. 교정씬을 찍으면 기꺼이 ‘지나가는 행인1, 2’를 해주는 학생들까지 - 모두 숨어서 움직이는 고마운 조력자들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주1회 시츄에이션 드라마를 가볍게 보던 나에게 일침을 준 드라마다. ng내는 축구로봇을 ‘축구같은 놈들’이라 욕하던 축구같은 나를 일깨워준 고마운 작품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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