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들이 군대를 신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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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들이 군대를 신뢰하는 이유?
  • 샌프란시스코=이헌율 통신원
  • 승인 2007.09.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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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뉴욕타임즈지에서는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현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군 사령관들 중에서 누구를 가장 신뢰하나 하는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군 사령관들이 70%에 가까운 압도적인 신뢰를 받은 반면, 의회는 21%, 부시행정부는 5%에 그쳤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전을 누가 일으켰나 생각해보면, 이런 조사결과가 결코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뉴욕타임즈는 이런 결과를 부시행정부나 의회의 많은 정치적 실수와 정쟁, 미 군부의 정치적 중립 이미지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라크전 개전 이후 미군들이 저지른 많은 군사적, 인도적 잘못들은 이러한 신뢰도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게 한다. 미디어를 공부하는 학자들은 그 원인 중 하나를 미국 군대를 절대적인 영웅으로 만들어 놓은 미디어와 펜타곤의 합작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CBS에서 요즘 방송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미군을 소재로 하는 것들은 를 들 수 있는데, 둘 다 예외없이 군대 조직에 대해서 언제나 호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의 경우엔 전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는 군대 특수조직을 소재로 하고 있어, 때로는 고문이나 살인과 같은 불법적인 것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언제나 좋은 쪽으로 처리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쪽의 프로그램만 나오는 걸까? 가장 손쉬운 대답은 미국의 시청자나 방송 제작자들이 일단 군대란 조직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신성시한다는 것이겠지만, 보통 리버럴이라고 무리지워지는 방송인들이나 할리우드를 생각을 해보면 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 대답으로 미디어 학자 데이비드 롭은 펜타곤의 제작지원 정책을 든다.

제작지원 정책이란, 미 국방부의 영화제작 지원실에서 영화나 방송 제작자들이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국방부에 요청하면, 심의를 거쳐 필요한 군사장비(영화 <진주만>이나 TV 프로그램 의 경우 항공모함까지)부터 엑스트라, 군사관련 자문단까지 보내 주는 제도다. 모든 제작현장의 가장 큰 문제인 돈 문제를, 그것도 제작하는 것이 군사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텐데, 이 모든 것이 국방부의 제작지원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이것이 공짜는 아니다. 미 국방부 서류를 보면, 이러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해서는 안 되고, 또 모병에 해가 되는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국방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 사전 검열을 해서 각본을 쓰지만, 그것들은 곧잘 수정 지시를 받아, 술이 물로 바뀌기도 하고, 아무런 의미 없는 농담이 삭제되기도 하며, 이 전에 실패한 전쟁에 대한 언급은 할리우드에선 금기시돼버렸다. 그리고 미 국민들과 전세계에서 미국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미 국방부의 검열을 거친 것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 군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참으로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것이 픽션쪽의 문제라면, 뉴스나 다큐멘터리 같은 논픽션쪽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나온 이라크 전 중에서 미국 방송뉴스 분석을 보면, 미국 주요 방송들은 이라크전 관련 보도들의 87%가 전투와 관련된 비디오를 배경으로 쓰고 있지만, 실제 사상자를 보여주는 것은 그 중 15%에 지나지 않고, 게다가 그 대부분의 사상자들은 미국군이나 미국민이 아닌 이라크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군이 ‘용감하게’ 싸우는 것은 보여주지만, 죽는 것은 처참해서 보여지지 않거나, 그나마 보여진다 하더라도 이라크 사람들, 즉 적인 것이다. 결국 3천명이 넘는 전사자나 2만이 넘는 미군 부상자들은 잊혀지고, 시청자들에게는 공격하고 이기는 미군들만 보여진다. 현재 미국 전쟁기자들이 현지 군부대와 같이 지낼 수 있는 것을 미 국방부가 허락한 것을 보면, 그들이 미군의 피해를 찍을 수 없을 리는 만무한데, 그것이 ‘너무 참혹하다’는 이유로 현지 기자나 미 국내 방송국에 의해 검열되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 조사의 결과다.

다시, 처음의 여론조사로 돌아가면, 미군의 이미지가 이런 경로들을 통해 걸러진 후에야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미국 국민들은 이런 제한된 상황에서 군대만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세뇌된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이것이 전쟁 중인 나라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무서운 것은 이러면서도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언론의 자유를 가진 나라에서 모든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받아보고 있다고 믿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런 검열이 방송사나 제작사들의 자발적인 동조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내내 머리에 있는 것은 한국에서 70년대에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전우>란 프로그램이다. 아마 위에서 묘사한 그런 식의 지원시스템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었을텐데, 우리가 이미 오래 전에 버린 것을 미디어나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 여겨지는 미국에선 아직도 온전히 행해지고 있다. 제작비라는 당근을 걸고.

 

샌프란시스코=이헌율 통신원/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 no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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