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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활개치는 일본 만화
배인수-전 EBS PD / 미국 유학중
fullshot@hanmail.net

|contsmark0|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들은 아침 7시 15분에 학교버스를 타면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집에 옵니다. 아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달려서 숨을 헉헉거리며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 시간에 하는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서입니다.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오후 3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텔레비전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납니다. 그 프로그램 중 대부분은 물론 만화영화입니다. 사실 아들이나 저나 학교가 끝나고 나면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둘이 같이 앉아 오후 내내 만화영화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물론 어느 채널을 보느냐의 판단과 결정은 완전히 아들 손아귀에 달려있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여러 채널에서 만화영화를 하다보니 타이밍을 적절히 맞추어가며 채널을 돌려야 여러 편의 만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들녀석이 채널을 돌리는 것을 보면 채널을 골라가며 보는 일도 일종의 편성행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영화는 <포케만>이라는 제목의 만화영화입니다. 이 만화는 두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데 내용은 황당무계 그 자체입니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이 만화가 일본 만화영화라는 것입니다.사실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서 수입품을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껍데기야 일제를 위시해서 우리 나라 제품까지 외국산들이 활개를 치지만 그 속내용은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가 아닌 것은 눈 씻고 찾아보아야 할 형편입니다. 하지만 이 <포케만>은 눈 씻고 찾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아들만 이 만화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아이들도 꼬빡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채널에서 동시에 방송할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확실한 물증으로 내세우기는 좀 약하지만 아들녀석의 이야기에 따르면 포케만을 보지 않으면 다음날 아이들과 대화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들녀석의 영어실력이 아직 친구와 긴 대화를 나눌 정도로 아닌 것 같아서 좀 의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이 만화가 꽤 인기가 좋은 것만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빠른음식(패스트푸드) 파는 가게에서도 손님 끄는 미끼로 이 만화에 나오는 캐랙터인형을 팔 정도입니다. 물론 장난감 파는 곳에 가면 이 만화에 나오는 캐랙터가 인기 상품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귀동냥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미국 한복판에서 일본만화가 활개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말이 그냥 빈말은 아닌 모양입니다. 사실 일본 만화영화는 미국에서 버텨내는 하나뿐인 외국 영상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비디오를 빌리러갔다가 ‘도토루’인가 하는 일본 만화가 진열되어 있기에 예전에 한 번 본 기억도 나고 호기심도 생겨서 꺼내들고 돈 내러 갔더니 가게점원이 그러더군요. “참 좋은 걸 고르셨군요”그 친구는 괜히 아양을 떠느라고 그랬겠지만 저는 왠지 심통이 나서 ‘좋긴 뭐가 좋아’하고 대꾸를 하려다가 그 말을 영어로 어떻게 하는지 몰라 그냥 나왔습니다. 그 때 제가 왜 괜히 심통이 났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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