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정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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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정체는 무엇인가?
  • PD저널
  • 승인 2007.09.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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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9/20)이면 대선 D-90일이다. 앞으로 5년 아니 21세기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조용하다.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각종 공약에 대한 심도 있는 검증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방송 프로그램들은 별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기계적으로 그리고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중립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오히려 기계적 중립이라는 것은 기득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더 논리적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정치적 중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제는 매우 편파적이고 정파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우리는 여러 번 보아 왔다. 다시 말해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중립이라는 용어를 써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설익은 접근으로 섣불리 대선 후보자의 자질과 가치관, 철학 그리고 공약을 검증하려 들거나 결론을 내리려 해서는 안 된다. 각종 의혹들에 대한 끈질긴 추적, 장밋빛 공약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분석, 그리고 후보자의 자질과 가치관, 철학에 대해 다양한 형식과 깊이 있는 내용의 토론이 절실하다. 그런데 왜 이런 추적과 분석, 토론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고 있을까? 

얼마 전 MBC의 김재영 PD가 방송 3사의 시사교양프로그램들이 후보에 대한 의혹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있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무엇이 무서웠을까? 그 누군가가 대통령후보로 확정되고, 또 그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을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현재 (방송 3사의)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행하고 있는 ‘침묵’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이며 가치판단이 개입된 선택이다”라고 클로징을 했다.(본보 9월 5일자 15면) 이 말은 요즘 시사교양 PD들이 기회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PD들이 더 이상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켜가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는데?

필자는 아직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아직은 PD들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PD의 문제제기와 분석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도 그 클로징은 좀 다르게 이렇게 하고 싶다. “현재의 ‘침묵’은 과거의 고통이 너무 커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PD들은 그 동안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이념적 공세에 얼마나 많이 시달려 왔던가?”

그렇지만 이제는 숨고르기 마치고 다시 말해 침묵을 깨고 본연의 PD저널리즘으로 정통 저널리즘의 정신으로 돌아 갈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련한 정치 공학적 여론몰이가 방송 뉴스와 화면을 계속해서 장악해 버릴 것이다. 그 결과는 말하나 마나다. PD저널리즘이 이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명철한 판단력과 막중한 책임감이 절실한 시점이다.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검증이 오직 검찰의 몫이 되어 버린 지금, 김PD의 지적처럼 검찰과 사법부를 감시하고 그들이 묻은 진실을 캐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 현재의 검찰 시스템이 언론에 비해서 훨씬 정치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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