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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댄도, 제니 존스 그리고 우리 방송인질 댄도, 제니 존스 그리고 우리 방송인
윤호진-한국방송진흥원 문헌정보자료팀
  • 승인 1999.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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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송은 시대의 선구자인가 아니면 사회의 산물인가?”라는 구태의연한 질문이 이제 “방송인은 시청자에게 암살당할 것인가 아니면 출연자를 살인할 것인가?”라는 섬뜩한 질문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 연이어 터진 사건, 즉 영국 bbc의 간판 여성앵커 질 댄도 피살사건과 미국의 살인 부른 토크쇼에 대한 유죄 판결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파장을 몰고 왔다. 과연 이 사건들의 배경과 전말은 무엇인지,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차분히 검토해보기로 하자. 지난 4월 26일, 영국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한 여성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살해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질 댄도. 가장 영국적인 얼굴을 지녔다는 평을 듣던 bbc tv의 대표적인 앵커우먼인 그녀의 죽음은 주요 매체의 톱뉴스를 장식하며 영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오는 9월에 산부인과 의사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그녀는 지난 1988년부터 bbc의 아침 뉴스와 오후 6시 뉴스를 담당했고, 5년 전부터는 미해결된 범죄를 재구성하여 범인을 공개 수배하는 범죄 추적 프로그램 <크라임 워치 uk>를 진행해왔다. 따라서 경찰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범죄자가 보복 살해했을 가능성에 수사력을 모으면서, 스토커나 세르비아계에 대해서도 혐의를 찾고 있다.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얼굴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방송인이 환경 감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겪을 수밖에 없는 신변 위협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방송인들은 취재의 자유와 폭넓은 정보 접근권을 누리고 있으며, 그 대가로 비판적인 환경 감시와 올바른 여론 형성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당위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것을 방패삼아 쉽게 타협하고 안주하곤 한다.하지만 우리가 방송에 대해 여전히 희망을 갖는 것은 용기 있는 소수의 방송인들이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해지는 위협과 압력은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권력이나 금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그 방법은 집요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위협의 표적이 될만한 방송인에 대해 적절한 보호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청자 역시 환경 감시의 짐을 어느 정도 공유해야만 한다. 이와는 다른 차원의 충격적인 판결이 지난 5월 7일 미국 미시건주의 폰티악 지방법원에서 나왔다. 이 법원의 배심원들은 <제니 존스 쇼>의 출연자가 다른 출연자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제작회사가 사건 발생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2,500만 달러(3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사건의 발단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199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5살이던 조나단 슈미츠는 자신을 짝사랑해오던 사람이 공개 구애한다는 담당 pd의 말에 솔깃해 <제니 존스 쇼>에 출연했다. 그러나 정작 녹화장에서 만난 사람은 이웃에서 알고 지내던 32살의 남자 스콧 애미듀어였다. 동성연애자인 애미듀어는 평소 슈미츠에게 품어왔던 성적 환상을 관객 앞에서 털어놨고, 심지어 슈미츠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려 했다. 평소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슈미츠는 이 때의 충격과 모멸감을 이기지 못하고 녹화 3일 뒤 애미듀어를 총으로 쏴 죽였다. 결국 슈미츠는 2급 살인죄로 구속되어 재판 중이고, 애미듀어의 가족들은 <제니 존스 쇼>의 제작진에게 살인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7,1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제니 존스 쇼>의 제작진은 공개 구애하는 사람이 남자일 수도 있음을 사전에 분명히 알린 점, 녹화된 토크쇼가 실제로 방영되지는 않은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론자유를 무시하고 탐사보도의 기능을 위축시켰다는 점 등을 들어 항고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 결과를 놓고 미국식 ‘쓰레기’ 토크쇼의 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새삼 높아지고 있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불륜과 동성애 등을 주제로 한 낯뜨거운 내용 일색인 현재의 토크쇼 제작관행을 어떤 식으로든 타파해야 된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저질 토크쇼의 성공 공식인 ‘비교적 싼 제작비와 자극적인 내용을 통한 높은 시청률’로부터 우리 방송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부부간 성트러블을 지나치게 희화화한 주부대상 아침 토크쇼와 홍보(개봉을 앞둔 영화나 드라마 또는 신곡)차 출연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에 대해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는 심야 토크쇼들이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버티는 이유에서 우리는 그 해답을 어느 정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한도가 극에 달했을 때의 사례를 <제니 존스 쇼>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범죄 추적 프로그램인 <크라임 워치 uk>를 진행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bbc의 앵커우먼 질 댄도. 치열한 시청률 경쟁 속에서 결국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동료 출연자를 살해하게끔 방조한 <제니 존스 쇼>의 제작진. 이 양극 사이에서 우리 방송인들이 서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인가?|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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