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⑫ CBS ‘이슈와 사람’ - 김현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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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또는 연애 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직접 진행자와 대화를 한다. 시대가 변해도 라디오는 사람들의 삶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PD저널>은 매주 우리 시대의 라디오 스타를 찾아 그들을 통해 라디오의 매력을 듣기로 했다.   <편집자주>

PD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CBS <이슈와 사람>(연출 손근필, 김현정, 월~토 오후 2시 5분)은 ‘여성 PD’가 진행하는 보기 드문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다. <이슈와 사람>을 2년째 진행하고 있는 김현정 PD는 날카로운 시사 프로그램의 성격을 놓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따뜻함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 

“시사 프로그램이지만 마냥 날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 안에 위트와 여유, 풍자를 담고 싶습니다.”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인터뷰’는 김 PD의 장점. 김 PD는 드러내놓고 공격적인 인터뷰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인터뷰이가 ‘감추려고 했던 속내’가 드러나곤 한다. 한 정치인은 김 PD와의 인터뷰 후 “둥근 것 같았는데 아주 아프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마음 놓고 인터뷰하다 얼떨결에 한 얘기가 뉴스가 된 경우도 있다.

▲CBS <이슈와 사람> 진행자 김현정 PD
“시사 평론가도, 기자도 아닌 여성 PD란 점 덕분에 출연자들이 마음 속 얘기를 쉽게 털어놓는 것 같아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탈당 여부에 대해 말하는 것이 민감한 시기가 있었는데 정 전 의장이 마음 놓고 말하다 당을 나갈 수도 있단 얘기를 했어요. 그 후 정 전 의장은 진짜 탈당을 했고, 대선 출마를 선언해 뉴스가 됐죠.”

<이슈와 사람>은 소위 ‘특종’도 많이 터트렸다. 2014년 동계 올림픽 유치 실패 직후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이슈와 사람> 인터뷰를 통해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에 세번째 도전할 것이란 사실을 처음 밝혔다. 올 초엔 이명박 후보 X파일 공개 문제로 파장을 일으켰던 김유찬∙권영옥 씨 인터뷰가 <이슈와 사람>에서 처음 이뤄지기도 했다.

“권영옥 씨의 경우엔 특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던 상황에서 이름과 수도권에 산다는 사실만으로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일일이 전화를 해 무작정 찾아냈습니다. 거의 무한도전 수준이었죠.(웃음)”

매일매일 생방송 진행과 연출을 동시에 하는 김 PD.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연출과 진행을 같이 하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PD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연출자의 의도를 진행자가 100% 파악하긴 어렵거든요. 그러다보면 제작의도에서 빗나간 방송이 되기도 하는데, PD가 연출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니 그런 걱정은 없죠. 인터뷰이와 미리 전화 섭외 과정을 통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인터뷰 효과도 배가 됩니다.”

<이슈와 사람>이 방송되는 오후 2시는 점심을 먹은 후 졸음이 밀려오는 시간이기에 딱딱하고 어려운 시사 프로그램이 자리 잡기 힘든 시간대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은 대부분 2시대에 오락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그 틈새를 뚫고 정통 시사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는 <이슈와 사람>의 김현정 PD는 그래서 ‘재밌는 시사’를 원한다.

“청취자들이 시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후 2시라는 시간의 특성상 너무 딱딱하기보다는 재밌는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이 자리 잡기 어려운 시간대에, 경험 없는 여성 PD의 진행으로 걱정 속에 출발한 <이슈와 사람>. 어느덧 2년이 지나며 C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저보다 말 잘하고, 많이 아는 진행자는 많습니다. 하지만 ‘PD의 눈으로 보니 뭔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따뜻한 가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진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김현정 PD는 2001년 CBS에 입사해 <시사자키>, <산뜻한 오후>, <꿈과 음악사이에> 등을 연출했고, 2003년 4부작 다큐멘터리 <보육 백년지대계>로 ‘2003년 남녀평등방송대상 최우수상’과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수상했다. 또 <이슈와 사람>으로 올해 1월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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