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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기자, 오늘은 홍보맨오홍근 국정홍보처장의 경우

|contsmark0| 언론인이 목숨처럼 지켜야 할 원칙이 공정성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이 같은 대원칙이 심각하게 어그러지는 사례가 한가지 있다. 물론 해묵은 논쟁의 하나여서 꺼내기조차 민망하지만, 언론인의 정치참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문제제기가 절실해 보인다. 특히 이번 개각과 관련하여 몇몇 언론종사자의 입각은 어떤 면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그 중에서도 논란 속에 새로 신설된 국정홍보처의 장관에 임명된 오홍근씨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그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앙일간지에 재직했던 현역 언론인이었다. 논설위원이었던 그가 쓴 칼럼이 신문에 실리지 않게 되자 분연히 사표를 내던진 게 달포를 넘기지 않은 시점에서 그는 돌연 국정홍보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물론 그는 군사정권 시절 기사 때문에 테러까지 당한 경험이 있는 당당한 언론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삼지 않을 수 없는 일은 현역언론인의 신분을 벗어남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그의 입각이다. 최소한의 탈색기간조차 거치지 않고 하루아침에 언론인에서 홍보맨으로 곧바로 변신한 그의 행보는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더욱이 그가 언론인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야당 초선의원이었던 홍준표 전 의원에 대한 비판기사였다는 점도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한다. 홍 전 의원은 알다시피 김대중 대통령을 늘 직접적으로 공격하던, 현 정권이 특히 달가워 하지 않는 인물 중의 한 명이다. 그런 야당 초선의원의 행태를 거명까지 하면서 비판한 칼럼이 문제가 되자 그는 이에 항의하여 사표를 던졌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실제로 그가 정권에 참여하는 일이 없었다면 오히려 언론자유의 침해에 당당히 항의한 그 올곧은 자세로해서 칭송 받을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는 거꾸로 오해와 의혹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현 정부나 여권인사에 대한 비판기사 때문에 항의하고 사표를 던졌다면 해석은 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정권이 거부감을 갖는 야당의원을 비판했었다가 이것이 관철되지 않자 사표를 던졌고 이후 곧바로 국정홍보처 장관이 되었다ㅆㅆ는 점은 분명 석연치 않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거기에다 우리가 더욱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개각 당시의 신문에 실린 오 장관에 대한 프로필 기사들이다. 이에 따르면 그는 흔히 말하는 ‘dj맨’으로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왔다고 빠짐없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는 언론인으로서 과연 특정 정치인 아니 정파의 이익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가? 지난날 우리 언론계에는 정치기자가 많았고 이들은 군사정권에까지 가담, 심지어 밀고자적 역할까지 수행하여 한국언론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바 있다. 또 ‘ys 장학생’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어이없는 언론인들이 생겨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그 같은 비극적인 언론풍토가 현정권에까지 이어져야 한단 말인가? 무엇이 현정권을 과거정권과 구분짓게 만드는가? 방송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사람도 많고, 정치와 방송을 번갈아 가며 겸업하는 인사들도 있다. 그들과 더불어 오 장관은 신뢰받았던 언론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우리의 주목 대상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평가 이전에 오 장관의 입각은 분명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그럼에도 다른 정치적 쟁점에 묻혀 이에 대한 논의와 검증, 비판이 전무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범한 기자였다가 바로 기업체 홍보실 직원으로 변신한 경우라도 일정한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일인데 오 장관의 경우는 더욱 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언론인의 정치참여는 원칙에서 볼 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혹여 있더라도 엄격한 검증과 신분상의 휴지기를 거치는 등의 가혹한 절차를 거쳐야 마땅하다. 만약 오 장관처럼 대충 넘어가는 일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한국언론의 미래는 (다른 많은 이유와 겹쳐서) 더욱 암담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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