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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호주 멜버른 출신의 고상한 인물이며, 다른 한 사람은 인도 북부 도시 하리아나 출신의 보통 인도 사람이다. 한 사람은 옥스퍼드 출신의 엘리트임을 자랑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12학년에서 낙제한 사람이다. 지금 한 사람은 88억불의 미국 부자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23억불의 인도 부자다. 사람들은 세계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과 인도 미디어 재벌인 수바쉬 찬드라를 이렇게 비교한다.

머독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인 미디어 주식을 밑천으로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을 만들었다. 반면 찬드라는 무일푼으로 시작해 한 때 쌀 장사를 하다 지금은 인도에서 가장 큰 미디어 회사인 지 엔터테인먼트(Zee Entertainment Enterprises Limited)를 만들었고, 포장회사, 온라인 복권, 케이블 네트워크와 테마파크 등의 사업도 번창시켰다.

 

▲루퍼트 머독

 
▲수바쉬 찬드라

이 두 사람은 인도의 혼란스런 미디어 환경 하에서 서로 돕다 처절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찬드라는 한때 위성 TV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타TV에게 1위 자리를 물려주고 말았다.

1980년 초 인도는 국영 방송 두다르산 TV가 유일한 채널이었다. 인도 정부가 사설 TV나 위성 방송을 허가하지 않다가 1992년 이를 허가하자 제일 먼저 찬드라는 인도 최초의 사설 케이블 방송인 지(Zee) TV를 설립한다. 

뉴스코퍼레이션은 인도 최초의 외국 회사로 스타TV를 인도 시장에 진입시키고 몇 년 후 CNN, 디스커버리 채널, 넷 지오 채널(Net Geo Channel) 등도 따라 들어온다. 초기에 스타TV는 자사 채널과 디즈니, MTV 등의 채널을 합해 부케를 형성했다. 하지만 인도의 케이블 오퍼레이터를 통해 채널을 방영할 수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지(Zee) TV의 케이블 플랫폼을 사용했고, 찬드라를 통해 인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2000년 스타TV가 인도 채널 중에서 막강의 1위를 고수하게 한 계기를 마련한 한 프로그램이 있다.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 원하나?>라는 퀴즈 쇼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 플러스 채널(힌디어 방송)에서 방영을 하자마자 위성 TV 프로그램 중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스타 플러스가 지금까지 지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그 후 스타TV는 해스웨이(Hathway) 케이블 회사의 주식을 사면서 지(Zee) TV와 결별한다. 그러자 지(Zee) TV는 터너 엔터테인먼트(Turner Entertainment)와 배급 합작 회사를 만들기도 하고, 소니와 디즈니 채널들을 부케로 하기도 했으나 2002년 소니와 디즈니가 The One Alliance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분리해 나가고, 올해엔 터너 또한 TV18과 합작하면서 분리해 나갔다.

미국계 미디어들은 인도 시장에서 자신을 얻어 지(Zee) TV와 결별하고 다른 인도 미디어 회사들과 합작하게 됐고, 많은 힌디어 채널에 주력하면서 소니 TV 또한 인기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을 높였다. 이렇게 미국계 미디어들이 현지화하면서 토종회사인 지(Zee) TV는 이들과 힘든 경쟁을 해야만 했다. 

지(Zee) TV의 찬드라는 2004년 DTH DishTV를 런칭하고, 스타TV는 인도 재벌 회사인 타타(TATA)와 합작해 2006년 Tata-Sky를 런칭했다.

올해 7월은 지(Zee) TV는 재기의 희망을 보게 되었으니 과거 7년간 소니와의 2~3위 경쟁에서 소니를 멀리 떨치고 스타TV와의 격차를 아주 좁게 만들게 된 것이다. 더구나 스타 인디아를 키운 머독의 양팔 CEO 무케르지아와 사미르 나이르가 독립해 자신들의 채널을 만들게 되면서 스타TV로서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됐다.

FICCI와 Price Water House Coppers의 평가에 의하면 인도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건전성에 비춰 산업 규모가 2011년에는 1조 루삐(약 250억불)에 다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Zee) TV의 주식은 높아만 가고 있어 찬드라의 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본을 무기로 인도에서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머독의 다음 작전이 무엇인지 기대된다.

 

뱅갈로 = 박병준 통신원 / 명상 연구가, bjpark8@vsn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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