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장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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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장이 그렇게도 두려운가?
  • PD저널
  • 승인 2007.10.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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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10월 8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방송인들의 염원을 간단히 무시해 버렸다. TV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기로 것이다. 이 안은 KBS 이사회를 통과하고 방송위원회를 거치는 등 적법 절차를 거쳐 올라 온 것이었다. TV 수신료 인상은 이 땅에 공영방송제도가 유지되기를 진정으로 소망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대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상정이 무산된 이유는 한나라당 소속 문광위원들 때문이었다. 문광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최구식 의원은 “왜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에 수신료 인상 얘기가 나온 건지 모르겠다.”면서 “한나라당과 국민이 모두 KBS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연주씨가 대선 기간 중 수신료 인상을 얘기한 까닭이 무엇이겠냐?”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어제(10월 9일) 즉각 성명을 내고 “그야말로 정파적 접근법의 전형을 보여 준다. 도대체 KBS사장이 누구인가와 수신료 현실화가 무슨 관련이 있는가? 공영방송을 KBS 사장 개인의 사유물쯤으로 보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문화연대와 민언련, 언론연대 등도 성명을 내고 “국회는 수신료 인상안을 즉각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소속 문광위원들은 왜 대선과 수신료 인상을 자꾸 연계시키는가? 그들은 왜 계속해서 정연주 KBS사장만 물고 늘어지는가? 정연주 사장이 KBS 사장으로 있는 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절대로 집권할 수 없다는 판단인가? 한나라당에게 정사장이 그렇게 두려운 존재인가? 한나라당은 그렇게도 자신이 없는가?

 TV 수신료 인상 문제는 정사장이 홀로 정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난 해 정사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KBS 노조와 이사회가 갈등을 빚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수신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KBS 이사회와 노조 그리고 사장 사이에 이견이 없는 사인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사실 TV 수신료 인상 문제는 KBS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EBS의 문제다. 수신료가 인상돼야만 EBS의 재원 구조에서 수신료 비중이 늘어나 EBS도 명실상부하게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찾을 수 있다. 수신료 문제는 MBC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MBC의 재원 구조가 점점 취약해져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영성 높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이 점점 편성의 사각 지대로 내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동안 공영방송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 줬던 MBC의 몇몇 프로그램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는 없다. TV 수신료 인상 문제가 해결되면 MBC의 재원 구조도 정상화되고 그러면 위기를 겪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진정으로 지키려는 의식 있는 시민단체와 언론 현업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고 즉각 국회 상정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대선 후보는 정당한 검증을 받아야 하고 자신의 정책과 그 바탕에 깔린 철학과 가치관 등을 당당하게 밝히고 또한 떠도는 의혹들에 대해서도 검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 12월 19일 선거를 치르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으려면 KBS의 정연주 사장이라는 존재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해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당당하게 민주적 절차를 밟아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큰 화를 모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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